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캐나다에 머물 건지, 어느 지역으로 갈 것인지, 가서 돈은 어떻게 마련해야 할지, 그곳에 거주할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인지, 비자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정할 것 투성이었다.
기러기라는 옵션도 있었지만 아이들 사춘기 시기에 아빠가 옆에 있는 것이 중요할 듯하여 가족이 다 같이 움직이기로 했고 어떤 방법으로 가야 할지 고민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플랜을 짜놓고 부모님께 말씀드리자 싶어 우선 유학원 상담을 여기저기 잡았다.
족히 열 군데도 넘는 유학원에 전화를 하고 그중 정보가 많아 바로바로 답을 시원하게 해주는 두 곳에 직접 찾아가 상담을 해보기로 했다. 두 군데 모두 강남 한 복판에 있는 곳이었는데 캐나다 경험이 많다는 담당자분들이 친절하게 상담을 해 주셨다.
큰 틀은 같았다. '무상 교육'이라는 말로 포장한 부모 유학 시스템이었다. 부모 중 한 명 혹은 두 명이 대학에서 공부를 하면 아이들이 몇 명이든 공립학교를 무상으로 다닐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캐나다 학위가 있으니 졸업 후 취업도 하고 1년 이상 풀타임으로 일을 하면 이민도 신청해 볼 수 있다는 것. 취업이 안되더라도 컬리지 졸업 후 3년의 Open Work Permit이 나와서 3년간 체류가 가능하니 ESL 1년, 본과 2년 그리고 이에 더해 워크 퍼밋 3년.. 총 6년을 체류할 수 있다고 했다. 남편은 석사가 있으니 박사나 석사를 하면 좋겠지만 이는 입학 시 높은 영어 점수가 필요하기도 했고 컬리지에 가서 취업에 유용한 학위를 받는 게 이후를 위해 더 나을 듯했다. 두 군데 모두 컬리지 입학을 추천했고 많이들 간다는 지역 몇 군데를 추천해 주었다.
상담을 하고 오니 더 심난해졌다. 가는 게 맞는 건가? 공부를 다시 잘할 수 있을까? 것도 영어로????(물론 남편이.ㅎㅎ), 졸업 후 취업이 가능할까?, 다시 대학생이라니.. 그럼 돈은??? 가장 중요한 건.... 남편 한국 직장은????
휴직을 알아보기로 했다. 우선 가능한 휴직은 유학 휴직 한 가지였다. 그런데 유학 휴직은 조건이 꽤 까다로웠다. 생각보다 그 조건을 충족시키기 힘들었고 휴직을 하고 가면 캐나다에서 혹시 한국이 그리워지면 돌아갈 곳이 있다는 장점은 있으나, 계속 한국에 대한 미련이 남을 듯했다. 그래서 과감히 직장을 그만두기로 했다. 뭐 이 부분은 아직도 잘한 건지 계속 미련이 남는 부분이기는 하다. 후회가 아닌 미련..
남편은 늘 얘기했었다. 교사라는 직업이 남편과는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새로운 것을 해보고 싶다고.. 이런 남편을 위해서도 남편의 유학은 남편을 위해서도 괜찮은 방법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깊은 생각 끝에 직장을 그만두기로 했다. 되기 쉽지 않은 직업인 데다, 야근도 없고 방학도 길고, 연금까지 있는 그 좋은 직업을 그만둔다는 건 진짜 쉽지 않은 선택이었고 역시나 부모님들은 많이 걱정을 하셨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의 인생 2막은 다른 길로 가겠다고, 잘 가보겠다고 부모님과 우리 자신을 설득하여 실행했다.
몇 개월 사용하던 펜도 다 쓰고 버릴 때는 잔 정이 들어 아쉬운 마음이 드는데 18년간 몸담은 학교를 떠나는 게 남편으로서는 쉽지 않았을 것 같다. 그래도 아이들을 위해 그 선택을 하고 다른 길을 찾아보려 하는 남편이 난 늘 고맙고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선택을 후회하지 않도록 같은 편에 서서 남편을 지지하고 응원하겠다고 다시 한번 결심하기도 했다.
양가 부모님들의 반대는 사실 밴쿠버 때보다 더 심했다. 작은 아이 대학 가는 것까지 보고 한국으로 컴백하겠다고 말씀을 드렸고 7~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떨어져 지냄을 받아들이기에 쉽지 않으셨을 것 같다. 우리는 그 누구보다 친정과 시댁을 자주 오가는 가족이었는 데다, 정신적으로 서로서로 많이 기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의 계획을 잘 말씀드리고 여름방학에는 꼭 한국에 가겠다 약속을 드렸다.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는 말이 참 무섭게 결국 우리는 여기에 와있고 적어도 주 1회는 꼭 영상 통화를 한다.
큰 산을 넘고 나니 시간은 참 빠르게도 흘러갔다. 남편의 스터디 퍼밋도 금세 받고 출국 3개월 전에는 해운 이사도 내보냈다. 식탁도 없이 3개월을 버티며 남은 침대며 아이들 책상들이며 소파까지 당근에 팔기도 하고, 버리기도 하며 짐 정리를 했다. 짐들을 빼고 나니 정말 가는구나 생각이 들며 잘하고 있는 건가 늘 걱정에 걱정을 더한 시간들이었던 것 같다. 걱정과 설렘으로 시간이 흘러 흘러 우리는 어느새 공항 출국장 앞이었고 배웅을 하러 나온 시어머님과 다른 가족들은 생각보다 덤덤히 인사해 주셨다. 어머님께서는 잘 되러 가는 건데 우는 게 아니라며 가족들을 위로하셨고 사실 네 부모님들 중 우리를 가장 많이 지지하고 응원해 주시고 준비도 도와주신 어머님이 계셔서 정말 많이 감사했다.
준비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크게 어려운 점도 없이 착착 진행되었고 여기에 온 지 벌써 두 계절이 지나 겨울을 맞이했다. 캐나다에 있는 런던.. 온 지 어느새 6개월 차.. 아이들은 학교를 즐겁게 다니고 있고 큰 아이는 9월에 입학할 고등학교에 원서를 넣고 있다. 준비하던 때를 생각하니 눈이 펑펑 오는 오늘, 캐나다스러운 날씨를 보며 창가에 앉아 노트북을 두들기고 있는 내가 참 신기하다. 하여튼.. 이제 우리 아이들의 캐나다 이야기를 글로 남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