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모습
일상에서 발견하는 살아가는 힘
책에서 좋은 글귀를 발견해서 노트에 정성스럽게 옮겨 적는다. 그리고 다시 찬찬히 읽어보며 마음에 새겨본다. 꽤 괜찮은 마음의 깨달음을 얻었다는 풍족한 수확의 기쁨을 누린다. 깨달음의 발견일 수도 있고 때로는 작은 감상이 되기도 하지만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흐른다.
삶의 의지를 다시 북돋을 수 있는 작지만 만족스러운 전환점은 책에서 얻을 수도 있지만 생각지도 못하게 우연히 일상에서 발견하기도 한다.
얼마 전 시간이 생기기도 했고 친구들이 보고 싶어서 지방에서 거주하고 있는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중 한 친구는 대학 졸업 후 서로 먹고 살기 바쁘다는 핑계로 수년 동안 보지 못한 친구다. 대학 시절에는 함께 밤을 새 가며 공부하고 어려운 과제를 놓고 같이 고민했던 친한 친구다. 물론 지금도 친한 친구이지만 각자의 험난한 사회생활의 공백이 왠지 모르게 서로를 어색하게 했다. 약간의 어색함은 각자의 삶을 이야기하며 다시 옅어졌다. 사실 삶을 이야기하며 거창한 것을 이야기하진 않았지만 그 안에는 살아가는 힘이 있었다. 오롯이 자기 앞에 주어진 일을 하며 자신의 삶을 살아가는 꿋꿋한 의지가 존재했다.
이 친구를 만나고 다시 다른 도시로 운전대를 돌렸다. 운전하는 내내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의 훈훈한 우정이 내 몸을 좋은 기운으로 감쌌다. 다른 도시에서 만난 친구는 나를 위해 평일 칼퇴근을 하고 왔다. 우리는 삼겹살에 소주를 마셨다. “직장생활은 어때?”라는 나의 질문에 녹록지 않은 직장생활일 것을 누구나 아는데도 이 친구는 “그렇지 뭐”라며 소주를 홀짝였다. 시시콜콜한 상황을 더 이야기하지 않아도 “그냥” 살아가는 것이 오히려 더 빛나 보였다. 물론 소주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상황과 이야기를 더 나누었다. 하지만 대부분 대화의 끝은 다시 ‘그냥’이었다. 소박하지만 오히려 그게 더 큰 힘과 유연함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친구를 만날 때면 더 감사한 마음이 든다. 여기까지 오랫동안 함께 올 수 있었던 것도 감사하고 오랜만에 만나도 기쁘고 만남 자체만으로도 힘을 얻을 수 있어 좋다. 새롭게 발견하는 힘은 놀랍게도 대단한 것이 아니다. 그저 각자의 자리에서 자신을 삶을 살아가는 모습이다. 친구의 존재와 그 친구의 삶에서 친구인 내가 다시 힘을 낸다. 일상에서 발견하는 살아가는 힘이 기분 좋게 가슴을 가득 채운다. 오히려 내가 향기로운 선물을 받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