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1.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하다

나홀로 떠나는 여행의 매력

by 의미공학자


여행 전에 읽었던 책이 참 좋았다. 에크하르트 톨레의 <삶으로 다시 떠오르기>였다. 제목부터 나를 사로잡은 그 책은 나를 매료시켰다. 책 전반을 궤뚫고 있는 주제가 바로 에고인데, 여러 가지 상황과 내용들을 두고 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하는 것이었다. 그 일을 하는 주체는 바로 나다. 그리고 그 '나'가 진정한 내 안의 나이다. 책을 읽어가며 약간은 혼란스러운 부분은 역시 계속해서 연습하고 훈련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잠잠해졌다.





이번 여행에서는 그 훈련을 계속 할 수 있다. 그것도 다른 근심 걱정없이 그냥 그 현상을 바라보며 할 수 있었다. 내 안에서 내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갑자기 어떤 생각이 들기도 하는지, 혹은 이러한 생각들이 어떤 흐름으로 흘러가는지 보는 것이다. 그렇게 하다보면 진정한 나를 만난다. 내가 그것들을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바라볼 수 있으면 그것들을 조절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 왜냐하면 내 안에 있는 일들이기 때문이다. 이것을 바로 빅터 프랭클 박사가 말한 자극과 반응 사이의 간극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인간만이 그 일을 할 수 있다. 인간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주체적으로 자신의 의식을 통해 말과 행동을 선택할 수 있다. 또한 그 힘의 영역이 얼만큼인지 결정하는 것도 바로 인간이며 나 자신이다. 이것이 내면의 무한한 가능성이다. 때로는 인간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큰 힘을 발휘하거나 내성을 보여줄 때가 있다. 그때가 바로 내면의 무한한 가능성이 크게 확장된 순간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여행이 길어지고 여행에서의 경험이 누적되면서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하는 것이 재미있어 진다. 나를 조금 더 알아가는 것 같고 인생이라는 여행을 다 재미있게 살아갈 용기가 생긴다. 여행 전에 읽었던 이 책 덕분에 그 일을 즐기고 있다. 책을 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유튜브에 톨레의 영상을 찾아본 적이 있다. 그 영상에서 톨레 강연 후 한 참석자가 톨레에게 질문을 했다. 질문의 내용은 내 안에 나를 바라보는 것을 어떻게 계속 바라보고 선택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이었고, 질문의 뉘앙스로 봤을 때 질문한 참석자는 그것을 위해 집중해서 노력을 하는 듯 보였다. 톨레의 대답은 이랬다. 그것은 집중한다고 해서 갑자기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자연스러워질 때가 있다고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톨레 입장에서는 당연한 이야기지만 톨레는 아주 많은 영역을 뛰어 넘어 대답을 했다. 내 생각에도 그 일, 즉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관찰하는 일에 너무 몰두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오히려 답답하고 거북스럽다. 내가 왜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그런데 이번에 길게 여행을 하며 그 일들을 받아들이고 연습하니 나름 자연스러워졌다. 자연스러워지는 과정 다음에 일어나는 일은 앞서 말한 것처럼 내가 조절할 수 있고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일어나는 일들을 수월하게 계속해서 조절을 쉽게 할 수 있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다만,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 차분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내 마음은 편안해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여행의 후반부에 들어서니 생각들이 글로 풀어진다. 이 또한 재미있다. 여행은 또 나에게 이런 선물을 준다. 고맙다.


많은 이들이 나 자신을 알라고 말한다. 어떻게 하면 나 자신을 알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내면의 탐색을 강조하지만 사실 세상과 등지고 자신의 속마음을 들여다본다고 해서 스스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구체적인 상황, 관계, 환경에서 어떤 감정을 느끼고 어떤 결정을 내리고 어떻게 행동하느냐를 깊이 관찰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렇기에 나는 꿈을 분석하는 것보다 자신의 선택과 행동을 깊이 관찰하는 게 자기를 이해하는 데 있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익숙한 상황에서 습관적으로 행하는 일상의 선택이나 반응과 달리 여행 중에는 새로운 상황에서 사회적 압력이 약화된 가운데 선택과 반응을 하게 된다. 따라서 여행지에서 수많은 선택과 행동을 통해 자신을 이해하고, 그 전까지 몰랐던 또다른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자신을 이러저러한 사람이라는 틀에 가두지 말고, 여행 중에 자신이 어떤 사소한 선택을 하는지 무엇에 이끌리는지 관찰해보자. 때론 당혹스럽겠지만 무척 재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정신과전문의 문요한의 <여행하는 인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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