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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밤을 연장하고 싶게 하는 부다페스트의 야경

부다페스트 밤의 끝을 잡고

by 의미공학자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유명하다. 화려한 불빛이 도시를 수놓고 아름다운 도나우 강에 그 빛을 비추며 함께 영롱하게 빛난다. 부다페스트에서 둘째 날, 나는 야경 투어를 신청했다. 어제는 유람선에서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탐색했으니 오늘은 제대로 만나봐야겠다. 한국인 가이드 분이 안내하는 야경 투어는 해질 무렵에 시작했다. 성 이슈트반 성당에서 모여 승합차를 타고 우리는 겔레르트 언덕으로 향했다.


언덕을 사뿐사뿐 오르며 처음 맞이한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처음부터 황홀했다. 이렇게 갑자기 황홀해지기도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낮에 보았던 세체니 다리가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고 부다 지구와 페스트 지구 역시 도나우 강 사이에서 각각의 빛을 내고 있었다. 해가 지면서 낮을 밝혔던 해가 부다페스트의 밤에게 바통 터치를 하는 듯했고 그 연결은 굉장히 부드러웠다. 나는 황홀하게 그 분위기에 빠져들었다.





겔레르트 언덕은 해발 235m의 바위산으로 헝가리인을 가톨릭으로 개종시킨 이탈리아 선교사 성 겔레르트의 이름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이미 부다페스트를 보고 온 사람들의 말처럼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화려했다. 프라하의 야경은 은은한 아름다움이라고 한다면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화려한 아름다움이다. 화려하면서도 나름의 분위기를 간직하고 있다. 붉은 석양에서 검은 밤으로 넘어가는 사이의 시간의 공뱍을 부다페스트의 야경이 채운다.





다시 부다 왕궁으로 가서 마차시 성당의 야경을 감상한다. 낮에 보았던 모습과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한다.





어부의 요새 역시 밤에 그 빛을 더 발산했다. 어부의 요새에 오르기 위해서 낮에는 입장료를 내야 했다. 하지만 밤에는 무료다. 낮에 밖에서만 봤던 나는 신나게 어부의 요새에 올라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실컷 감상한다. 마치 단단한 모래성을 만들어 놓은 듯하고 그 안에서 불빛이 흘러나오는 것 같다. 나는 천천히 부다페스트의 야경을 음미한다. 계속 바라보다가 하루 더 있고 싶은 생각이 든다. 고개를 저으며 나는 생각한다. 크로아티아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고.




야경 투어의 하이라이트인 국회의사당 앞으로 간다. 그런데 무슨 일인지 어제와 오늘 연이어 국회의사당의 야간 조명이 꺼져있다. 가이드 분도 이런 경우는 처음 봤고 어떤 사정인지 현지인한테 물어도 알 수 없다고 한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기다려야겠다. 언제 다시 또 와보라는 부다페스트의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마지막 포인트인 영웅광장으로 향한다. 영웅광장은 헝가리 건국 1,000년을 기념하기 위해 1896년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광장 가운데에는 기념비가 있고 주변에는 초대 국왕 이슈트반 1세부터 헝가리의 위대한 영웅들의 동상이 있다. 총 14명의 동상이 광장을 지키고 있다.



화려한 부다페스트의 야경 투어를 마치자 그 화려함이 내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았다.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화려한 아름다움이었다. 도나우 강과 함께 부다 지구 그리고 페스트 지구를 함께 연결해서 밝혀주는 세체니 다리까지.


부다페스트의 야경은 새벽 1시까지 볼 수 있다. 조명이 새벽 1시에 꺼진다. 밤을 연장하고 싶게 하는 부다페스트의 야경이다. 화려하면서도 영롱하며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 것 같다. 조명이 꺼지기 전에 이 밤의 끝을 잡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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