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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Nov 09. 2022

발리에서의 한달살기가 네달살기가 되기까지

마음이 가는대로, 요가

퇴사를 하고 발리로 떠났다. 귀국행 비행기 편은 끊지 않은 채. 이렇게나 무한한 자유 상태에 나를 둔 것이 거의 처음인 듯했고, 편도행 티켓만을 가지고 여행을 떠난 것도 당연히 처음이었다. 내가 오고 싶을 때 돌아올거야 라고 말했지만 사실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한 달에서 최대 두 달 정도 여행하다 오게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무한한 자유가 조금은 두려웠었나. 낯설었었나. 나를 자유 상태에 두기로 결심했으면서 떠나는 당시엔 완전히 자유롭진 못했던 것 같다.


발리는 내 생각보다 더 다양하게 흥미로운 곳이었다. 발리 하면 흔히 생각하는 비치에서의 휴양뿐만 아니라 발리엔 정글과 산도 있었고 각종 트레킹이랑 캠핑투어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무슬림인 다른 인도네시아 지역과는 다르게 힌두교를 믿는 발리에는 그들만의 힌두 문화가 깊게 뿌리내려져 있었고 각종 세리머니가 매일같이 펼쳐졌다. 매일 공물을 놓으며 기도를 올리는 그들에게서 기도가, 신이 어떤 의미인지 듣는 것은 정말 흥미로운 일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 세계 요기들이 방문하는 요가의 성지라는 점. 요가뿐만 아니라 미술, 음악 등 다양한 분야의 아티스트들이 영감을 얻기 위해 찾는 곳이기도 한 발리. 그래서 발리에 오래 있다 보면 신기하고 spiritual 한 요기들과 아티스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요가를 사랑하는 나는 이곳에서 요가에 더욱 빠지게 되었다. 서울의 빌딩 숲 가운데 편안한 분위기로 잘 마련된 공간에서 요가를 하는 것도 좋았지만 발리에서 자연바람을 맞으며 정글을 보며 요가를 하는 건 서울에서의 요가와는 비교도 안되게 행복한 일이었다. 발리 요가원은 대부분 에어컨도 없고 벌레들이 날아다니는 야외 공간이지만 어떤 인위적인 방해도 없이 모든 게 자연스러워서 내 몸과 마음도 그렇게 편안해질 수 있었다.


그렇게 거의 매일 요가를 하며 지내다 어느 순간 요가를 진지하게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요가를 할 때 흔히 취하는 동작인 아사나는 커다란 요가 세계의 아주 작은 일부분이었고 요가에는 보다 깊은 철학과 역사가 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어떠한 의무감도 없이 순전한 호기심으로 공부하고 싶은 분야가 생긴 순간이었다. 과거의 나였으면 지금 여기서 이걸 듣는 게 맞는 건지, 한국에 돌아가는 일정이 늦춰지는 게 괜찮을지 등 내 마음을 먼저 들여다보기도 전에 다른 것들에 주의를 빼앗겼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내 마음에 충실하자는 오직 한 가지 다짐만을 갖고 온 이곳에서 나는 내 마음이 얼마나 진심인지, 이 길에 내 마음이 얼마나 담겨있는지에만 관심이 있었다. 내면의 마음의 소리를 따랐고 그렇게 꽤나 즉흥적이었지만 온 마음을 다해 요가 지도자 과정을 발리에서 듣게 되었다. 그렇게 발리에서의 여행은 내 예상과는 달리 4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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