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의 옛 수도 크라쿠프에서의 행운
폴란드의 옛수도 크라쿠프에 아침 일찍 도착한 덕분에 크라쿠프에서의 첫날이 여유가 있다. 숙소에 짐을 풀고 샤워를 한 후 밖으로 나왔다. 환전을 하기 위해 찾은 근처 백화점 안이 인산인해다. 푸드코트는 앉을 자리가 없다. 이 모습은 시작에 불과했다.
광장에 나가니 그 모습이 마치 지구촌 축제와 같다. 수많은 관광객 그룹들이 국기를 들고 광장을 가득 채웠다. 나는 플로리안스카 문을 지나 중앙시장 광장으로 향한다. 플로리안스카 문은 중세시대에 성 안으로 들어가는 문 중 하나이다. 현재는 8개의 문 중에서 유일하게 남아있다.
성 문을 지나 늘어선 레스토랑과 카페를 지나 중앙시장 광장과 마주한다. 이 광장은 남아 있는 중세의 광장 중 가장 넓은 곳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보니 그 넓이가 한 눈에 안 들어오지 않는다. 그만큼 넓은 광장이다. 그리고 그 공간을 관광객들이 채우고 있다. 마치 만국기가 휘날리듯 여러 나라의 팀들이 지나간다. 광장의 한쪽에는 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그 위에서 밴드가 공연을 하고 있다. 마침 이 분위기에 맞게 'We are the world' 노래를 연주한다. 사람들이 양손을 머리 위로 흔든다. 'We are the world'
배에서 신호를 보낸다. 먹을 시간이다. 광장 주변에 괜찮아 보이는 외부 테라스에 앉았다. 우리나라 만두와 비슷한 폴란드 음식 피에로기(Piergi)를 주문했다. 이 음식은 중국의 교자가 러시아를 통해 폴란드에 전해졌다고 한다. 나는 맥주 주문도 물론 잊지 않았다. 피에로기의 종류가 여러 가지였는데 모듬으로 주문했다. 조리법은 삶기와 튀기기가 있고 튀긴 피에로기는 조금 더 비쌌다. 나는 튀기는 방법을 선택했다. 맛은 우리의 만두와 아주 비슷하다. 튀긴 정도가 많이 바삭하진 않아서 아쉬웠지만 맛있고 맥주와 잘 어울렸다.
배을 채우고 다시 광장을 돌아본다. 인파가 심상치가 않다. 성 마리아 성당에 오르려고 하는 순간 나는 보았다. 이 많은 인원이 괜히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님을. 오늘은 세계 청년 대회(World youth day)이다. 성당 앞 LED를 통해 알게되었다. 야기엘론스키 대학을 돌아본 후 거리를 걸었다. 그런데 경찰이 많고 도로는 통제되어 있었다. 검색을 해보니 세계 청년 대회는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1986년에 창시해서 3년마다 다른 도시에서 열린다고 한다. 기본적으로는 가톨릭 신자들의 단결과 찬양하는 면이 있긴 하지만 특정 종교에 국한되지 않는 성향을 띠고 있다고 한다. 로마카톨릭교회에서 주최하기 때문에 이곳에 교황이 방문한다는 말이다. 경찰의 도로 통제는 교황 방문을 뜻했다. 나는 사람들의 배열에 합류해서 우리나라에도 다녀간 프란치스코 교황을 기다린다. 프란치스코 교황을 검색해보니 2시간 전에 트위터에 글을 남겼다. WYD(World Youth Day)를 축하는 메시지이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금 폴란드 크라쿠프에 함께 있는 것이다.
드디어 교황님이 지나가신다. 정말 순식간이었다. 하지만 나는 교황님의 환하고 평온하며 평화로운 미소을 보고 만났다. 나는 종교가 있지 않지만 마음이 평온해졌다. 내 안에 내면 공간이 크게, 넓게 그리고 아주 깊이 확장된 기분이 들었다. 나는 그 자리에 서서 한참 동안이나 그 여운을 느꼈다. 조금 더 보태자면 마음의 자잘한 걱정과 고통이 치유되는 느낌이랄까. 프란치스코 교황의 환한 미소가 마음속 깊은 곳에 각인되었다. 참 신기한 경험이다. 미리 알고 온 것도 아닌데 여행지에서 우연하게 교황님을 만나다니. 피식 웃음이 난다. 그리고 활짝 웃어본다. 프란치스코 교황님 처럼.
나는 폴란드 크라쿠프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만났다. 내가 지금 테러가 발생하고 있는 유럽에 있어서 그런지 평화에 대한 마음이 더 간절해진다. 교황님의 환한 웃음과 같이 세계가 평화롭게 함께 웃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든 이의 마음이 평안하길 바란다.
여행에서 이런 행운까지 만나다니, 여행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