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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Nov 16. 2022

춤을 추는 할아버지와 사진을 찍는 할아버지

발리에서 지낼 때, 요가 외에 또 빠진 것이 있었다. 바로 살사댄스이다. 춤이라고는 크게 관심이 없던 나였는데 발리에서 우연히 사람들이 자유롭게 짝을 이뤄 춤을 추는 살사댄스를 경험하고는 따로 댄스 수업에 갈 정도로 관심이 생겼다. 파트너가 서로를 존중하며 몸을 함께 움직이는 춤이 되게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상대방의 움직임에 맞춰 눈빛으로 소통하며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움직임. 춤을 추는 그들의 눈빛엔 즐거움이 가득해 보였다. 이것이 내가 살사댄스에 빠진 이유였다.


두 번째로 참여했던 댄스파티엔 춤을 추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음악에 맞춰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며 파트너와 동작을 맞추는 모습이 꽤나 오랫동안 살사댄스를 춰오신 것 같았다. 이 순간을 마냥 즐겁게 즐기고 있는 할아버지를 보고 있자니 문득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같이 갔던 한국인 언니가 할아버지를 보고 ‘춤도 저렇게 나이가 들어서도 출 수 있어. 요가랑 똑같아~’라고 이야기했다. 왜 춤을 추는 할아버지가 멋있었을까. 한국으로 돌아온 뒤, 볼일이 있어 청계천을 갔다. 청계천 산책로를 따라 단풍이 아름답게 물들어 있었고 서울의 가을을 만끽하기 좋았다. 길을 따라 걷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카메라를 들고 서울의 가을을 오래도록 찍고 있었다. 그런 할아버지를 보고 있자니 또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 춤추는 할아버지와 사진을 찍는 할아버지가 멋있었을까. 나이가 들어도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즐기고 누리고 있는 그분들의 용기가 멋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을 계속 좋아하는 데에도 용기가 필요할 때가 있다. 그저 내가 좋아하는 마음에만 집중하면 되는데 그게 어려울 때도 있는 법이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지키고 즐길  있는 마음. 나도  마음을 가지고 그렇게 나이 들고 싶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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