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최대의 항구 도시, 함부르크
하노버에서 함부르크행을 택한 건 함부르크가 항구도시이기 때문이다. 항구와 배를 좋아하는 나는 함부르크의 항구를 보고 싶었다. 독일 최대의 항구 함부르크의 항구로 발걸음을 옮긴다. 항구는 거대했다. 나의 발걸음이 다다른 곳에서 봐도 넓었는데 저 멀리보이는 곳까지 합하면 어마어마한 면적이다. 나는 지도에 나와 있는 항구쪽만 향해 걸었다. 지도에 ‘잠수함’이라고 쓰여 있는 곳을 향했다. 그리고 드디어 잠수함이 나온다. 퇴역 잠수함을 관람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입장료를 내고 잠수함 내부를 구경한다. 나는 잠수함 내부를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밖에서만 잠수함을 바라본다. 오랜만에 보는 바다 용사들이 반갑다. 곳곳에 색이 바래기도한 검정색의 잠수함은 겉보기에도 오랜시간을 지내온 듯 하다.
항구가 도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관광을 위한 유람선도 보인다. 멀리는 컨테이너 등의 하역을 위한 크레인들이 즐비하다. 항구근처 둑에 앉아 데이트를 하는 연인, 책을 읽는 사람들, 산책을 나온 가족들이 보인다. 주차장에는 캠핑차들이 꽤 많이 보이는데 캠핑여행 중인 가족들이 차 안에서 인사를 건넨다.
나는 하펜시티라고 하는 쪽으로 걸었다. 하펜시티는 항구 옆 버려진 땅을 재활용하여 복합 문화공간을 만든 곳이다. ‘항구 속 도시’라고 불릴만큼 잘 만들어졌다. 그 안에는 박물관과 문화시설이 있고 중세의 항구 풍경을 보존해 놓은 구간도 있다. 나는 우선 하펜시티의 항구에 앉아 항구를 그대로 느꼈다.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흘러가는 유람선, 하늘을 유영하는 바람을 바라본다. 많은 관광객들이 이곳을 찾는다. 주로 유람선을 많이 탄다. 지나가는 길에 아이스크림 가게가 있었다. 유치원에서 단체로 줄을 서있어서 한참을 기다려야 했는데 의자에 앉아 계속 그 풍경을 천천히 바라봤다. 아이스크림을 기다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참 예쁘다. 나는 천천히 나의 순서를 기다리며 항구의 풍경을 감상한다.
아이스크림을 맛보고 한참을 앉아 있다가 ‘란둥스부뤼겐’이라는 곳으로 간다. 바로 옆에 있다. 함부르크 항구의 관문이라고 하는 ‘선착장들’이라는 뜻의 란둥스부뤼겐에는 과거에 실제로 유럽과 미국사이를 오가던 거대한 범선이 있다.
하펜시티의 중심으로 가본다. 새롭게 만든 구역이기 때문에 하펜시티는 신구가 공존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1800년대 후반 항구에서 물건을 싣거나 내릴 수 있도록 창고 사이에 수로를 낸 창고거리가 있다. 붉은색 벽돌로 지은 창고건물들 사이로 바닷물이 차 있다.
천천히 걷고 있는데 아주 익숙한 푯말이 눈에 띤다. 순간 내가 잘못 본 것인지 고개를 다시 한 번 돌린다. 다리 이름을 알리는 표지판에 한글이 쓰여 있다. ‘부산교’라고 쓰여 있다. 주윙 어떤 설명이 있진 않았는데 굉장히 반가웠다. 내가 좋아하는 항구도시 부산 덕분에 함부르크행을 선택한 면도 있는데 여기에서 ‘부산교’라는 친구들 만나니 반가웠다.
바다 멀리에는 아주 큰 공장이 보인다. 궁금하다. 자전거를 타고 산책을 나와 나와 같은 곳을 바라보는 연세가 지긋한 독일인이 보인다. 나는 물었다. 혹시 멀리보이는 공장이 어떤 종류의 공장인지 물었다. 그는 모른다고 했다. 제철소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나만 궁금했나보다. 나는 발걸음을 옮긴다.
옆에 마르코폴로 타워가 있다. 이 건물은 2010년에 완공된 주거용 건물인데 많은 건축상을 휩쓸었다고 한다. 바다 풍경과 함께 잠시 감상했다. 지나가는 길에 미니 자동차를 즐기는 사람들을 만난다. 귀여운 굉음을 내며 달리는 자동차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항구의 큰 모습만 감상했지만 왠지 마음이 더 넓어지는 기분이다. 나에게 항구는 그런 기분을 안겨준다. 아주 많은 것을 품고 멀리 나가기 위한 용기가 충만한 모습이랄까. 망망대해에 나가도 기죽지 않고 헤쳐나갈 수 있는 용기를 항구가 충전해주지 않을까. 나는 항구를 바라보면 기분이 좋다. 이런 항구의 모습을 낮에만 볼 순 없다. 많이 걸어다닌 덕분에 조금 피곤했지만 나는 밤에 다시 올 마음을 먹는다.
밤에 함부르크 항과 하펜시티를 다시 찾았다. 낮에 봤던 창고 거리의 모습은 몇 배나 멋지게 변해 있었다. 하펜시티 곳곳의 거리도 조명과 함께 그 조화로운 빛을 낸다. 가로등 하나도 거리를 멋지게 밝혀준다. 그 멋진 길을 걸으며 함부르크 항구를 걷는다. 기분이 좋다. 야경을 한층 더 아름답게 만들어주는 은은한 조명들이 고맙다. 멀리보이는 항구의 빛은 신선하다. 내가 보는 항구의 모습은 밤이다. 밤의 항구는 낮보다 더 역동적이다. 어둠을 밝히고, 그 가운데 배가 드나든다. 컨테이너들이 옮겨지고 많은 사람들이 작업에 참여할 것이다.
낮에 걸었던 길 역시 멋있다. 조금 지나다 보니 엘브 터널이라는 곳이 있다. 지도에서 본 이 터널을 사실 낮에는 찾지 못했었다. 밤에 그냥 걷다가 발견했다. 이 터널은 항구의 외항과 연결된 지하 터널이다. 중요한 점은 육지와 외항을 연결하기 위해 만든 이 기술을 1911년에 실현했다는 것이다. 당시만하더라도 강 밑으로 터널을 뚫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독일 건축공학의 기술력을 직접 느끼고 있다. 터널 입구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가면 터널이 나온다. 터널을 건너면 외항으로 갈 수 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계속해서 터널을 건넜다.
조금 높은 곳으로 올라와서 다시 함부르크 항구의 야경을 감상한다. 함부르크는 매력적인 항구도시다. 함부르크에 오길 잘했고 야경을 보기위해 밤에 항구를 다시 찾길 잘했다. 시원한 바다 바람을 느끼며 함부르크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