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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의미공학자 Sep 13. 2016

#73. 베네치아를 떠나며

반갑고 황홀한 선물과도 같았던 베네치아


베네치아에서의 마지막 날, 오늘은 야간열차를 타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로 이동하기 때문에 오전과 오후 시간에 베네치아를 더 볼 수 있다. 그런데 아침부터 날씨가 흐리더니 비가 온다. 숙소에서 우산을 빌려 밖으로 나갔다. 오전에는 그냥 카페에 앉아 커피나 한 잔 하고 싶다. 나는 그렇게 하기로 한다.





리알토 다리 근처에 있는 카페에 앉았다. 물의 도시 베네치아에 비가 내리는 모습이 운치가 있다. 카페에 앉아 커피 한 잔과 함께 비 오는 소리를 듣는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며 비 오는 거리를 바라본다. 마음이 가라앉으며 차분해지는 느낌이다. 워낙 관광객이 많아서 한편으로는 이런 모습이 어색하기도 하지만 비 오는 분위기가 좋다.





비 오는 날은 곤돌라를 운영하지 않을 것 같았는데 우의를 입고 운행하는 몇몇 곤돌라가 보인다. 승객들은 우산을 쓰고 비 오는 베네치아를 감상한다. 비가 오면 사람들의 발걸음이 느려진다. 물론 우산을 쓴 사람의 경우이다. 나와 같이 천천히 빗소리를 들으며 비 오는 거리를 감상하며 걷는다. 평소보다는 깊은 생각에 잠긴듯한 사람들을 보는 것도 재미있다. 나도 마음을 가라앉히고 여유를 가져서 좋다. 천천히 늑장 부리다가 저녁에 기차에 오르기만 하면 된다.

"보운 조르노"

이탈리아 카페 직원의 아침 인사가 상쾌하다. 카페에 새로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날씨가 쌀쌀하다며 양손으로 자신의 어깨를 감싸며 자리에 앉는다. 우산을 쓰고 가는 사람들, 우의를 입고 사진을 찍으면서 걷는 사람들, 비가 오는데도 물건을 운반하는 사람들 등의 다양한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비 오는 날, 물의 도시 베네치아의 카페에 앉아 마시는 커피 한 잔이 행복하다.

오후와 저녁에는 아쉬운 마음을 달래기 위해 베네치아의 골목을 돌아다니고 광장을 배회했다. 반갑고 황홀한 선물과도 같았던 베네치아가 고맙다.



곤돌라를 타고 관광하는 여행객들
리알토 다리


산 마르코 광장
리알토 다리 위에서 바라본 풍경
저녁시간 조용한 골목의 한 카페 풍경



다시 또 플랫폼 앞이다. 유럽 기차 여행을 이어가며 나는 기차표를 예약하는 일, 플랫폼을 찾은 일, 기차를 기다리는 일이 익숙해졌다. 여유가 있는 나는 플랫폼에서 지는 해를 바라본다. 플랫폼은 언제 봐도 그때의 멋이 있다. 해와 함께 있을 때는 나름의 운치를 드러내고 여행객들과 함께 있을 때는  매우 활기차다. 모든 사람을 품을 듯한 품으로 넓게 자리를 잡고 있는 플랫폼은 매력이 있다. 제 시간 안에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사람에게는 단호하다. 정해진 시각에 자신이 품었던 기차를 목적지로 출발시킨다.





플랫폼에 앉아서 여행객을 관찰하는 것이 재미있어졌다. 이제 막 도착해서 설렘 가득한 표정으로 플랫폼을 빠져나가는 사람들, 허겁지겁 자신의 기차를 향해 달려가는 사람들이 보인다. 어느 상점 앞에 배낭을 내려놓고 앉아 자신의 기차를 기다리는 여행객도 있다. 가장 바쁜 건 역내 방송을 하는 사람이지 않을까. 승객이 제시간에 기차에 오를 수 있도록 열심히 안내 방송을 한다. 이번에 탈 베네치아에서 잘츠부르크까지 가는 열차는 야간열차이지만 침대 칸은 아니다. 저녁 9시경에 출발해서 새벽 4시쯤 도착한다. 아마 이번 여행에서 마지막 야간열차가 될 것 같다. 잘츠부르크에 가면 뮌헨에 갔다가 프랑크푸르트까지만 가면 되기 때문에 긴 여정이 더 이상 없다. 동유럽을 한 바퀴 도는 셈인데 막판에 이탈리아까지 추가되면서 바다도 건너 동유럽을 아주 크게 돌았다.

기차가 출발하고 베네치아가 멀어진다. 해가 지고 고즈넉한 분위기가 그 아쉬움을 말해준다. 아쉬운 마음에 나는 괜히 다 마신 캔맥주를 다시 입에 털어 넣는다. 손인사를 하는 듯한 구름과 하늘 사이로 베네치아가 멀어진다. 물 위에 떠 있는 물의 도시 베네치아를 떠나며. 안녕, 베네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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