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이후의 시간과 생각
첫 직장 퇴사 후 4년이 흘렀다. 그사이 휴식과 충전의 시간을 갖고,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내고, 여행을 가고, 하고 싶은 공부를 하고, 책을 쓰고, 다른 회사에 다녀보며 한 번뿐인 인생의 시간을 채웠다. 인생에서 퇴사라는 경험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꽤 크다고 느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랬다. 쉽게 결정하지 않았기 때문이고 이렇게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매년 가졌기 때문일 것이다.
첫 직장에서 근속 5년을 채운 후 처음으로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훌쩍 지나버린 5년이 야속했고 소중한 내 인생이 너무 빠르게 지나버린 것 같았다. 그때 느꼈다. 돌아볼 때 떠오르는 생각의 소중함을. 지난 일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성찰했다. 어려웠던 일이나 힘들었던 경험도 긍정적으로 돌아보니 현재 이어지는 인생의 시간에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직장생활 5,6년을 한꺼번에 정리하고 퇴사 후로는 1년에 한 번씩 뒤를 돌아봤다.
어느덧 퇴사 후 4년이 흘렀다. 지금 시점에서 그동안의 돌아봄을 다시 떠올려보면 성과에 과하게 치우쳐있었다. 관성이었다. 오리려 관성에 가속이 붙었다. 큰 결정을 했고 실행에 옮겼으니 무언가 성과를 더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에 휩싸였다. 물론 덕분에 이루고 해낸 일들이 많다. 다만 지금 느끼는 점은 한쪽으로 너무 치우치지 말아야겠다는 가벼운 다짐이다. 성숙하고 성장하며 생기는 조절력은 자유로움을 선사한다. 그중에서도 주도적인 조절감은 기분 좋은 자유로움으로 다가온다. 글로 정리하고 돌아보는 지난 시간의 소중함이 가치로 생성되는 과정이다.
퇴사 후 3년을 돌아보는 시점 이후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다시 조직생활을 하겠다고 호기롭게 들어갔던 두 번째 회사를 관두고 독립적으로 일을 하기 시작했다. 퇴사 이후부터 시작한 자영업인 카페 운영은 퇴사 이후의 시간과 함께 시간이 누적되어 만 4년을 기념했다. 그사이 또 다른 많은 사람들을 만나며 세상을 배우고 사람을 배우고 나를 알아왔다. 퇴사 후 4년 시점에서 다시 변화를 돌아본다.
첫 직장을 그만둔 이후로 줄곧 관심을 가져온 일의 영역은 강의였다. 누군가를 돕는 일에 흥미, 재미, 의미를 느낀다는 점을 알아차린 후로 준비했다. 직업을 바꾸는 과정은 험난했다. 강사를 만나러 다니고 강의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을 쌓았다. 조금씩 강의를 해나가며 준비했다. 다른 일을 하며 강의를 병행했다. 어떻게 할지를 준비하는 과정이 다른 일과 강의를 병행하는 시기였고 약 2년 전에 독립했다.
독립했다는 뜻은 조직의 힘 없이도 수익을 발생시키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완벽하게 준비하는 시점은 오기 힘들다. 도전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다시 성장이 일어날 것으로 믿고 시작했다. 다행히 지나온 시간은 그렇게 채워졌다. 아니 그렇게 채웠다. 프리 에이전트로써 교육 비즈니스에 연결을 시도했고 프리랜서로서 교육의 현장에서 강의했다. 어떤 시장이든 경쟁이 치열한데 강사 시장 역시 마찬가지였다. 멀리 떨어져서 보다가 안으로 들어오니 파도가 몸을 덮쳤다. 나름대로 구상한 전략으로 헤쳐나갔다. 그중 가장 중요한 전략은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겠다는 것이었다. 교육 비즈니스에 참여하는 교육컨설팅 및 교육서비스에게 필요한 가치를 제공하고 그럴 수 있는 가치로 눈에 띌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실행을 지속했다.
구체적인 실행계획에는 실력이 포함되어야 했다. 다시 강사로서 역량과 능력이 실제로 나타나야 했다. 현실이었다. 현장에서의 모든 강의가 중요하고 늘 평가되지만 특히 처음이 중요했다. 처음에 더 집중하고 신경 썼다. 장사에서도 가장 중요한 점이 재구매이듯이 강사 역시 다시 연결될 수 있는 가치를 만들어 내야 한다. 또한 그만한 임팩트를 줄 수 있도록 실력을 키워야 한다. 축적되는 실행의 시간도 성장의 과정으로 연결해서 매일같이 돌아보고 성찰했다. 이 과정에서 필요한 세세한 부분들에 관심을 가졌다. 이를테면 강사 프로필, 강의주제와 커리큘럼, 제안서 등을 만들고 미팅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차별성을 포함하고 보여줄 것인지 고민했다. 당연히 필요한 작은 것들이지만 고민을 거듭하니 괜찮은 방법이 나왔고 적용한 후 효과도 좋았다. 교육 회사인 두 번째 회사에서 배운 실무가 도움이 되었다. 오래 다니진 않았지만 조직경험이 있는 상태에서의 배움이라 흡수가 빨랐다. 그리고 적용의 속도를 올리는 과정이 독립의 과정이 되었다.
지난 2년간 전국의 대학에서 강의했다. 강의 레퍼런스를 정리하며 강의했던 대학의 이름을 업데이트하는 기쁨을 누렸다. 한 국립대학교에서는 학기 과목을 의뢰받아 운영하고 이번 새 학기에도 이어가게 됐다. 몇몇 대기업에서 강의하고 다양한 비즈니스 영역의 기업에서도 강의했다. 대학교육, 기업교육, 창업교육의 영역에서 도전하며 역량을 향상하는 동시에 나의 한계를 가늠했다. 일의 영역에서 독립한 지 대략 2년의 시간이 흐르고 있다. 생존을 위해서, 현실을 위해서 집중한 부분이기 때문에 돌아보면 써 내려간 글의 양보다 할 말이 많다. 다행히 그동안 열심히 달려온 덕분에 감사한 현재를 살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배우고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사는 즐거움을 많이 느낀다. 물론 이 안에도 스트레스가 있고 고민이 있고 두려움도 따른다. 하지만 과거의 나와 비교했을 때 분명 지금이 훨씬 더 좋다. 원하는 그림을 그리고 색칠해서 선명해지는 느낌이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중요하다. 돌아보는 시간을 통해서 더 잘하고 더 즐겁게 해 나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한편 여러 직업 중 하나인 강사뿐만 아니라 겸직하고 있는 다른 직업에 있어서도 성장을 이어가고 싶다. 부업인 카페 운영을 돌아보며 자영업자로서 앞을 그려본다. 칼럼을 기고하고 책을 쓰는 영역에서의 발전 역시 고민한다. 즐거운 고민을 이어간다.
내가 원하는 목적지는 어디일까. 자주 고민했다. 나름대로 찾은 답은 ‘조절’이었다. 구체적으로 마음의 조절이었다. 성장기부터 갖고 있던 불안감의 근원으로부터 발견한 목적지였다. 내가 원하는 것은 마음이 요동치지 않은 것이었다. 마음이 편안하길 원했다. 고민과 성찰 그리고 연습과 훈련을 거듭한 끝에 어느 시점 이후로는 편안하다. 때때로 작은 요동이 오지만 예전처럼 파동이 크지 않고 조절력이 생기기도 했다.
퇴사 후 3년과 비교했을 때 퇴사 후 4년을 돌아보면 조금 더 좋아진 느낌이다. 나이라는 것이 더해져서 더 좋아졌을 수도 있다. 이렇게 돌아보는 시간을 가진 덕분일 수도 있겠다. 어찌 됐든 좋다. 성찰의 과정과 시간에서 나 자신을 더 알아간 덕분에 조절의 영역과 범위 자체를 조절하기도 한다. 물론 앞으로도 계속해나가야 할 부분이지만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며 갈 자신이 있다.
프리랜서로 독립을 준비하며 어찌 두렵지 않았을까. 두 번째 직장을 그만두고 본격적인 프리랜서로 활동하기 전에 한 달 동안은 헬스장에서 운동만 했다. 기초 체력을 쌓으며 마음의 근력을 모았다. 한 달 정도 운동을 했더니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과연 나를 얼마나 믿을까?
나의 대답은 ‘적당히’였다. 그랬다. 나의 인생에서 나는 스스로를 채찍질하는 데 능숙했지 자신을 믿는 일에는 서툴렀다. 서투를 겨를도 없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기도 했다. 그날 나에게 던진 질문은 큰 울림이 되었다. 그때부터 나는 나 자신을 진짜로 믿었다. 가장 먼저 나를 믿어보기로 했다. 아니 그냥 그렇게 했다. 그동안 적당히 믿어왔다면 진짜로 믿을 작정이었다. 주로 쓰는 노트 앞에 나를 믿겠다는 다짐을 써넣었다. 효과는 대단했다. 내 인생에서 이렇게 나를 믿어본 적이 없었다는 사실에 나의 마음과 몸이 반응했다. 나의 행동이 달라지고 성과가 달라졌다. 과거에도 열심히는 달려왔는데 뭔가 달랐다. 조절력이 생기기도 했기 때문에 조절하며 그리고 근본적으로 자신을 믿으며 달리는 것은 분명 달랐다. 표정으로 나타나고 행동으로 이어지고 다른 사람과의 연결에도 작용한다. 한 번은 지인에게 이런 말을 했더니 내 눈빛이 말해주는 것 같다며 감사한 칭찬을 해주었다.
앞으로도 60여 년을 함께 가야 하는 나의 존재의 소중한 한 부분이 마음이다. 지금처럼 돌아보며 서로 챙겨가며 앞으로도 즐겁게 나아갈 것이다.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빠르게 조절하며 인생의 시간을 마음과 함께 채워가고 싶다.
시간을 돌아보며 다시 마지막은 사람이다. 사람으로 시작해서 사람으로 연결되고 사람에게 향한다. 퇴사 후의 시간에 가장 많은 시간을 채운 대상은 사람이다.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지금도 만나고 있다. 조직생활을 이어갔어도 만나는 사람의 양이 늘었겠지만 과거의 경험을 기울기가 포함된 그래프로 표현할 때 그 양과 정도는 차이가 있다. 나의 경우에는 퇴사 후에 만나는 사람이 훨씬 다양했다. 그 과정에서 역시 많은 배움이 있었다. 사람을 통해 배운다는 것은 사람을 보고 자신을 돌아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기 성찰의 좋은 뜻이다.
최근 몇 년간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잘 지내고 싶고 때로는 무언가 나에게 도움이 되는 연결이 되길 바라고 때로는 마음의 상처로 복잡해지기도 했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로 정리하고 싶진 않다. 다만 지금 느끼는 점은 모두 소중했고 지금 이 순간에도 소중하다는 것이다. 지금 떠오르는 사람을 생각하면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새로운 영역에서 사람들을 만나며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고 수많은 사람들 중에서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음에 감사하다. 지금 떠오른 사람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며 앞으로도 소중한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 앞으로 만나는 사람들과도 기쁜 마음으로 만남을 이어가고 싶다.
과거를 돌아보며 미래로 가보는 연습을 다시 해본다. 그때 역시 사람이 남을 것이다. 현재 주위의 있는 사람들이 고맙다. 나도 그런 존재가 되기 위해 매사에 노력해야겠다. 사소한 표현부터 도움을 줄 수 있는 것들도 기분 좋게 떠올려봐야겠다. 함께 즐겁게 가고 싶다.
퇴사 후 4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설레는 미래를 떠올린다. 다시 한 발짝 또 힘차게 내딛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