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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공학자 Aug 23. 2016

#53.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잠깐 들렀지만 인상 깊었던 푸른 자그레브


헝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에서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로 이동했다. 여전히 기차 여행의 낭만을 가득 품고 자그레브까지 달려왔다. 드디어 크로아티아다. 크로아티아로 오는 길에 여행객들과 영어로 대화를 나누며 크로아티아의 영어 발음이 ‘크로에이시아(Croatia)’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체코가 ‘체크(Czech)’라는 것도 체코에 가서 알았다. 부족한 영어 실력 덕분에 알아가는 재미가 있다. 크로아티아의 주 목적지는 드브로브니크로 정했다.





사실 TV 프로그램 ‘꽃보다 누나’에 나왔던 코스가 관광 안내 책에도 소개되어 있고 다양한 인터넷 정보에도 그랬다. 그래서 그랬는지 아니면 여행의 중반부를 넘어서인지 정해져 있는 건 뻔해 보였다. 그래서 똑같은 코스로 가기가 꺼려졌다. 나의 여행 경로를 새롭게 변경했다. 나는 아름다운 아드리아 해에 떠 있는 듯한 아기자기한 도시 드브로브니크까지 한 번에 가고 아드리아 해를 건널 계획을 세웠다. 아드리아 해를 건너보고 싶었던 욕구가 컸다. 물론 바다를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여행도 한 편의 일탈이지만 여행에서의 일탈의 즐거움을 느껴보고 싶기도 했다. 어느 정도 윤곽이 있는 경로만 정해왔을 뿐 상세한 계획을 정해 놓고 온 여행이 아니라서 이런 일탈이 가능하다.      




우선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 도착해서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기차역에서 내려서 10분 정도 걸으니 버스터미널이 보인다. 반갑다. 자그레브에서 두브로브니크까지는 버스로 12시간이 걸린다. 그래서 나는 저녁에 출발하는 버스는 예매했다. 출발 시간은 저녁 7시, 지금은 오후 1시다. 시간이 많이 남았다. 어딜 가야 할까. 날씨는 덥지만 자그레브 시내 투어에 나서본다. 나는 트램 티켓을 구매해서 시내로 가는 트램에 올랐다. 자그레브는 수도라고 하기에는 소박하지만 크로아티아를 보여줄 것만 같다. 과거에는 오랫동안 오스트리아와 헝가리 제국의 지배를 받아 왔고 19세기에 접어들어 새 건물들이 들어서고 광장이 생겼다고 한다. 그 광장에 하차했다. 반젤라 치크 광장은 만남의 장소처럼 많은 현지인들이 모여 있다.                





나는 광장에 내려서 지도 없이 그냥 걸어 본다. 먼저 멀리 보이는 성당을 따라 그리고 높은 곳을 따라 걸었다. 몇 개의 계단을 오르자 시장이 보인다. 시장을 알리는 입구의 할머니 동상이 정겹다. 우리나라 시장 할머니들이 머리에 물건을 얹고 걷는 모습이다. 돌라체 시장은 아침 일찍 문을 열어 오후에 파장이라는데 내가 도착한 시간이 파장인가 보다. 시장의 테이블 위에는 아침의 분주함을 말해 주 듯 과일 부스러기들이 바닥에 보인다.           





시장 옆으로는 수공예품들을 팔고 있었는데 테이블보와 레이스 옷들이 있다. 작은 길을 따라가니 작은 공원이 나와서 더위를 식혔다. 혼자 공으로 저글링을 연습하는 청년,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현지인의 모습이 보인다. 땀을 식힌 후 다시 높은 곳으로 향한다. 계단을 따라 오르다 다시 앉아 땀을 식히고 다시 올랐다.





작은 골목들을 감상하며 걷는데 여행 책자에서 본 성당이 보인다. 지도를 보고 걸은 것도 아닌데 신기하게 잘도 찾아왔다. 성 마르코 성당은 타일 모자이크가 인상적이다. 한적하면서도 사진을 찍는 관광객이 하나둘씩 보인다.      



성 마르코 성당



조금 더 내려가자 자그레브의 뷰포인트라고 하는 로트르슈차크 탑이 보인다. 뷰 포인트답게 여러 관광객이 모여 멋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남기고 있다. 친구들끼리 와서 함께 웃어가며 셀카를 찍는 모습에 나도 괜히 흐뭇하다. 여기에서 보는 자그레브의 시내 전경과 하늘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자그레브의 하늘은 자그레브와 매우 잘 어울린다. 하늘의 색이 옅으면서도 깊고 푸르다. 이를 배경으로 찍은 사진은 하나같이 멋진 배경이 된다.           





잠깐 들른 크로아티아의 수도 자그레브, 하늘과 조화를 멋지게 이루고 있는 도시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인상 깊었다. 아마 이번 배낭여행에서 가장 짧게 본 도시인 것 같다. 하지만 자그레브에서 본 하늘은 지금까지의 여행 중 가장 아름다웠다. 크로아티아와의 첫 만남은 푸른색이다. 이제 내일 만날 아드리아 해는 하늘과 어떤 조화를 이룰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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