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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Jan 18. 2019

'평범'이라는 삶의 무게

평범함의 기준은 누가 정한 건가요?


얼마 전 점심시간을 쪼개 대학 친구를 만났다.

그 친구와의 신기한 인연을 설명하지 않을 수 없다. 대학 때부터 술잔을 수도 없이 나누던 친구였는데 그 친구와 함께 했던 무리의 별명이 酒酒총회였을 정도였다. 거의 매일 연락을 하고 수도 없이 만났던 친구였다.

졸업 후 친구는 내가 일하는 건물의 다른 회사로 취직 해 같은 건물에서 일을 했다. 그리고 몇 년 후 그 친구는 거리가 꽤 먼 다른 회사로 이직을 했고, 얼마 후 나도 회사를 옮겼는데 그 친구가 일하는 건물의 바로 앞 건물이었다.

우리 인연 왜 이러냐며 웃으며 연락을 했고, 요즘은 점심시간에 만나 점심 수다를 떠는 사이가 되었다.


이렇게 긴 시간 물리적으로 심리적으로 가까웠던 친구지만 어느 순간부터 마음 한편엔 섭섭함이 그림자처럼 생겨났다. 나는 친구보다 몇 년 먼저 결혼을 했고, 아이를 낳으면서 어쩔 수 없이 싱글 때처럼 함께 밤새 술잔을 나누거나 번개모임을 함께 할 수 없게 되면서인 듯하다.


시간이 흐른 지금은, 어쩔 수 없이 멀어지는 친구를 서운해하거나 아쉬워함 없이 바라보고 있다.

양쪽을 다 쫓다간 양쪽을 다 놓치게 될 것을 알기에. 친구가 행복해하는 삶과는 다른 행복을 찾아 떠난 나의 삶은 이제 다른 궤도에 들어섰기에. 각자의 궤도에서 서로를 응원해주기로 했다.




지나간 추억들을 친구의 얼굴 위에서 그려보는데

친구가 결심한 듯 말을 꺼냈다.



"아이 낳지 않기로 결정했어."



전부터 고민해왔던 걸 알기에 결국 결심했구나. 싶었다.

그러면서도 친구도 아이 엄마가 되면 좀 더 가까워질 타이밍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었나 보다.

갑자기 마음속에서 서운함이 불쑥 치고 올라오는 것이 느껴졌다.


서운한 내 감정은 내 감정이고, 먼저 친구를 바라봤다.

자유롭고 모험하며 살길 좋아하는 친구에게 아이를 낳고 달라진 나의 삶을 입혀보았다.

행복할까? 아닐 것 같았다. 자기 자신이 더 잘 알기에 이런 큰 결정을 내렸을 거였다.




다른 말은 필요하지 않았다.

"잘했어."



친구는 그제야 한숨 놓았다는 듯

"다들 너처럼 말해주면 좀 좋아? 어찌나 말들이 많은지 정말 스트레스야."

내 한마디에 참았던 말을 쏟아냈다.



자신과 다른 선택을 하는 타인을 참지 못해 하는 사람들이 많은 듯했다.



'평범하게 애 낳고 사는 게 제일 행복한 거야.'

'사람들이 많이 하는 건 다 이유가 있어'

라고 회유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평범한 게 뭘까?'

친구는 나에게 물었다.



'글쎄, 난 아이만 낳으면 그런 말 안들을 줄 알았는데

 이제 둘은 낳아야 평범한 거라고 하던데?'


'휴우-'

둘이 동시에 한숨을 내뱉었다.


결혼을 안 했으면 하는 것이

아이가 없으면 낳는 것이

하나를 낳고 나면 둘째를 낳는 게

그러고 나면 어느 정도 평수가 되는 집을 사야 평범하다는 말들.

...

끝없는 평범이라는 오르막만 오르다가

끝도 없이 평생을 그 기준을 맞추다가


결국은 한 줌 재가되어 평범한 항아리에 담겨

평범한 서랍 한 칸에 들어가는 그런 평범한 삶을 말하는 걸까.


평범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다만 평범은 갖춰야 할 조건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이란

누구에게나 가능하고

누구나 누릴 수 있는 사소한 일상 이어야 하지 않을까?


아침에 일어나서 새로 산 시리얼을 먹으며 기분 좋아하는,

자는 아이의 날숨 냄새를 맡으며 낮잠을 청해 보는,

겨울을 기다리며 뜨개질을 하는 시간,

아무도 밟지 않은 첫눈에 첫 발자국을 남기는 그런 일들.


각자의 방식으로 행복을 느끼는 일상의 조각들.




더 이상 누구도 평범이라는 높디높은 기준으로 불안해하지 않았으면.

평범하게 라는 말이 누구에게나 행복한 말이 되었으면.

누구나 평범하게 자신만의 평범을 누렸으면.





친구가 자신만의 평범을

행복하고 꿋꿋하게 지켜나가길 응원한다.








나 또한

의심하지 않고 불안해하지 않고,

그저 오롯이 나의 평범함을 바라보자고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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