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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프랑크푸르트 소시지는 쫄깃했다

진짜 프랑크 소시지를 맛보다

by 의미공학자



아침에 호스텔에서 돈을 내고 아침식사를 했지만 밖으로 나오자마자 나의 식욕은 다시 솟구쳤다. 거리의 카페에 진열해놓은 샌드위치와 크로와상은 보는 것만으로도 군침을 돌게했다. 숙소에서의 아침식사가 뛰어나진 않았기 때문에 괜히 더 그랬다. 아침에 도시 곳곳을 돌다보니 다시 배가 고파졌다. 어제 카메라 충전을 하지 않고 아침에도 셔터를 계속 눌러댔더니 배터리도 배가 고프다고 했다. 나는 숙소로 돌아가서 배터리를 충전하며 눈을 좀 붙였다. 어젯밤에 코를 심하게 골았던 친구 덕분에 잠을 못잤더니 괜시리 피곤했다. 적당히 쉬고 12시가 다 되어 체크아웃을 했다.


배낭을 메고 나는 다시 걸었다. 중앙역에서 내려오는 길로 마인강 쪽으로 향했다. 그런데 뢰머 광장을 지나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이곳에 와봤던 익숙한 기분이 들었다. 건물들을 본 것 같고 예전에 꼭 와봤던 생각이 들었다. 마인강을 향해 계속 걷다가 중요한 지점에서 나는 깨달았다. 지나가다가 본 한 건물의 유리를 통해 내 모습이 비춰졌다. 그런데 그 모습이 아주 강렬하게 내 머릿속을 쳤다. 그 모습은 분명히 처음 본 모습이 아니었다. 그때 알았다. 나는 이곳에 처음 온 것이 아님을. 나는 4년 전에 이곳에 왔었다. 직장생활할 당시, 여름 휴가때 유럽 4개국 패키지 여행으로 왔었다. 그런데 내 기억에 독일은 하이델베르크만 간 걸로 되어 있었다. 그런데 나를 비춘 유리를 보자 그 기억이 살아났다.


4년 전에도 사진을 찍었던 거울 문



그때는 반대쪽에서 지금 이 유리쪽으로 걸어왔고, 똑같이 이 유리 앞에서 카메라로 비춰진 나의 모습을 찍었었다. 그리고 오늘 나는 똑같이 행동했다.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나는 오늘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내가 만나는 경험을 했다. 한편으로는 그때의 여행사진을 한번도 다시 꺼내보지 않았음을, 또 한편으로는 패키지 여행에서는 더 정신을 차리고 여행에 임해야 함을 생각하고 있었다. 어찌 됐든 마냥 신비로운 느낌을 간직한 채 마인강변을 계속 걸었다.




20킬로그램의 배낭을 메고 걷다보니 쉬고 싶었다. 나는 강 너머로 보이는 벤치에 가서 앉았다. Slow trip을 실천하며 나는 꽤 오랫동안 벤치에 앉아 마인강을 감상했다.


다리 건너 멀리 보이는 벤치가 편안해 보였다
그 벤치로 가서 앉았다. 편안하고 고요했다.


조깅을 하는 사람들, 친구들과 모여 수다를 떠는 사람들, 산책을 나온 부부, 아빠의 쉬는 날을 맞아 산책을 나온 부자의 모습이 보인다. 어린 아들은 자신에게 있었던 일들을 아빠한테 신나게 늘어놓는다. 아빠는 흐뭇하게 바라보며 함께 걷는다. 여유로워 보였다.


강에서 잠시 나온 오리들도 강변에서의 여유를 즐기는 듯 보였다. 시원하게 부는 강바람과 함께 독일에서의 7월 초 여름을 그대로 느꼈다. 기온은 20도 안팍으로 적당히 시원했다. 그러고보니 배가 고프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진짜 여유를 그대로 느끼고 있었나보다. 강변에 유람선 같은 곳에서 맥주와 식사를 팔았다. 나는 어디에서 점심식사를 할지 고민했다. 내 머릿속은 어제 먹지 못한 프랑크푸르트 소시지로 가득 차 있었다. 강변을 따라 걷다 결국 마땅한 곳을 발견하지 못하고 다시 중앙역을 향해 걸었다. 크게 다시 한 바퀴 돌아온 뒤, 숙소가 있던 카이저 스트리트의 한 레스토랑에 앉았다. 나는 쉐퍼호퍼 바이젠 밀맥주와 프랑크푸르트 소시지를 주문했다. 뭔가 해낸 기분이 들었다. 드디어 프랑크푸르트에서 프랑크푸르트 소시지를 먹게되었으니 말이다.



맥주 맛은 역시 일품이었다. 프렌치 프라이와 함게 나온 소시지를 내 앞에 마주했다. 소시지가 한 줄만 나와서 허기진 내 배에 물었다. 양에 차겠느냐고 물었지만 나는 벌써 소시지를 썰고 있었다. 물론 짧은 시간 안에 사진도 한 장 찍었다. 소시지가 길어서 양은 충분했다. 맛은 어땠을까? 프랑크푸르트 소시지의 맛은 쫄깃했다. 익숙하게 듣던 그 표현대로 쫄깃한 맛이었다. 온기가 느껴지는 소시지의 쫄깃함은 내 입에 전해졌다. 적당히 매콤한 맛도 어우러져서 내 허기진 배를 만족시켰다. 쫄깃한 소시지는 나의 기대도 만족시켰다. 나는 기분 좋게 그리고 천천히 소시지를 음미하며 점심 식사를 즐겼다. 온전히 그 맛을 느끼며 그 시간을 즐겼다.


맥주 한 잔 더 마시고 싶었지만 소시지를 다 먹어버려서 더 주문하진 않았다. 친절한 직원이 ‘Another one?’이라고 물었다. 나는 3초간 망설이다가 거절했다. 한 잔 더 마시면 조금 있다 탈 기차에 취해서 오를 것 같았다. 소원성취를 해서 그런지 기분이 아주 좋았다. 쫄깃했던 프랑크푸르트의 소시지 맛, 다시 만난 나의 기억을 흐뭇하게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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