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혼자 살면서 알게 된 내 모습 중 하나는 집에 이틀이상 혼자 있게 되면 에너지가 쉽게 다운되고 우울해진다는 것. 즉 하루 집에 있으면 하루는 밖에 꼭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근데 여기서 밖에 나가는 것은 단순히 혼자 나가는 게 아니라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나는 이틀 이상 혼자 있게 되면 쉽게 기분이 가라앉는 사람이었다.
어제는 그 전날에도 재택을 하느라 하루 종일 집에 있었어서 그런지 슬슬 답답해지고 기분이 가라앉는 날이었다. 저녁에 친구랑 러닝클럽에서 하는 시티 러닝 이벤트가 있었어서 그 시간을 기다리며 기분을 좀 다스리고 있었다.
저녁이 되어서야 친구를 만나 러닝을 하러 갔다. 미팅 포인트에 모여 사람들과 함께 준비운동을 하고 쿠알라룸푸르 시내를 뛰기 시작했다. 매번 러닝머신에서 하는 러닝만 하다가 야외에서 사람들과 함께 러닝을 하니 기분이 아주 색달랐다. 뜨거운 낮이 지난 쿠알라룸푸르의 밤은 바람이 선선하게 불었고 시내 중심의 랜드마크들을 보며 달리는 그 순간은 정말이지 행복했다. 나는 언제 우울했냐는 듯 맑아지는 머리와 충만한 가슴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었다.
사람들과 함께 서로서로 응원하며 친구와 이야기하며 뛰다보니 7km의 시티런을 완주했다. 사실 7km을 뛴 적도 처음이고 야외에서 이렇게 오랫동안 뛴 적도 처음이었는데 너무 힘들지도 너무 덥지도 않고 모든 게 적당하게 완벽히 좋았다. 다 뛰고 나니 아드레날린이 분출되서인지 기분이 아주 상쾌했고 세포 하나하나가 다 깨어나는 느낌에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나 쉽게 기분은 변할 수가 있다. 그리고 어떻게 하면 나의 기분이 나아지고, 어떨 때 기분이 다운되는지도 점점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러닝을 하고 난 뒤 왠지 모르게 그냥 감사한 마음이 많이 들었던 어제 밤. 기분이 다운되어도 어떻게 하면 다시 기분을 업 시킬 수 있는지 알고, 러닝이라는 좋은 취미를 갖게 되었고, 함께 즐길 수 있는 친구가 있음에 감사한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