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아이를 낳으면 내 새끼는 예쁜 거지?
예뻐 죽겠는 거지?
너무너무 행복한 거지?”
다그치듯 물었다.
나와 비슷한 시기에 결혼했지만 아직 아이가 업는 친구가
대뜸 내게 물어왔다.
“그래 맞아! 엄청 행복해!! 무조건 낳아!”
라는 대답을 원했을지도,
“절대 낳지 마!!”
라는 대답을 원했을지도 모르겠다.
나는 어떤 대답을 해야 할까 고민하다 섣부른 대답 대신 주절주절 TMI를 하나 둘 늘어놓았다.
“어제저녁을 먹다가 갑자기 다호가 왼손을 가리키며 엄마!
오른손을 가리키며 아빠!라고 하고 머리 위로 두 손을 쭉 추켜올리더니
반짝반짝 두 손을 반짝였어.
그래서 내가 엄마 아빠가 하늘의 별 같아?
그랬더니 "응!" 하며 웃었어.”
“아침마다 아이는 노느라 관심 없는 아침밥 먹이랴,
어린이집 가방 챙기랴, 마음은 바빠 죽겠는데
걸핏하면 핸드폰을 두고와 다시 집으로 뛰어들어가곤 했는데
오늘 아침에 함께 현관을 나서려는데 다호가
"엄마, 여보세요~ 어디가 또?"라고 묻는데 너무 부끄럽더라.”
“며칠 전엔 핸드폰을 들고 이방 저 방 불을 끄고 이 짐 저 짐 챙기느라
난리인 나를 보고 다호가 급하게 손짓을 하며
"엄마! 아야 쿵! 삐요삐요차 와요. 다호 꺼 다호 꺼!" (엄마 번역: 엄마! 그러다 핸드폰 떨어뜨릴 각이네, 나한테 핸드폰 맡겨.)
라고 하는 거 있지? 너무 웃겨”
“다호랑 나랑, 놀이터에서 놀다가 같이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와서는
한참을 미끄럼틀에 누워서 지나가는 구름들을 바라봤어.
온 세상의 시간을 모조리 흡수해 버린 것처럼, 느리게 흘러가는 큰 구름들 사이를
작은 구름 하나가 날쌔게 지나가길래
"다호야. 아기 구름이 급하게 어디 가나 봐!"
그랬더니 다호가
"엄마! 엄마!” (엄마 번역: 엄마 구름한테 가나 봐!)
라고 대답하는 거 있지?”
주절주절 TMI를 늘어놓다가 친구에게 나도 몰랐던 내 감정들을 주절주절 늘어놓았다.
아이를 낳은 지 2년이 넘어가지만, 아직도 육아가 뭔지 잘 모르겠고, 가끔씩 ‘내가 애엄마라니!’ 소스라치게 놀랄 때도 있어.
때때로 너무 힘들고, 일이 조금만 바빠지면 아이와 나 사이에서 갈팡질팡 정신을 못 차리겠어.
힘들어. 상상 이상이야.
폭풍 같은 하루가 지나고 저녁에 아이를 재우면서 운 적이 수도 없이 많아.
나는 아이를 낳는 선택을 했어.
아이와 함께 한다는 건, 때론 힘들고, 외롭고, 죄책감에 시달리고, 때론 두려움에 휩싸이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이런 작은 행복을 최대한 누리고 간직하려고 해.
너도 어떤 선택을 하던, 작은 것들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 인생의 행복은 아이가 결정하지 않아,
결국 내가 결정하는 거니까.
어떤 선택을 하던 넌 괜찮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