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하노버!
아침에 예약해 놓은 독일의 초고속 열차 ICE(InterCity Express) 시간에 맞춰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으로 향한다. 오후 5시 16분 기차다. 오후 시간이라 역은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각 플랫폼 근처에는 기차표와 안내 전광판을 번갈아 확인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시간이 조금 남아 역 안에 있는 서점을 구경하고 다시 플랫폼 근처 사람들을 살핀다. 가족을 만나러 혹은 여행을 위해 역을 찾는 사람들의 표정이 각양각색이다. 나도 그중에 한 명으로 흐뭇한 여행객의 미소를 짓고 있다.
내가 탈 기차의 플랫폼을 확인해야겠다. 나는 1번 플랫폼 앞으로 갔다. 이미 정차해 있는 기차가 내가 탈 기차인지 궁금해졌다. 안내 전광판을 보고 확인해보지만 잘 모르겠다. 기차 시간이 임박해오고 몇 몇 사람들이 기차에 오르길래 나도 기차에 올라탔다.
운 좋게도 저렴하게 끊은 기차표를 자랑스럽게 가슴에 앉고 좌석을 확인했다. 옆으로 보이는 좌석이 고급스러워 보인다. 이래서 1등석이구나 하며 나는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 앞에 앉은 독일인에게 물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이 기차가 아니란다. 이제 남은 시간은 15분. 나는 허겁지겁 다른 플랫폼으로 달려간다. 플랫폼 1a와 1b가 있었다. 그런데 달려가는 와중에 역내 방송이 울린다. 내가 타려던 기차가 다른 기차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나와 비슷하게 허둥대는 사람들은 일제히 한 곳으로 향한다. 새로 들어오는 기차가 있는 플랫폼 1a 쪽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몇몇 사람들은 동시에 같은 질문을 역무원들에게 물었다. 나도 그 대답을 듣고 질문 하나를 던졌다.
“What about the seat?”
왜냐하면 내 기차표의 열차는 14호차였는데 바뀐 열차는 겨우 5칸짜리였기 때문이다. 역무원은 손을 흔들며 내게 말했다. 좌석은 없다고 했다. 1등석의 꿈은 그렇게 날아갔다. 나는 겨우 기차에 올라 혹시 서서 가게 되는 건 아닌지 걱정하며 자리를 살핀다. 가족석에 혼자 앉아 있는 독일인 앞으로 가서 양해를 구한다. 앉아도 된단다. 나는 배낭을 내리고 숨을 고르며 자리에 앉았다. 피식 웃음이 나왔다. 1등석은 아니지만 그래도 잘못된 기차를 타진 않았음에 나는 안도했다. 그렇게 나는 프랑크푸르트 역을 출발해서 하노버로 향했다.
처음 타보는 독일의 고속열차는 조용했다. 시속 300km에 가까운 초고속임에도 안정적이고 조용했다. 덕분에 나는 기차여행을 하며 밖을 감상해야겠다는 다짐을 잊은 채 2시간 내내 졸았다. 겨우 잠에서 깨니 도착시간이 임박해있었다. 하노버 역이 가까워졌음을 알리는 방송이 들렸다. 나는 배낭을 들쳐 메고 기차에서 내렸다.
잠에서 막 깨서 그런지 약간은 몽롱한 가운데 하노버와의 첫 만남을 가졌다. 눈부셨다. 하노버 중앙역으로 나오자마자 눈부시게 빛나는 도시가 있었다. 역 앞은 많은 사람들이 모인 축제의 장과 같이 빛났다. 사람들도 살아있음을 뽐내고 햇빛도 강렬하게 도시를 빛냈다. 그렇게 하노버와의 눈부신 첫 만남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