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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강 라이브 영상을 보다가 문득

by 유진

여러 가지 해결되지 않은 생각들로 꽉 찼던 하루 끝. 행복했던 발리 여행을 생각하며 브이로그를 편집하려다가 왜인지 그것도 싫증이 나서 화면을 껐다. 아무 생각 없이 깔깔거리면서 웃을 수 있는 재밌는 유튜브나 봐야지 하는 생각에 유튜브를 둘러보고 있었는데 내 눈길을 끈 건 서울 한강 라이브 화면.


이런 게 다 있어?


한국 시간으로 4월 17일 밤 열 시가 넘어가는 지금, 어떤 다리 위에서 한강을 찍고 있는 라이브 영상이었다. 다리 밑으로는 수많은 차들이 어딘가로 바삐 가고 있고, 저 멀리 국회의사당과 여의도의 불빛들이 보인다. 수많은 회사 빌딩들도. 저 안에서 아직까지 일을 하고 있을지도 모르는 많은 이들의 속도 모르고 멀리서, 아주 멀리서 이 장면을 바라보는 나는 그저 서울의 아름다운 야경에 젖는다.


이쪽 한강은 어디더라. 방향이 꽤 낯선데. 분명 가봤을텐데 말이지.


이런 생각들을 하며 눈앞에 보이는 서울의 모습을 찬찬히 담아본다. 한강에 놀러 갔었던 수많은 기억들, 함께 갔던 사람들, 그때의 나, 고민들, 행복들. 정확히 어떤 것들이었는지 구체적으로는 기억이 안 나지만 대충 이런 종류였겠지 짐작해본다. 그때의 꿈, 약속, 기쁨, 불안, 그리고 또 지금의 변화. 역시 영원한 건 아무것도 없구나.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을 때도, 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을 때도, 다행히도 혹은 아쉽게도 모든 건 영원하지가 않다. 생겼다가 사라지고 또 변화한다. 그래서 또 매 순간이, 때가, 시기가 소중하다. 그때도 소중했고 지금도 소중하다.


모든게 버겁게 느껴지는 오늘같은 날에는, 지금 내가 서울을 멀리서 바라보는 것처럼, 멀리 떨어져서, 머얼리서 나를, 생각들을, 감정들을 바라볼 필요가 있겠다. 그럼 좀 나아질 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이 든다. 뜻밖의 위로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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