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 부다페스트의 거리
부다페스트를 걷다
부다페스트에서의 둘째 날, 아침을 먹고 시내로 나간다. 날씨가 좋다. 맑은 바람과 따뜻한 햇살이 나를 도나우 강으로 인도했다. 부다 지구와 페스트 지구를 이어주는 다리인 세체니 다리로 향한다. 도나우 강을 사이에 두고 부다 지구와 페스트 지구가 있는데 부다 지구의 북쪽에 속하는 오부다까지 포함해서 부다페스트라고 한다. 도나우 강에 처음 놓여진 세체니 다리 덕분에 하나의 도시가 되었다고 한다. 부다페스트를 세운 마자르족은 동양인의 후예라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와 비슷한 점이 있었다. 매운맛을 좋아하고 이름을 우리처럼 성과 이름 순으로 사용한다.
세체니 다리를 건넌다. 멀리서 봤을 때는 뜨거운 햇살에 더울 것 같았는데 거대한 다리의 구조물들이 그늘을 만들어주고 강바람이 불어 시원했다. 기분좋게 다리 위를 걷는다. 세체니 다리는 영화 <글루미 선데이>의 주요 장면에 나온다고 하는데 영화를 챙겨 봐야겠다. 하늘 위로 지나가는 뭉게 구름이 세체니 다리 그리고 도나우 강과 멋진 조화를 이룬다. 다리를 건너면 부다 왕궁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있다.
걸어 올라가도 멀지 않다고 해서 나는 천천히 왕궁으로 걷는다. 올라가며 보이는 풍경이 마치 우리나라의 남한산성 같다. 높은 곳에 성곽이 있고 멀리 도시가 보이는 모습이다. 도나우 강과 함께 내가 건너온 세체니 다리 그리고 페스트 지구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 풍경을 담기 위해 많은 관광객들이 여기 저기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
부다 왕궁은 끊임없이 외세의 침략에 대응하기 위해 성을 지었다고 한다. 13세기 중반에 성을 지었으나 몽골군의 습격으로 파괴되고, 15세기에 재건했지만 오스만투르크에 의해 다시 무너졌다고 한다. 17세기가 되어서야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지만 1,2차 세계대전으로 또 다시 파괴었다고 한다. 궁전의 한편에서 남아있는 무너진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쪽에 보이는 매과에 속하는 마자르인들의 상징물 ‘투룰’이 있다.
왕궁을 돌아보고 성을 산책한다. 멀리보이는 부다 지구의 모습이 편안해 보인다. 녹색의 나무들 사이에 작은 집들이 보기 좋게 지어져 있다. 왕궁의 중심에는 마차시 성당이 있다. 고딕 양식의 건물로 헝가리 왕의 대관식과 결혼식을 이곳에서 거행했다고 한다. 성다의 한쪽 지붕은 졸너이제 모자이크인데 굉장히 화려하다. 고딕 양식의 건물과 신비로운 조화를 이루는 듯 하다.
성당 바로 옆에는 어부의 요새라는 전망대가 있다. 적의 침입을 방어하는데 어부들이 큰 역할을 했다고 해서 어부의 요새라고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전망대에는 아름다운 부다페스트의 모습을 가장 높은 곳에서 바라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성곽과 함께 부다페스트의 모습이 잘 어울린다.
배가 고파진 걸 보니 점심 때가 되었나 보다. 궁전을 내려가서 페스트 지구에 가서 점심을 먹을까 하다 가까운 곳에서 먹기로 한다. 밥을 먹으며 더위도 식히고 천천히 내려가고 싶은 마음에서이다. 사람들이 몰려있는 레스트랑으로 향한다. 셀프 레스토랑이라 선택한 음식을 달라고 해서 쟁반에 담고 가격을 지불하면 된다. 나는 덮밥 종류와 수프 그리고 필스너 맥주를 주문했다. 우리나라와 비슷한 입맛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래서인지 덮밥이 입맛에 맞았다. 함께 주문한 수프는 구아슈 수프라고 해서 소고기와 파프리카, 몇몇 야채를 넣고 끊인 수프이다. 사실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한 수프를 먹어봐서 굉장히 짤 것으로 생각했는데 전혀 짜지 않고 맛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