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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Nov 13. 2022

고마워 발리

4개월 만에 발리를 떠나며

7월 18일 출국, 11월 12일 귀국. 약 4개월가량을 타지에서 보낸 후, 드디어 한국에 돌아왔다. 중간에 발리에서 비자런 겸 여행을 하러 보라카이와 말레이시아를 1주일을 다녀온 것을 제외하고는 아주 오랜 기간 발리에 머물렀다.


비행기에서 출국을 기다리며 창문 밖을 보고 있는데 나도 모르게 울컥하는 감정이 차올랐다. 지난 4개월 동안 이곳에서 내가 느끼고 즐긴 모든 순간들, 그리고 그 속에서 배우고 깨달은 많은 것들이 한꺼번에 떠올랐다. 뭉게뭉게 떠오르는 많은 감정들과 순간들을 하나하나 자세히 들여다보기보다는 한꺼번에 느껴지는 그 순간의 감정을 그대로 느끼고 싶어 가만히 두었다. 정의 내리기 어려웠지만 참 감사한 시간이었다는 것은 명확했다. 비행기가 뜰 때까지 저 멀리 보이는 발리의 주황 지붕들을 바라보았다. 발리섬이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을 때까지 창문에서 눈을 떼지 못했고 지금의 감정을 당장 손글씨로 기록해야 할 것 같아 황급히 가방 안에 있던 여권 사본 종이를 꺼냈다. 그렇게 종이 뒷면에 4개월간의 여행을 마무리하는 글을 써 내려갔다.



이렇게 오래 여행을 떠나온 적이 있었던가. 이번 4개월간의 발리 여행은 내게 단순히 여행이 아닌 그 이상의 의미였다. 내 삶의 한 챕터를 두껍게 차지할 2022년 여름. 여름부터 가을의 발리. 이번 여행에서 느낀 점은 수도 없이 많지만 한 가지 만을 골라야 한다면 ‘늘 마음에 충실하자’이다. Follow your heart. 늘 마음에 충실했던 발리에서 나는 더 다양한 경험을 했고 다양한 가능성과 기회들을 마주했다.


여행을 하며 만난 다양한 사람들과 그들에게서 받은 영감의 순간들이 떠오른다. 어쩌다 한번 스친 사람, 자주 만났던 사람. 나와 교류했던 시간이 순간이든, 긴 시간이든, 나는 그들에게서 영감을 받았다. 내가 지금 무엇을 얼만큼 가지고 있는지가 아닌 그저 현재 내 삶, 내 모습에 만족하며 즐겁고 감사하게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Just be myself. Enjoying my life. 넌 여기서 무엇을 해?라고 물어보면 나오는 대답들이었다. 그저 나 자신으로 이곳에서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 그렇게 스스로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는 사람들.


과거의 나는 뭐가 그렇게 중요했기에 그렇게 스스로를 힘들게 했을까. 나는 한국에 돌아가서도 발리에서의 나처럼  마음에 충실하며  것이다. 그렇게  순간순간에 진심인 삶을  것이다. 내가  삶에 진심이면 삶이 내게 다가온다. 내게 먼저 다가와서 다양한 가능성과 기회들을 보여준다. 그렇게 차츰차츰 내가  삶에  빠져 살고 싶다. 때로는 용기를 내기 어려운 순간도 있을 것이다. 그럴 때면 발리에서 만난 사람들을, 발리에서의 나를 떠올리자.


어떤 상황에서든 내 마음의 소리에 귀 기울일 것, 마음이 어지러울 땐 요가를 할 것, 늘 여행자의 시선으로 순간을 즐기며 살아갈 것. 4개월 만에 서울로 돌아가는 내 마음은 여행을 떠날 때와 달리 아주 충만하고 풍요롭다. 한국에서도 여행하는 것처럼 새로운 경험을 게을리하지 않고 틀에 박히지 않고 자유롭게 생활하자. 어떤 방해도 두려움도 없이 맘껏 도전하고 누리자. 고마워 발리!


2022.11.11. 발리를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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