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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uji Feb 02. 2023

정착에도 서비스가 필요해

물론 돈을 들인 서비스!! 

캐나다행 비행기를 타기 일 년 전부터 살아가기 위한 준비를 계속해왔다. 남편 학교 입학을 위한 준비야 유학원에서 알아서 하니 그건 그냥 신경 쓰지 않았고, 가장 중요한 아이들 학교 등록과 집 구하기, 차 구매 등등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야 하는 준비도 미리미리 해야 했다. 남편과 나는 완벽한 J 성향이기 때문에 캐나다에 도착해서 알아봐야지.. 이런 게 잘 안 되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 실제로 도착 후 에어비앤비 등에 머물며 집을 보고, 동네도 직접 본 후에 집과 학교를 정하는 사람들도 있다. 사실 이게 더 확실하고 안전한 방법이라는 것은 동의~!!)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나면 나는 집에서 심심하니 이런 것만 검색하고 알아보고 했던 것 같다.


캐나다에 사는 사람들이 운영하는 여러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들을 통해 리얼터나 보험 설계사, 학교 교육청 등에 직접 연락을 취해봐도 되지만 우선 영어에 자신도 없거니와 여러 사람을 일일이 다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싫었다. 그래서 밴쿠버에서도 그랬듯이 돈이 조금 더 들더라도 몸도 마음도 편하게 정착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했고 내가 원하는 정보들을 잘 기록해 둔 블로거를 찾아 연락을 드렸다. 런던에서 15년 전부터 살고 계신다는 정착 도우미 분은 내가 무려 입국 10개월 전부터 연락을 드렸는데도 친절하게 답해주셨다. 10개월 동안 아니, 캐나다에 입국 후 6개월이 다돼 가는 오늘 아침 까지도 이것저것 참 많은 것을 여쭤보고 도움을 요청했는데 하나하나 모두 잘 설명해 주시고 도와주셨다. 다행히 나와 비슷한 성향이신 데다 나이가 비슷한 아이들을 키우고 계셔선지 너무 많은 질문을 쏟아내는 내 카톡에 늘 잘 답을 주셨다. 어찌나 감사한지..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아이들 학교였다. 학교를 결정하는 게 나의 제1 임무~!! 


캐나다는 모든 학교들을 주 별로 순위를 매겨 놓는데, 그 지역 학교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는 나는 순위를 중심으로 학교를 찾아보았다. (지금 보면 순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다. 뭐.. 결론은 순위보다는 내 아이의 역량과 학교의 구성원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 

아이들은 6, 8학년으로 입학하게 되어 처음에는 초등학교를 다니게 되지만, 1년 후 큰 아이가 9학년이 되면 고등학교를 가야 해서 나는 특히나 초등학교, 고등학교 학군이 모두 중요했다. 학교 사이트도 탐색하며 분위기도 보고, 여러 글들도 찾아본 후 마음에 드는 학교 한 두 군데를 정했고, 정해진 학교로 배정을 받기 위해서는 배정이 가능한 주소의 집을 찾아야 했다. 하. 지. 만. 아무리 도와주시는 분이 그곳에 있다 해도 지구 반대편에서 내가 원하는 집을 딱 찾기란 쉽지 않았다. 9월은 새 학기의 시작이라 입국하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  보니 원하는 지역에 집을 구하기란 쉽지 않았고 (모든 사람이 원하는 지역이 비슷비슷 하니.. 특히 한국, 중국인은 거의 같은 지역을 찾는다고 보면 된다.) 많은 분들이 초등학교 순위는 큰 의미가 없다고 하길래 아이 고등학교 학군만을 기준으로 삼아 집을 구했다. 정착 도우미분께서 소개해 주신 리얼터분이 직접 페이스톡을 연결해서 집을 구석구석 보여주셨고, 나는 시차 때문에 새벽 5시 반부터 눈을 반쯤 감은 채 내가 살 집을 핸드폰을 통해 구경을 했다. 생각해 보니 이 상황이 정말 재미있었구나. 그때 통화를 녹화해 두었는데 지금 그 영상을 보면 내 모습이 가관이다. ㅎ


멀리 사는 세입자는 계속 월세를 잘 낸다는 보장도 안되니 주인의 요구에 따라 우리는 6개월치의 렌트비를 미리 선납하고 집을 구할 수 있었다. 이때 큰돈을 보내면서 든 생각.. 혹시... 정착분도 리얼터분도 하물며 집주인까지.. 모두 사기는 아니겠지???? 잠시 그런 생각도 했었다는. 2000만 원에 가까운 큰돈을 얼굴도 한 번 못 본 사람한테 보낸다는 게 참 어려운 선택이긴 했지만 이렇게 하지 않으면 집을 구하는 게 어렵다고 하니 내 선택과 그분들을 믿고 돈을 보냈다. 물론 지금 아무 문제 없이, 아니 너무나 좋은 집을 잘 구해서 잘 지내고 있다.



잠깐 다른 얘기.. 인터넷을 통해 안 사람들에게 집 또는 다른 목적의 돈을 보낼 때는 정말 조심해야 한다. 여기에 오기 전에도, 온 후에도 이와 관련하여 사기를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고 있기 때문이다. 나도 여러 방법으로 정착분이나 리얼터분이 문제가 없었다는 것을 나름 검증을 한 후 진행했었다. 




사실 집보다 먼저 한건 차 계약이었다. 여기는 대중교통도 별로인 데다 워낙 땅이 넓어 차가 없으면 생활이 힘들기 때문에 차는 필수였다. 우리는 5년 이상 머무를 예정이었어서 중고차보다는 새 차를 원했고 팬데믹 상황에서 새 차를 사려면 적어도 6개월 이전에는 차를 계약해야 우리가 원하는 시기에 차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차종의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한국 차는 1년도 넘게 기다려야 한다 하고, 독일차는 한 번 고장 나면 고치는데 몇 개월씩 걸린다니.. 그냥 최대한 빨리 받을 수 있는 차를 선택했고.. (그러고 보니 이 역시 돈을 미리 보냈구나.) 차 계약부터 확인까지 모두 정착하시는 분이 미리 해주셔서 차도 도착 후 3일 만에 받을 수 있었다. 



 

캐나다에서는 한국 면허증을 캐나다 면허증으로 교환만 하면 바로 운전이 가능하다. 면허증 바꾸는 중.

캐나다에 도착 후에는 5일 동안 정착 도우미 분이 같이 다니시며 운전면허도 교환하고, 아이들 학교 등록도 하고, 아이들 입학 영어 시험도 보고, 차랑 집 보험도 들고, 코로나 검사도 하고, 장도 보고, 인터넷 설치도 하고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을 하나하나 준비했다. 

정착 기간이 끝나고서는 남편은 1시간 반 거리에 있는 IKEA를 밥 먹듯이 가서 필요한 가구들을 사 온 후 조립하기 바빴고, 외식이 쉽지 않아 나는 첫날부터 밥 하기에 바빴다. 드디어 주방 살이의 시작이구나 싶었던..

아이들은 8월의 쾌청한 캐나다 하늘 아래에서 매일 공 차고 자전거 타기에 바빴다.


드디어 캐나다살이 시작이구나. 

밴쿠버 때와는 다르게 언제 돌아간다는 기약이 없으니 더 긴장되고, 더 조심스럽고, 더 걱정도 되었다. 그래도 한 번의 경험이 사람의 마음을 조금 느긋하게 만들어 준 것 같다. 

한 동안 매일매일 쌓여있었던 가구 박스들.. 이 조차 버리는 방법을 몰라서 헤맸던 기억이 있다. 쓰레기 버리는 방법도 너무 다른 나라.

오자마자 좋은 분을 만나서 나름 안정적으로 런던 살이를 시작할 수 있었고 물리적인 준비는 잘할 것 같았다. 이제 잘 살아갈 일만 남았다.

내 영어가 너무 걱정되긴 했지만 뭐.. 잘 될 거다. 그렇게 생각하며 우리 가족은 캐나다 생활을 시작했다. 

이제 본격적인 런던 살이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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