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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요 Dec 26. 2018

어차피 엄마 마음 입니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여러 가지 예상치 못한 난관이 많이 있었지만 그중 가장 의외의 복병은 바로 모르는 아줌마, 할머니들의 기습 육아 코치였다. 이 육아 코치는 전혀 예상치 못한 곳에서 예상치 못한 다양한 타이밍에 받게 된다. 보통은 “아이~ 예쁘다~”로 시작해서 “애를 너무 춥게 입혔네.” “양말은 왜 안 신겼어?” “너무 덥겠다 옷을 얇게 입히고 모자를 씌워” “애를 왜 이렇게 걷게해! 몸살 나!” 같은 말들로 사방에서 훅! 치고 들어온다. 이럴 땐 그냥 “아~ 네~” 대답하며 웃으며 지나가는 것이 나의 유일한 대응 방식이다.


어느 일요일 아침, 늦잠 자는 아빠를 위해 아이와 단둘이 동네 산책에 나섰다. 아이는 아침에도 저녁에도 에너지 100%이고, 순간 출력 속도는 람보르기니 급 이기에 끈이 달린 가방을 착용시키고 길을 나섰다. 아이와 달리다가 걷다가 재미있게 산책을 하는데 멀리서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네 할머니)  자매님~ 우리나라 사람이에요?

나) 아… 네… (왜 그러지?)

동네 할머니) 당장 그 끈 빼세요.

나) 네?

동네 할머니) 애가 소, 돼지도 아니고 그게 뭐야, 당장 그 끈 빼세요!

나) (시선 회피)

동네 할머니) (내가 듣지 않자 아이를 향해) 엄마한테 나는 소, 돼지가 아니에요 끈 풀어주세요~라고 해~

멀어지는 우리를 향해 명령하듯,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이의 안전을 위한, 그리고 자유롭게 걷고 싶어 하는 아이를 위한 나의 선택을 한순간에 아동학대로 만들어버리는 말이었다. 집에 돌아와 잠에서 깬 남편에게 있었던 일을 얘기를 하며 ” 내가 애를 팼어? 아님 내가 애를 방치했어? 나 참 그게 그렇게 잘못된 일이야?” 하소연했다. 남편은 웃어넘기라며, 자기의 경험담을 얘기해줬다. 백화점에 남편과 아이 단둘이 갔는데 아이가 물을 먹다가 딸꾹질을 했다고 한다. 하루에도 여러 번 여러 가지 이유로 딸꾹질을 하고, 멈추기를 반복하기 때문에 남편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유모차에 앉히고 짐을 싸고 있었다고 한다. 그랬더니 갑자기 옆 테이블의 할머니가 급하게 뛰어와서는 아이를 들쳐안고 “등을 두드려줘야지! 딸꾹질하잖아!”라고 했다고 한다. 갑작스러운 낯선 할머니의 포옹에 아이가 놀라지는 않았냐고 물었더니 남편은 “애는… 안아주니까 좋아하더라고… 참 낯 안 가려” 라며 우리 둘 다 어이없단 듯이 웃었다.

나도 한 때, 주위에 임신한 친구들에게 내가 읽은 육아서적을 선물해주고, 원하던 원하지 않던 나의 육아 방법을 읊어댈 때가 있었다. 엄마라면 누구나 겪는다는 육아 마스터를 한 것같은 착각에 빠지는 경험을 나도 한 것이다. 나는 나의 방식이 정답인양 떠들어댔지만, 반응은 그닥 뜻뜻 미지근 할때가 더 많았다. 누구도 내말을 100% 따라한 사람도 없었고, 내 아이의 경우가 모두에게 맞지 않을 때가 더 많았다.


 지금의 나는 육아엔 결코 완벽한 방법이 없다고 믿는다. 부모의 생각과 아이의 기질, 처한 환경에 따라 모든 것은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나의 생각과, 아이, 그리고 우리의 상황에 맞춰 그때마다 내가 생각하는 최선의 판단을 할 것이고, 아이는 그 방법을 따르거나 안 따르거나 할 것이다. 나와 남편은 순간순간 실수하며, 자책하며, 또 행복해하며 아이를 키워나갈 것이다.

앞으로도 다양한 곳에서 만날 세상의 모든 육아 코치님들께 이 말을 전하고 싶다.


“어차피 엄마 마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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