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형 인간이 아침형 인간이 되기까지
나는 밤의 고요함을 아주 좋아했다. 모두가 잠든 것 같은 밤 시간에 조용히 다이어리를 쓰거나 음악을 듣거나 누워서 핸드폰을 하는 시간을 좋아했다. 그러다 보니 늘 늦게 잠이 들었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건 아주 고역이었다. 사실 전날 밤에 늦게 자든 일찍 자든 아침에 일찍 일어나기 싫은 마음은 같았던 것 같다. 그런 내가 요즘엔 새벽 일찍부터 눈을 뜨게 되었다. 밤의 고요함보다 아침의 고요함을 더 찾게 되었다.
발리에서 요가지도자과정(Yoga Teacher Training)을 들을 때부터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기 시작했다. 6:10분쯤 눈을 뜨면 알람을 끄고 바로 음악을 튼다. 아침에 어울리는 잔잔한 음악을 들으며 정신을 깨우고 창문을 활짝 열고 테라스로 나가 따뜻하고 시원한 여름바람을 맞는다. 그리고는 씻고 요가매트를 들고 요가원으로 간다. 이상하게 아침에 만나는 사람들은 더 반갑다. 이른 아침이라 사람이 많이 없어서인지 늘 만나는 사람들을 똑같이 만난다. 항상 이때쯤엔 서양인 아저씨가 아름다운 우붓 산책길을 따라 러닝을 했고 동네 주민 아저씨가 아이들을 오토바이에 태워서 학교에 바래다준다. 아침에 예쁘게 핀 연꽃을 보는 것도 좋았고 날마다 다른 아침 구름을 구경하는 것도 좋았다. 6:30분쯤 요가원에 도착하면 명상으로 하루를 연다. 그러고는 요가원에 내리는 아침빛을 맞으며 요가를 한다.
이 생활은 YTT를 하던 3주 동안의 내 모닝루틴이었다. 살면서 루틴은 있어도 모닝루틴은 가져본 적이 없는 나였는데 아침에 나만의 움직임을 갖는 것이 정말 좋았다. 아침은 내게 하루의 시간을 주도적으로 쓸 수 있는 에너지를 주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나만의 움직임을 이어가다 보면 남은 하루도 내 의지대로 흘러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침은 이런 건강한 기운을 돋우어 준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하루를 일찍 시작하는 생활을 이어갔다. 6:30분쯤 일어나 아침일기를 쓰고 차를 마시고 팟캐스트를 듣고 시집을 읽는다. 그리고는 명상을 하고 요가나 산책 같은 몸의 움직임을 이어간다.
아침의 고요함은 밤의 고요함보다 더 명랑하다. 하루를 돌아보는 밤의 일기가 아닌 지금 이 순간 앞으로 펼쳐질 하루의 다짐을 적는 아침 일기는 왜인지 더 기분이 좋다. 새로운 날, 새로운 하루에 대해 감사하게 되고 하루 중 가장 긍정적이고 건강한 마음이 드는 시간이 아침이다. 희망으로 가득 차고 많은 영감이 떠오르는 아침의 시간은 아주 신비롭다. 모두에게 매일 선물처럼 주어지는 이 시간을 이제라도 누리고 즐길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다. 더 고요한 새벽을 찾아 내일은 조금 더 일찍 일어나보기를 다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