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촬영지를 여행하는 흥미로움
크라쿠프의 거리를 걸어본다. 아우슈비츠와 소금광산 비엘리치카에 다녀와서 크라쿠프 시내는 못 돌아봤다. 유럽에 남아 있는 중세의 광장 중 가장 넓은 곳이라는 중앙시장 광장에 다시 나가본다. 광장 한 가운데 직물회관이라는 Sukiennice가 있는데 여러 가지 기념품들을 판다. 수공예품으로 보이는 것들부터 아기자기한 물품들이 많다. 상점들이 계속 늘어서 있는데 그 길이가 100m나 된다고 한다. 밖에 나와서 보니 정말 길다.
성 마리아 성당은 13세기 고딕 양식의 건축물이다. 이번 크라쿠프 World Youth Day 덕분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들어가보지 못했다. 어느 시간에 가도 사람들이 길을 길게 서 있었다. 크라쿠프를 상징하는 고딕 건축물을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나는 발걸음을 옮긴다.
야기엘론스키대학을 찾아 갔다. 이 대학은 1364년 카지미에슈 왕이 세운 크라쿠프 아카데미의 전신이고 중동부 유럽에서는 체코의 카를 대학 다음으로 오래된 대학이라고 한다.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가 이곳에서 공부했다고 한다. 책에서 보고 듣던 그 코페르니쿠스라니. 신기하다. 뿐만아니라 199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 대학 출신이라고 한다.
아래로 더 걸어 비수와 강 근처로 가니 바벨 성이라는 곳이 있다. 걷으로 보기에도 높은 언덕에 위치한 성의 모습이다. 강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이룬다. 11세기부터 건축을 시작해 16세기에 완성했다고 한다. 그래서 다양한 건축양식을 바벨 성에서 볼 수 있다. 성에 올라 안을 살펴보며 걷는다. 비수와 강쪽도 한 번 바라보며 천천히 성 안을 둘러봤다.
바벨 성 남쪽으로 가면 카지미에슈 지구가 있는데 유대인 지구이다. 14세기에 카지미에슈 왕이 유대인 관용정책을 펼쳐 많은 유대인이 유입되었다고 한다. 카지미에슈에는 오래된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요제파 거리에 가면 아기자기한 상점들도 보이고 마치 옛 마을에 온 것 같다.
이곳은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실제 촬영지로도 유명한데 나는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의 촬영지를 힘겹게 찾아냈다. 실제 장소는 레스토랑 골목과 겹쳐 있어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 장소는 영화에서 나치를 피해 딸을 숨겨두고 엄마가 내려오던 계단이다. 딸을 안전한 장소에 들여보내고 계단을 내려오지만 곧이어 딸이 따라온다. 나치가 돌아다니고 있어 엄마와 딸은 계단 아래 공간으로 숨는다.
흑백으로 제작된 영화 <쉰들러 리스트>는 1,100명의 폴란드 유대인을 사업가로서 고용해서 목숨을 구하도록 한 오스카 쉰들러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토머스 케닐리의 녹픽션 소설을 각색한 후 <쉰들로 리스트>로 탄생되었다고 한다. 영화속에는 강제수용소가 나오고 유대인 주거지가 나온다. 쉰들러 역을 맡은 니암 니슨의 젊은 시절을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봤다. 만날 딸만 구하는 연기만 봤는데 그의 젊은 시절 연기 역시 대단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는 연기를 정말 잘 한다.
나는 영화속 쉰들러의 공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을 찾았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개장되어 방문객을 맞고 있는데 크라쿠프의 역사 그리고 전쟁의 끔찍한 모습들도 전시하고 있다.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희생된 사람들의 사진들이 한쪽 벽에 있는데 나는 벽 앞에 서서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 왔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먼저 보지 못했고 이번 여행에 와서, 그것도 실제 촬영지에 여행을 와서 보았다. 그래서인지 영화에 더 몰입했고 실제 장소에 가보는 것도 의미 있었다. 영화의 실제 촬영지를 와서 보고 감상하는 건 여행의 또다른 재미이다. 영화의 장면의 다시 떠오르고 배우의 연기가 머릿속에 상영된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 1993>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었다. 199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7개 부문에서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