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치아의 가장 오래된 카페
산 마르코 광장에는 유명한 카페가 있다. 1720년에 문을 연 플로리안 카페는 산 마르코 광장이 생기기 전에 문을 열었다. 300년 가까운 역사를 자랑하는 카페이다. 유럽을 대표하는 문학가들도 자주 왔고 카사노바가 이곳에서 선수 기질을 발휘했다고도 한다. 나는 산 마르코 광장을 한 바퀴 돈 후 카페 안으로 들어갔다. 오래된 듯 보이면서도 고풍스러운 내부 인테리어가 역사를 말해주는 듯하다.
밖에서 연주되는 생음악을 감상하며 커피를 마시기 위해선 한 사람당 음악 청취 비용 6유로를 지불해야 한다고 메뉴판에 안내되어 있다. 주로 이탈리아 영화에서 나온 곡들이 연주되었다. 잠시 후에 나는 익숙한 곡이 내 귀로 흘러들어오는 것을 알았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의 Ost가 연주되었다. 기분 좋게 흥얼거리며 나는 메뉴판을 천천히 살펴보며 무엇을 주문할지 살핀다. 커피를 좋아하는 나는 가장 무난한 카페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Tray에 에스프레소 더블샷, 뜨거운 물, 따뜻한 우유가 나왔다. 에스프레소 맛은 강렬하면서도 쓰지 않은 맛이다. 깊고 진한 커피 맛이 걸쭉하게 느껴진다. 절반 정도 마시고 뜨거운 물을 부으니 익숙한 아메리카노 맛이 났다.
커피맛을 보며 아름다운 선율의 음악이 연주되는 고풍스러운 카페 안에서 나는 눈을 감고 그 분위기를 느낀다. 내 마음에 신이 난 지휘자가 들어온 기분이 들고 흥겨운 리듬이 온몸을 들썩이게 한다. 커피맛은 깊고 달콤하다. 그리고 강렬하다. 카페의 오랜 역사가 깊이 느껴지는 맛이라고 할까. 기분이 좋다. 이런 분위기를 누릴 수 있다니 참 행복하다.
오래된 역사만큼 이곳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왔다 갔을까. 나도 그중에 한 사람이고 지금 막 내 옆자리에 앉은 가족 여행객들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불어를 사용하는 이 가족은 엄마, 아빠, 고등학생 같은 큰 아들, 둘째는 중학생 따, 초등학생 막내아들로 구성되어 있다. 엄마는 한 사람당 오케스트라 음악에 대한 비용을 내야 한다는 메뉴판의 안내를 보았는지 알뜰하게 세 잔만 주문한다. 딸에게는 케이크를 주문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잠시 후 딸의 테이블 위에는 달콤한 초콜릿이 놓였다. 딸은 어느 부분부터 먹을지 귀엽게 고민하다가 맛있게 한입 떠서 입으로 가져간다. 막내아들은 핫 초콜릿을 맛있게 먹는다. 슬쩍 봤더니 핫 초콜릿이 거의 초콜릿을 녹여놓은 듯이 걸쭉하고 진하게 생겼다. 막내아들은 입에 초콜릿을 묻혀가며 맛겠게도 마신다. 이곳의 핫 초콜릿은 실제로 1720년부터 내려오는 가장 유명한 메뉴라고 한다. 의외로 달지 않고 약간 씁쓸하면서도 진한 카카오 맛이 난다고 한다. 자식들이 먹는 것만 봐도 흐뭇해 보이는 표정의 엄마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의 엄마 모습과 다르지 않다.
오케스트라 주위에는 많은 외부 테이블이 있다. 밖에서 주문한 사람들은 이 작은 오케스트라와 더 가까이 앉아 음악을 감상하며 커피를 맛본다. 드넓은 산 마르코 광장의 중심이 이곳인 것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