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과 명상, breathwork
발리에는 요가원이 많이 있고 요가원마다의 수업들도 매우 다양하다. 한국 사람들에게 친숙한 빈야사, 하타, 아쉬탕가 등의 수업뿐만 아니라 호흡, 명상, 암밸런스(arm balance), 플루언트(fluent) 하타, 치공(Qi gong) 게다가 댄스수업까지. 발리 요가원의 시간표는 매일 다양한 수업들로 꽉 차있다. 이곳에서 하루종일 관심 있는 수업들을 듣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나도 모르는 사이에 후딱 지나가있다. 이곳은 시간을 아주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흥미로운 곳이 아닐 수 없다. 나도 발리에 머무는 4개월 동안 정말 많은 수업을 들어보았다. 그럼에도 한국에 돌아올 때까지도 못 들어본 수업들이 여전히 남아있었지만.
그중 breathwork 수업은 내게 좋은 충격을 주었던 수업들 중 하나였다.
요가 아사나가 아닌 호흡 수업도 궁금했던지라 듣게 된 breathwork 수업이었다.(우붓에 위치한 radiantly alive 요가원에 있는 수업이다.) 음악을 틀어놓고 모두가 눈을 감고 명상하는 자세로 앉아서 시작해 서서히 호흡에 집중을 한다. 음악은 잔잔하다기보다는 오히려 강하고 힘 있는 음악이다. 선생님의 가이드에 따라 가만히 앉아서 호흡을 하고 있는데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러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슬쩍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는지 봤는데 모두 각자 다양한 자세들을 취하며 본인의 호흡과 명상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리저리 춤추듯 움직이는 사람, 아사나를 하는 사람, 누워있는 사람 등 모두 각양각색이었다. 아무도 서로를 신경 쓰지 않고 오로지 내면에, 호흡에, 감정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런 사람들을 보고 있으니 나도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의식을 내려놓게 되었다. 오로지 나의 내면과 호흡에만 집중해 보았다. 몸이 움직이면 움직이는 대로, 아사나를 취하기도, 누워있기도 했으며 계속해서 떠오르는 순간의 몰입을 방해하는 생각들은 그저 흘려보내려고 노력했다.
그러자 중간에 어떤 사람은 크게 소리치며 울기도 했는데 그 에너지가 내게도 전달이 됐는지 나도 모르게 갑자기 눈물이 났다. 음악이 감정을 고조시키는 듯했고, 함께 호흡하는 사람들에게서 뿜어 나오는 에너지의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했고, 그런 모든 게 합쳐져 눈물이 터졌고 갑자기 특정하게 그리운 무언가가 떠오르기도 했고 지금 이 순간이 감격스럽기도 했다. 이윽고 나와 내 마음이 한 결로 모아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빠져들기란 참 어렵지만 마침내 지금 이곳에 내 몸과 마음이 함께 놓이게 되면, 내 마음은 잔잔하고 깊은 호수가 된다. 마음에는 고요함, 현재에의 의식, 평화가 깃든다. 수업이 끝난 뒤 눈을 떴을 때, 어딘가 정화되고 상쾌한 기분으로 눈앞에 것들을 마주했다. 분명 아까와 같은 풍경인데 무언가 달라져 있는 것 같았다. 이게 명상, 호흡의 힘이 아닐까 생각했다.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이 달라지는 일.
내면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온전히 느끼고 자유롭게 표출하며 이 순간을 자체로 감각했던 시간. 약간은 꿈을 꾼 것처럼 아득하게 남아있지만 들여다볼수록 세밀해지는 소중하고 그리운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