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통해 인생을 바라보다
길게 여행을 하며 익숙해지는 것들이 있다. 배낭을 다시 싸는 것에 익숙해지고 이동하는 것에 익숙해진다. 새로운 도시와의 만남이 익숙해지고 짧은 만남과 이별에도 익숙해진다. 그중 가장 아쉬운 것은 비슷한 경험을 할 때 나의 반응이나 감탄이 익숙해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새로운 도시에 와서 전망대나 성당과 같은 높은 곳에 올라 도시를 바라보는 경우가 있다. 높은 곳에 올라 도시를 조망하는 것은 흥미로운 여행의 일부이다. 그런데 비슷한 경험을 계속 하게 되면 내 머리는 나를 더 익숙해지도록 만든다. "이럴거야, 비슷할거야." 혹은 더 나아가 "올라가봤자 비슷한 모습일텐데 다리만 아프게 올라갈 필요가 있을까?" 짧은 누적의 경험에서도 이렇게 자기합리화를 해내는 우리 안의 무언가는 호시탐탐 우리의 순수함을 공략한다.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와서 성 이스트반 성당에 오를 때 나는 갈등했다.
"돈을 내고 올라가서
비슷한 풍경을 또 볼 것인가."
내 안의 떠오른 상념을 무시하고 나는 성당의 돔에 올랐다. 높은 곳에 올라 나는 새로운 도시와 마주했고 인사를 나눴다. 96m나 되는 높은 곳에 올라 바라본 부다페스트의 모습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내가 지나쳐온 감정을 바라봤다. 나는 익숙해지는 것에서 새로움 발견하기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 나는 여행에 대한 마음에 드는 글귀를 찾았고 여행하는 종종 그것을 생각했다.
"여행이란 새로운 곳을 찾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찾는 것이다."
이 글귀 덕분에 나는 여행의 순간순간에서 새로운 눈을 발견하는 즐거움을 누렸다. 한편 이번에 든 생각처럼 익숙해진 것에서 새로움을 나는 어떻게 발견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나는 부다페스트 성 이스트반 성당에 올라 익숙해진 것에서 새로움을 발견하고 있었다. 그것은 또하나의 새로운 눈이었다. 익숙해진 것에서 새로움을 어떻게 발견할까?
첫 번째 방법은 오래 지켜보는 것이다. 내가 보려고 해던 것만 나의 목적 달성을 위해서 보면 그것만 보인다. 다른 것은 보이지 않고 새로운 눈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오래 지켜보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인다. 다른 사람이 보이고 그 사람의 표정과 반응이 보인다. 주변도 보이고 상황도 보이며 이것들이 합쳐져 하나의 이야기가 보인다. 이를 발견하는 재미는 여행의 또다른 즐거움이다. 예를 들어 관광명소를 찾아 포인트를 찍고 다음 포인트로 이동하기 전에 지금의 장소에서 잠시 앉아서 천천히 둘러 본다. 장난치는 아이들이 보이고 그들의 부모, 형제가 그 모습을 바라보며 반응하고 기쁜 표정을 짓는 모습이 보인다. 그 안에는 매우 다양한 것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것들은 그냥 나의 목적지만 향해서 갈때 보이지 않고 주변를 둘러보며 갈때 보인다. 천천히 보아야 보인다. 때로는 조금 떨어져서 보아야 보인다. 이처럼 익숙해진 것도 오래 지켜보면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
두 번째 방법은 사람을 보는 것이다. 같은 곳을 보며 그곳을 함께 바라보는 사람들을 보면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 표면적으로 우리가 가장 쉽게 경험하는 것이 다른 이가 감탄하며 새로운 것을 보고 느끼는 모습을 보고 우리도 그렇게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그 사람의 모습을 통해 나를 새롭게 발견하거나 생각하지 못한 생각을 찾을 수 있다. 나는 성 이스트반 성당에 올라 사람을 보았다. 나이가 지긋이 드신 노부부는 먼곳을 함께 바라보며 손으로 그곳을 가리킨다. 그리고는 서로를 마주보며 살며시 웃는다. 같은 곳에서 만난 비슷한 연배의 관광객들과 인사를 나누며 웃는다. 노부부는 작은 기쁨을 잘 느끼고 충분히 누린다. 연인들은 다정하게 사진을 찍으며 그들의 행복한 추억을 사랑의 가슴에 담는다. 계속 피어나는 웃음이 그들의 행복을 말해준다. 나는 새로운 눈으로 이 모든 광경을 바라본다. 그저 먼 곳만 혼자 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보며 새로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내가 찾은 새로움이었다.
한 가지 방법이 더 있다. 익숙해진 것을 새로운 방법으로 해보는 것이다. 가장 큰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새로운 환경에 나를 던지는 것인데 이것이 어렵고 혼란스럽다면 조금씩 해볼 수 있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그 과정에서 분명히 새로움을 발견할 수 있다. 과거에 나는 뚜렷하게 잘 하는 것이 없었다. 그것은 재능이라고 하는 특별함이라고 할 때 그보다 덜 욕심을 부려서 다른 것들이라도 조금씩이라도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조금씩 새로운 시도를 해봤다. 새로운 방법으로 시도해보고 때로는 새로운 환경에 나를 가혹하게 던져보았다. 그만큼 변화와 성장에 대한 욕구가 컸던 것 같다. 이러한 과정에는 나는 새로운 눈을 찾았다. 그 새로운 눈은 누가 나에게 주어주는 것이 아니었고 내 안에서 발견한, 내가 나에게 주는 것이었다. 다양한 시도와 변화 과정에서 얻은 나였다. 내가 어떤 상황에서는 어떻고 또는 이럴 수도 있으며 어떤 방식이 나에게 가장 효율적이고 효과적인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익숙해진 것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일은 중요하다. 갓난 아기가 세상과 만나 새로운 것에 늘 감탄하며 성장하듯 우리는 익숙해진 것에서도 때로는 새로움을 발견하며 감탄하며 살아가야 인생을 더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 이것은 어렵지 않다.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마음의 여유를 갖고 세상을 바라보면 가능하다. 분명 인생이 더 풍요워질 것이고 투명한 순수의 기쁨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