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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진 Nov 02. 2022

내게 자연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 퇴사를 했다.

25살 여름, 드디어 취업준비생에서 벗어나 직장인이 되었다. 끝이 보이지 않던 여러 갈래로 나뉘어진 안개 낀 길은 취업과 동시에 선명하고 깨끗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불확실함이 두려웠던 나는 드디어 나의 길이 확실하게 정해졌다는 생각에 마음이 매우 안정되었다. 이제 나는 더 이상 무엇을 준비하지 않아도 되었다. 당시 나는 내 인생의 마지막 퀘스트를 성공한 기분이었고 이제 보다 좁혀지고 선명해진 이 길을 묵묵히 걸어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였고, 나는 회사에서 경험할 법한 힘든 일들을 모두 겪었다. 잦은 야근, 상사와의 마찰, 그리고 무엇보다 업무가 나와 맞지도 않았다. 선명하고 확실한 이 길이 재미가 없었다. 이 길에는 나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것도 열정을 쏟고 싶은 것도 없었다. 회사를 다니던 1년은 내게 많은 영향을 끼쳤다. 각종 외부적인 요인들이 나를 심리적으로 약해지게 만들었다. 나는 나의 삶을 사랑하지 못했고 동시에 그 속에 있는 나의 모습도 사랑하지 못했다. 원래 자존감이 꽤 높은 편이었지만 전혀 멋있지 않은 나와 나의 삶을 보며 자존감은 자꾸만 낮아져갔다. 번듯한 직장에 취업해 돈을 잘 벌고 있는 나의 겉모습은 그저 껍데기일 뿐이었다. 껍데기 속에는 아무런 열매가 없었고 그렇게 나라는 존재는 내 삶에서 점점 희미해져갔다.


어느 날, 우연히 인스타그램에서 내 피드를 보는데 입사 바로 직전 제주도 여행이 내 마지막 게시물이었다.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자주 업로드하는 편은 아니지만 간간히 소중한 순간들이나 좋아하는 것들을 올리는 편인데 입사한 이래로 내 게시물은 없었다. 문득 내 취향을 잃어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할 때 행복한지. 분명히 나와 남을 구분 짓는 나만의 개성이 뚜렷하게 있었고 내 취향이 있었는데 그것을 점점 잊어가고 잃어가는 듯 했다.


나에게 가장 자연스러운 삶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나는 행복한 삶이기 전에 먼저 나에게 자연스러운 삶을 살고 싶었다. 내가 내 삶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그렇게 나와 내 삶이 하나가 되길 바랐다. 내 삶 속에서 내 마음이 가장 편안하고 내 모습이 가장 자연스럽다면 그것만큼 만족스러운 삶이 또 있을까. 온전히 나로서 살아가는 나의 삶. 나는 이것을 원했고 당시 나는 그렇지 못했다. 내게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사는 듯 온종일 불편하고 부자연스러웠다.


이렇게 살아가기엔  삶이 너무 아까웠다. 나는 충분히  무궁무진하게 행복할  있는 사람이었고 잊고 있던 원래  모습,  취향을 찾고 싶었다. 온전한  모습으로 마음이 향하는대로 자연스러운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  길을 떠나 다시 안개 속으로 들어가면 불확실한 길을 걷게 되겠지만, 확실하지 않은 것은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서 두렵지만 한편으론 설레고 궁금했다. 나는  도전을 즐길 준비가 되어있었고 26 여름, 용기를 내어 퇴사를 했다. 퇴사 일주일 , 나는  마음에 충실하자는  가지 다짐만을 가지고 발리로 떠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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