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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공학자 Aug 23. 2016

#55. 아름다운 곳은 가는 길이 고된 법

12시간 버스 타고 도착한 두브로브니크


잠깐의 자그레브 시내 투어를 마치고 다시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12시간 동안 버스를 타야 한다. 오후 7시에 출발해서 내일 아침에 도착한다. 살짝 긴장된다. 한국에 있을 때 지방근무를 했기 때문에 4~5시간 버스 이동은 충분히 훈련했다. 그리고 이번에 독일 드레스덴에서 프랑크푸르트로 올 때 7시간 버스 이동을 해내긴 했다. 그런데 12시간은 조금 부담되는 게 사실이다. 세계여행을 하면서 러시아에서 72시간 짜리 버스를 탄 사람, 안나푸르나 라운딩 트레킹을 한 사람이 지금 내 이야기를 들으면 피식 웃을 판이다. 이정도 가지고선.


그렇다. 어깨를 펴고 나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다. 크게 스트레칭을 하며 버스를 기다린다. 드디어 나를 12시간 동안 긴장하게 할 버스가 도착했다. 현지 버스에서 아시아인은 내가 유일했다. 대부분 현지인들이었고 그들은 대부분 두브로브니크로 가는 길에 있는 도시 스플리트 행이었다. 몇몇 12시간을 함께할 여행객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좌석에 앉았다.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신나는 크로아티아 음악과 함께 버스가 시동을 걸었다. 두 명의 운전사 아저씨들은 3시간씩 교대로 운전했다. 휴게소는 1시간에서 2시간마다 들렀는데 우리나라처럼 대형 휴게소가 아니라 작은 식당 같은 곳이었다. 나는 버스가 멈출 때마다 내려서 열심히 스트레칭을 했다. 일반 고속버스에서 12시간을 버티기 위해선 내 몸을 최대한 움직여야 했다.



버스 안
휴게소 근처 새벽 풍경
휴게소에서, 12시간을 함께하고 있는 버스



두브로브니크에 가는 길은 정말 쉽지 않았다.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 주기 전 험난한 길을 제공해서 감동을 더 크게 할 것인가 보다. 가는 길에 두 번이나 여권 검사를 했다. 이는 두브로브니크 바로 위에 있는 해안도시 네움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연방 땅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잠이 들었다가 깨기를 반복하고 여권 검사를 마치자 굽이진 도로를 달린다. 두 번의 여권 검사 말고도 험난한 길이 계속 이어진다. 시간은 새벽 5시를 넘기고 있다. 그리고 밖은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했다.





어쨌든 나는 두브로브니크에서 첫날, 일출과 함께 달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도시 거제도 해안도시를 달리 듯 내가 탄 버스는 달렸다. 창밖으로 펼쳐지는 해안도시의 풍경도 아름답고 신선하다. 새벽이 뿜어내는 신선함과 함께 아침을 천천히 열어주었다. 그리고 드디어 두브로브니크에 도착했다. 나는 생각한다. '아름다운 곳은 가는 길이 고된 법' 지금 내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 그 말의 뜻을 말해주고 있다.





밤새 버스에서 허리를 세운 채 고생한 나의 피곤은 어디로 가고 나는 멋진 풍경을 에너지로 받아들였다. 환전을 하고 숙소를 찾아 나선다. 그런데 갑자기 나의 왼쪽 발목이 뜨거워진다. 나는 깜짝 놀라 내 다리를 봤다. 말벌이 내 발목을 쏘았다. 나를 환영해주는 크로아티아의 말벌이 정신을 번쩍 들게 해준다. 제대로 보고 가라는 경고인가. 다리가 부어오르기 시작한다. 그래도 다행인 건 다른 더 위험한 부위가 아닌 다리에 쏘인 것이고, 걷는 데는 문제가 없다는 점이다. 가려운 건 참으면 되고 부기는 며칠 있으면 빠질 것이다. 따끔한 환영을 받으며 나는 두브로브니크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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