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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 크라쿠프의 거리 그리고 쉰들러 리스트

영화 촬영지를 여행하는 흥미로움

by 의미공학자


크라쿠프의 거리를 걸어본다. 아우슈비츠와 소금광산 비엘리치카에 다녀와서 크라쿠프 시내는 못 돌아봤다. 유럽에 남아 있는 중세의 광장 중 가장 넓은 곳이라는 중앙시장 광장에 다시 나가본다. 광장 한 가운데 직물회관이라는 Sukiennice가 있는데 여러 가지 기념품들을 판다. 수공예품으로 보이는 것들부터 아기자기한 물품들이 많다. 상점들이 계속 늘어서 있는데 그 길이가 100m나 된다고 한다. 밖에 나와서 보니 정말 길다.


직물회관


성 마리아 성당은 13세기 고딕 양식의 건축물이다. 이번 크라쿠프 World Youth Day 덕분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들어가보지 못했다. 어느 시간에 가도 사람들이 길을 길게 서 있었다. 크라쿠프를 상징하는 고딕 건축물을 감상하는 것으로 만족하고 나는 발걸음을 옮긴다.


성 마리아 성당


야기엘론스키대학을 찾아 갔다. 이 대학은 1364년 카지미에슈 왕이 세운 크라쿠프 아카데미의 전신이고 중동부 유럽에서는 체코의 카를 대학 다음으로 오래된 대학이라고 한다.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가 이곳에서 공부했다고 한다. 책에서 보고 듣던 그 코페르니쿠스라니. 신기하다. 뿐만아니라 1993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비슬라바 쉼보르스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가 이 대학 출신이라고 한다.



야기엘론스키대학


아래로 더 걸어 비수와 강 근처로 가니 바벨 성이라는 곳이 있다. 걷으로 보기에도 높은 언덕에 위치한 성의 모습이다. 강과 어우러져 멋진 풍경을 이룬다. 11세기부터 건축을 시작해 16세기에 완성했다고 한다. 그래서 다양한 건축양식을 바벨 성에서 볼 수 있다. 성에 올라 안을 살펴보며 걷는다. 비수와 강쪽도 한 번 바라보며 천천히 성 안을 둘러봤다.


바벨 성 안의 풍경


바벨 성 남쪽으로 가면 카지미에슈 지구가 있는데 유대인 지구이다. 14세기에 카지미에슈 왕이 유대인 관용정책을 펼쳐 많은 유대인이 유입되었다고 한다. 카지미에슈에는 오래된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요제파 거리에 가면 아기자기한 상점들도 보이고 마치 옛 마을에 온 것 같다.


요제파 거리


이곳은 영화 <쉰들러 리스트>의 실제 촬영지로도 유명한데 나는 영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의 촬영지를 힘겹게 찾아냈다. 실제 장소는 레스토랑 골목과 겹쳐 있어 찾기가 쉽지 않았다. 이 장소는 영화에서 나치를 피해 딸을 숨겨두고 엄마가 내려오던 계단이다. 딸을 안전한 장소에 들여보내고 계단을 내려오지만 곧이어 딸이 따라온다. 나치가 돌아다니고 있어 엄마와 딸은 계단 아래 공간으로 숨는다.



흑백으로 제작된 영화 <쉰들러 리스트>는 1,100명의 폴란드 유대인을 사업가로서 고용해서 목숨을 구하도록 한 오스카 쉰들러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제작된 영화다. 토머스 케닐리의 녹픽션 소설을 각색한 후 <쉰들로 리스트>로 탄생되었다고 한다. 영화속에는 강제수용소가 나오고 유대인 주거지가 나온다. 쉰들러 역을 맡은 니암 니슨의 젊은 시절을 나는 이 영화를 통해 처음 봤다. 만날 딸만 구하는 연기만 봤는데 그의 젊은 시절 연기 역시 대단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그는 연기를 정말 잘 한다.


유대인들이 강제로 이동하던 다리


나는 영화속 쉰들러의 공장으로 사용되었던 곳을 찾았다. 지금은 박물관으로 개장되어 방문객을 맞고 있는데 크라쿠프의 역사 그리고 전쟁의 끔찍한 모습들도 전시하고 있다. 강제수용소로 끌려가 희생된 사람들의 사진들이 한쪽 벽에 있는데 나는 벽 앞에 서서 애도의 마음을 전하고 왔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먼저 보지 못했고 이번 여행에 와서, 그것도 실제 촬영지에 여행을 와서 보았다. 그래서인지 영화에 더 몰입했고 실제 장소에 가보는 것도 의미 있었다. 영화의 실제 촬영지를 와서 보고 감상하는 건 여행의 또다른 재미이다. 영화의 장면의 다시 떠오르고 배우의 연기가 머릿속에 상영된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 1993>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만들었다. 1993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감독상 등 7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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