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해외살이 중에 엄마가 놀러올 때
엄마가 다녀갔다. 역시나 헤어지는 순간에 눈물을 참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내가 남겨지는 쪽일 때는 더더욱.
해외에 나와 산지 벌써 3년 차가 되었고 일 년에 두 번 정도는 한국에 가고 가족들도 내가 있는 곳으로 오시기도 해서 생각만큼 자주 못 보는 것은 아니지만 몇 달에 한 번씩 가족들을 볼 때면 너무나 반갑고 함께 있는 시간은 언제나 짧다.
그래도 이번에는 엄마와 꽤 오래 일주일간 같이 있으면서 일상을 완전히 함께 했다. 그동안 엄마, 아빠가 같이 왔었는데 이번에는 일정상 엄마만 혼자 오시게 됐는데 그래서 더욱 우리끼리 안락하게 시간을 보낸 것도 같다. 이미 쿠알라룸푸르 관광은 다 한 상태여서 정말 그냥 내가 하는 일상들을 소소하게 함께하며 시간을 보냈다. 내가 재택으로 일할 때는 엄마도 옆에서 같이 일하고, 함께 시장을 보고 밥도 먹고, 소파에 널브러져서 티비도 보고, 운동도 하고, 주말에는 맛있는 것을 먹으러 돌아다니기도 하면서 말이다. 한국에 있었다면 크게 특별함을 못 느꼈을 가장 소소한 것들인데 이곳에서만큼은 가장 특별한 시간으로 느껴졌다.
엄마랑 그간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도 하고 고민들도 털어놓으며 안개 같던 마음이 조금씩 맑아지는 것도 같았다. 나를 제일 모르는 것 같다가도 또 말을 하지 않아도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엄마였다. 그래서 엄마의 말들은 내게 늘 커다란 영향을 알게 모르게 끼쳤고 그 안에서 나는 내 중심을 잡기가 어려워 한국에 있을 때는 더 나가고 싶었던 것도 있었다. 근데 또 아예 떨어져 있으니 모든 것들을 주로 내가 혼자 결정을 해야 해서 부담이 되고 헷갈린 적도 많았는데 이렇게 오랜만에 엄마와 나눈 대화는 내게 명료한 길잡이가 되었다.
분명 혼자서 잘 지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가족과 함께 있는 것은 느껴지는 안정감부터 달랐다. 스스로도 몸과 마음이 아주 편안하다고 느껴졌고 그게 기반이 되어 전반적으로 내 기분과 상태에 좋은 영향을 끼쳤다. 계속해서 내가 혼자서도 더 잘 지내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이 더 필요한지, 더 노력해야 하는지 알게 된 시간이기도 했다.
해외에 처음 나왔을 때가 벌써 2년 전이고, 나는 두 살을 더 먹었고 엄마도 두 살 더 나이가 들었다. 삼십 년 동안 직장생활을 한 엄마가 이제는 정말로 멀지 않은 미래에 은퇴할 것을 생각하고 은퇴 후를 계획하고 있었다. 어쩐지 옛날에 엄마와 나누던 대화랑 지금 엄마와 나누는 대화의 주제가 많이 바뀌기도 했었다. 서서히 60대에 접어들고 나이가 들고 은퇴를 하고 자식들이 독립을 하는 것. 엄마는 나이가 들고 시간이 흐르며 자연스레 생겨나는 변화들을 그대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그래도 아직 엄마를 생각하면 나보다 더 에너지가 넘치고 건강하고 혼자서 무엇이든 잘하는 슈퍼우먼 같은 느낌이 있어서 다행이지만, 시간이 조금만 더 지나면 내가 챙겨드려야 할 것들이 더 많아질 것이고 내가 더 많이 드려야 할 것 같아서 그때 가서 그걸 받아들이려면 슬플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함께 있을 때만큼은 최대한 내가 편하게 지냈으면 좋겠는 마음에, 음식도 다 차려주시고 내가 회사에 가 있는 사이에 청소도 다 해 주시고 이것저것 다 사주신 엄마. 엄마가 옴과 동시에 커다란 방패막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 이제는 다 놓아두고 다시 혼자가 되어 강하게 살아가야 한다.
엄마가 떠난 것은 너무도 슬프지만, 그래도 또 잘 지내봐야지. 해외에서 혼자 살아가는 것은 여전히 내게 도전이지만 잘 해내고 싶은 것이고 무엇보다 계속하고 싶은 것이다, 건강하고 재미있게. 엄마와의 시간으로 내가 완전히 충전이 될 수 있어서 기쁘고, 엄마가 이렇게 나를 보러 와 줄 수 있고 내가 엄마가 편하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가지고 있음에 감사하고, 행복한 마음이다. 다음에 다시 만날 때까지 우리 모두 건강하게 지내기. 엄마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