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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요가 하나의 시스템이라면?
블랙미러 <추락> 리뷰

UX 디자이너의 관점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by 권보스
네가 좋아서, 네가 좋지 않아서...
모든 것에 '좋아요'했다


<블랙미러> ‘추락’ 편에선 우리가 흔히 이용하고 있는 SNS상의 별점 ‘서비스’가 사회 전반으로 확장되어 하나의 ‘시스템’으로 자리 잡은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러한 시스템 속에서 별점은 사회적 지위와 삶을 증명하는 수단이자, 호감도 평가의 도구로 활용된다. 현대 사회에 이러한 시스템이 실제로 생성된다고 가정하고 해당 시스템을 둘러싼 사용자 경험을 이해해보고자 한다.


먼저, 시스템 기획자는 어떤 니즈를 기반으로 별점 평가 사회를 구축하게 되었을까?

이미 SNS는 사람들의 삶을 증명하는 존재로 이용되고 있다. 우리는 누군가에 대한 정보가 궁금하면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에서 검색해보고, 인터렉션(좋아요, 댓글 등)을 기반으로 그의 삶을 평가한다. 사람들은 직접적인 대화만큼 별점을 통한 인터렉션에서도 상대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본인 자신도 소셜 인터렉션을 이어나가며 삶을 증명해나가고자 한다. 이러한 행태와 사용자 니즈를 기반으로 시스템 속에서 별점은 하나의 ‘사회적 신분’으로 표면화된다.


또한, 묻지마 범죄와 같이 일면식도 없는 누군가로부터의 피해를 걱정하게 되면서 ‘사회적 안정성’을 보장해주는 도구가 필요해진 것도 별점 시스템에 대한 니즈로 작용한다. 시스템 속에서 사람들은 대면하는 모든 사람을 즉석에서 별점으로 평가한다. 해당 평가를 기반으로 안전요원의 제재를 받거나 감옥에 가게 되면서 사회적인 안정성을 어느 정도 확보하게 된다.


삶에 집중하게 되면 진짜를 놓치기도 한다


이처럼 별점 시스템은 현대 사회의 니즈를 유용성 측면에서 충실히 반영한 듯하다. 그런데 왜 ‘추락’에선 주인공이 시스템을 결국 포기하게 되는 것일까? 대사 중 ‘삶에 집중하게 되면 진짜를 놓치게 된다’라는 말이 그 이유를 함축한다. 친절하고 멋진 모습만 보이려는 시스템 속 세상처럼 현대 사회의 SNS에서도 우리의 삶은 재단되어 노출된다. 그러나 ‘디지털 기기’ 밖에서 우리는 재단되지 않은 다채로운 삶을 이어갈 수 있다. 이와 달리 별점 시스템에서는 진짜 삶과 보이는 삶을 분리해주는 매개체가 없다. 그러다 보니 사회적 인정과 증명을 위해 수치에 과도하게 집착하게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결국, 사람들은 자신을 괴롭히는 부정적 경험을 겪으면서도 그만둘 수 없는 시스템의 노예로 전락하게 된다.


또한, 별점이라는 개념 자체가 너무나 주관적 수치이기 때문에 사회적 안정성을 지키려는 움직임이 오히려 개인에게는 독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연인과 이별해서, 밤늦게 히치하이킹해서… 등의 객관적 사실 확인이 어려운 이유로 인해 집단에서 낮은 별점을 받고, 사회적 제재까지 받는 것은 당사자에게 무기력함을 느끼게 한다. 댓글 테러로 인한 유명인들의 자살과 같은 맥락이다. 즉, 상대를 향한 주관적인 평가는 그의 삶을 정확하게 표현하지 못하며, 오히려 진짜 본인의 모습을 감추게 하므로 시스템은 부정적 사용성을 만들어내게 된다.




* 디자인대학원 강의 수강 중 과제로 작성했던 글 중 일부를 가져와 업로드했습니다.

* 지극히 주관적 견해이므로 재미로만 읽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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