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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공학자 Aug 19. 2016

#52. 기차에서 만난 사람들

기차 여행의 낭만


유레일 패스로 유럽여행을 하며 가장 많이 이동하는 수단은 기차다. 기차에서 함께 배낭을 맨 많은 여행객을 만나고 '같은 열차'를 탔다는 동질감에 서로에게 미소를 더 보낸다. 그리고 말 한마디를 더 건넨다. 프라하에서 크라쿠프로 향하는 야간열차에서 만난 알콩달콩해 보였던 네덜란드 커플, 크라쿠프에서 비엔나로 갈 때 만났던 가족이 생각난다.


기차를 타고 목적지로 가는 동안은 여러 명의 사람들이 내가 탄 칸을 거쳐 갔다. 골든리트리버를 데리고 탄 사람이 내리고 잠시 혼자였다가 다시 함께 여행하는 엄마와 아들이 탔다. 스케이트보드를 소중히 여기며 위에 짐 선반에 올린다. 9살 정도 돼 보이는 아이는 카드를 꺼내 섞더니 엄마와 카드 놀이를 한다. 건너편에 앉은 꼬마 아가씨는 미미 인형을 마치 자랑하듯 쓰다듬는다. 일요일의 기차에서 풍경이다.




비엔나에서 부다페스트로 갈 때 20대 초반의 젊은 커플을 만났다. 내가 가진 유레일 패스 덕분에 1등석에 탈 수 있는데 나는 일부러 2등석에 탔다. 2등석에는 더 저렴하게 유레일 패스를 구입한 Youth 친구들이 있다. 나는 나이때문에 Youth 적용을 받지 못했지만 1등석에 타고 되고 2등석도 가능하다. 덕분에 나는 핀란드에서 온 그들과 두 시간 내내 수다를 떨었다. 남자친구는 군대에 자원입대해서 1년간 복무하고 대학에 가기위해 군에서 나왔다고 했다. 곧 다가올 9월부터 엔지니어링을 공부한다고 했고 여자친구는 산업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나 역시 엔지니어링을 전공했다고 하니 매우 흥미롭게 많은 것들을 물었다.


나는 어려운 점들도 많지만 그 과정에서 배우는 것이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나의 철강 엔지니어로서의 경험을 나누며 즐겁게 대화했다. 지금은 다른 분야인 코칭을 배우고 있고 이를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의 개념으로 나누어 설명하니 흥미로워했다.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내가 가진 생각을 설명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귀여운 커플은 내 이야기를 잘 들어주었다. 핀란드의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는 친구 승준이의 이야기를 하자 자신도 나중에 그 기업에서 일하고 싶다고 했다. 내 친구는 한국에서 그 글로벌 기업에서 일하다 핀란드에 있는 그 기업 본사에 몰래 입사지원하고 합격해서 갔다고 하니 젊은 커플이 낄낄대며 웃었다. 재미있는 상황이라며 함께 웃었다.

기차의 통로에 한 사람이 계속 서 있어서 우리가 앉아 있는 6개의 좌석이 있는 칸으로 들어오라고 그에게 말했다. 그가 좌석에 앉고 우리는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슬로바키아인이었은데 영어를 할 줄 몰랐다. 대신 우리는 만국공통어 바디랭귀지를 통해 소통했다. 피아노를 치는 그의 이름은 Rudolf Kosa 였는데 유튜브에 검색하면 연주하는 모습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나중에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곳에서 찾아보니 유튜브에 그가 있었다. 많은 연주 연상과 노래하는 모습이 있었다.



연주하고 있는 Rudolf Kosa의 유튜브 영상



핀란드 커플에게 나는 미리 사진을 찍어두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들은 웃으며 나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슬로바키아 친구에게 함께 사진을 찍자고 말했다. 사인을 미리 받아야 한다고 농담을 건네며 한 번 더 웃었다. 우리는 부다페스트에 도착할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며 즐겁게 여행했다. 짧은 만남이었지만 여행에서 누리는 만남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었다.

두 시간 내내 수다을 떨었던 기차 안에서


기차에서 만난 사람들 덕분에 여행이 더 풍요롭다. 만남에 있어 금방 헤어질 것을 미리 염두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이 순간, 만남의 기쁨 자체를 누린다. 그건 나만 느끼는 것이 아니다. 그 순간에 상대와 함께 느끼는 기쁘고 즐거운 감정이다. 그리고 그 또한 인생이라는 여행의 여정 중 하나이다. 인생의 만남에서도 이를 즐기고 싶다. 나중을 걱정하거나 판단하지 않고 그저 사람과의 만남을 즐기고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는 것, 알고 있으면서도 마음에 잘 각인 되지 않는다. 그러나 여행에서 다시 새롭게, 더 깊게 마음에 새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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