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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유럽의 바닥에 내려가다

폴란드 크라쿠프 소금광산

by 의미공학자


폴란드 크라쿠프에서의 셋째날, 소금광산 비엘리치카(Wieliczka)를 찾아 나선다. 가는 길에 우선 중앙역이 가서 내일 탈 기차의 자리를 예약했다. 내일 나는 오스트리아 빈(Wien)으로 간다. 내일도 야간열차를 탄다. 기차표를 예매하니 마음이 편안하다. 이제 기차를 타기 전까지 여기에서 남은 시간을 즐기면 된다.

비엘리치카는 지하에 형성된 자연동굴인데 소금의 가치가 알려지면서 더 개발되었다고 한다. 유럽의 지붕이 융프라우라고 하면 유럽의 바닥은 비엘리키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한다. 버스를 타기 전 아침 겸 점심으로 여행을 위한 배를 채운다. 그래도 어느곳에 가든지 있는 아시안 푸드는 탄수화물을 보충하기에 딱이다. 가격도 저렴해서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버스를 타고 30분 쯤 달려 소금광산에 도착했다. 그런데 관광객이 너무 많다. 티켓을 사는 데만 거의 1시간 반을 기다렸다. 이럴줄 알았으면 여행 책자에서 안내해준 대로 시내에서 미리 티켓을 구할 걸 그랬다. 기다린다. 인생에서도 많은 기다림이 있듯이 여행에서도 기다림이 온다. 햇빛은 뜨겁지만 내가 갖고 있는 것들을 방패삼아 가리며 기다린다. 마음을 편하게 먹으면 다른 것들이 보인다. 기다리는 동안 주위를 둘러본다. 땅바닥에 앉아서 친구들과 신나게 떠드는 사람들, 아이스크림을 사와서 먹는 사람들, 맥주와 소시지를 사서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마치 놀이동산에 와서 인기 많은 기구를 타기 위해 줄을 선 모양새다.

드디어 소금광산으로 들어간다. 아니 내려간다. 나무 계단을 통해서 계속 내려가는데 끝이 안 보인다. 그래도 내려가는 길이라 수월하다. 우선 예상한 대로 시원하다. 밑으로 내려갈수록 더 시원해진다. 가이드 투어가 시작되는 지점부터 계속 내려가며 소금광산을 본다. 모두 소금으로 이루어진 동굴이다. 소금광산 안내는 모든 그룹이 가이드 투어로 이루어진다. 각 그룹마다 한 명의 가이드가 안내해준다.


아득하게 아래로 이어지는 나무 계단


가는 길 곳곳에는 과거에 소금을 채광했던 방법과 기구를 재현해 놓았다. 주로 간단한 도르래 원리를 이용한 수작업이 많았고 워낙 거대한 광산이기 때문에 안에는 말을 타고 이동하기도 했다고 한다.




한참을 내려가다 마주한 거대한 공간이 있다. 성당이다. 이 깊은 곳에 성당이 있다. 죽을 수도 있는 위험한 공간에서 일한 광부들이 신앙심으로 만든 것이다. 지하 110m에 있다. 소금으로 만든 여러 작품들 역시 광부들이 만든 예술품이라고 한다.




가장 깊은 곳인 130m까지 내려가 본 후 투어를 마무리한다. 2시간 정도 시간이 소요되었는데 내가 본 부분이 전체 광산의 1%밖에 되지 않는다고 한다.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 상상하기도 어렵다.




다시 지상으로 올라가기 위해서 엘레베이터를 탄다. 다행이다 걸어서 얼라가는 건 머릿속에 그려지지 않는다. 잠깐이지만 이 경험도 짜릿하다. 다시 지상으로 나오니 햇살이 눈부시다. 유럽의 바닥을 찍고 지상으로 올라왔다. 아주 깊은 여행을 하고 왔다.



유럽의 바닥에서 다시 지상으로 올려줄 엘레베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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