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주관적인 서비스 리뷰 [동영상 플랫폼]
[동영상 플랫폼편]
국내 OTT 플랫폼인 티빙(Tving), 옥수수(oksusu), 푹(pooq), 왓챠 플레이(Watcha play)와 국외 플랫폼인 넷플릭스(Netflix)를 차례대로 다룰 예정이다. 직접 사용해본 애플리케이션을 기준으로 플랫폼을 선정했으며, 넷플릭스 이후 추가적으로 몇 가지 플랫폼을 더 다뤄볼 수도 있다. (트위치라던가...)
사설이 많았던 1편에 이어서 지금부터는 본격적으로 옥수수 앱 사용성 리뷰를 진행하려고 한다. 세세하게 살펴보면 따져볼 내용들이 많겠지만... 브로드밴드에서 인턴을 했을 당시 동기들과 가장 많이, 그리고 가장 공통적으로 이야기했던 몇 가지 부분에 대해 이야기해본다.
이 리뷰를 쓰고 있던 중에 옥수수와 Pooq의 합작 소식이 들려왔다. 몇 년간 카더라만 무수했던 일이 2019년을 맞아 실제로 이뤄진 것. 두 플랫폼의 가입자는 1,300만명에 달하게 되었고, 미디어 업계에서는 두 서비스의 더욱 빠른 성장을 예견하고 있다. 또한, 이번 합작을 통해 두 업체의 주력 비즈니스 모델(통신사 가입자의 활용, 무료 지상파 방송, 오리지널 콘텐츠 등)이 효과적인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 기대되고 있으며, 국내 OTT 서비스 중 넷플릭스의 유일한 대항마로서 평가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단순히 서비스를 합치는 것만으로는 넷플릭스에 대항하는 '그나마' 나은 서비스로만 머물 수도 있다. 넷플릭스의 최근 행보는 부진했던 도입 초반의 실적과 다르게 공격적이고 효과적이다. 한국의 웰메이드 인기 콘텐츠를 빠르게 수급하고 있고, '킹덤'을 통해 한국 문화에 제대로 스며드는 모습을 보인다. 그렇기에 규모 확장보다 '콘텐츠! 재밌고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다시 한번 강조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단순히 TV에서 하는 인기 방송들을 가지고 오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
아무튼, 앞으로 합작한 두 서비스가 어떻게 선보여지고, 어떤 반응을 이끌어낼지는 지켜볼만하다고 생각한다. 옥수수 X 푹은 다음번에 한 번 더 다뤄볼 예정이다.
시작하기 전 가벼운 이야기로... 옥수수는 OTT 서비스 중에 유일(?)하게 캐릭터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옥수수 패밀리라는 이름으로 각각의 캐릭터에 의미를 부여했고, 이를 활용한 여러 가지 굿즈(goods)를 만들어서 판매도 하고 있다. 카카오의 캐릭터처럼 완성도가 높은 느낌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꽤 귀엽고, 굿즈에 대한 반응도 괜찮다(이벤트로 받는 것 외 실제로 구매하는 사람은 몇 안 되는 것 같지만).
캐릭터 활용의 장점은 뚜렷하다. 가령 소셜 미디어를 통해 옥수수를 홍보할 때도 단순히 콘텐츠가 많다거나, 스포츠 채널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홍보하는 것이 아니라 브랜드 자체에 대해 자연스럽고 또 흥미롭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굿즈를 판매하면서 부가 수익을 얻는 것은 덤이고, 장기적으로는 팬덤을 만들어낼 수 있기도 하다. OTT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용자들의 연령이 더욱 낮아질수록 캐릭터는 브랜드 이미지 형성에 더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01. 메뉴 아이콘 ㅣ 옥수수에 접속 시 가장 먼저 보이는 것은 '메뉴 아이콘들'이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키우고 메인 상품으로 발전시키고 싶어하지만 아직까지는 해당 콘텐츠를 홈 화면에 전면으로 내세우기에는 약하다고 판단한 듯하다.(인지도나 파급력 측면에서)
그래서 옥수수는 '우리는 다양한 메뉴가 있고, 이 메뉴를 쉽게 이용할 수 있다'를 어필한다. 각 메뉴를 상징하는 아이콘들을 홈 화면에 배치하여 GNB 메뉴를 들어가지 않더라도 원하는 페이지로 랜딩되게 만들었다. 옥수수가 원조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른 통신사의 OTT 서비스(올레 TV, 비디오 포털)도 같은 형식을 차용하고 있다. 푹이나 티빙처럼 확고한 '콘텐츠 차별성'을 지니지 않은 서비스들이 홈 화면에서 사용자들의 인터렉션을 이끌어내기 위해 찾은 나름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02. 소셜 미디어형 홈 화면 ㅣ 옥수수의 홈 화면은 여타 OTT 앱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콘텐츠를 보여준다. 영화면 영화, 드라마면 드라마와 같이 고정된 구간 정렬이 설정된 것이 아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처럼 하나의 feed로 이용하여 랜덤한 콘텐츠들을 선보인다. 어떤 로직인지는 모르겠지만 사용자마다, 사용 시기마다 다르게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위 이미지를 캡쳐한 날의 홈 화면에는 '영화 > 방송 하이라이트 > 오리지널 > 뉴스 > 방송 하이라이트' 순으로 정렬이 되어 있었다.)
인턴을 하는 동안 왜 이렇게 구성되었는지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정확한 대답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아마도 소셜미디어를 자주 이용하는 요즘의 사용자들이 '아래로 스크롤하면서 랜덤한 콘텐츠를 보는 방식에 익숙하다'는 인사이트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처럼 '스크롤형 콘텐츠 추천'을 제공하기 때문에 나름대로 '소셜 미디어형 홈 화면'이라고 명명해봤다.
이렇게 구성된 홈 화면에 대해 사용자들은 상반된 의견을 내보인다. 이미 넷플릭스와 소셜 미디어 이용에 익숙해진 사용자들은 딱히 불편한 점을 못 찾았다고 말한다. 반면, 홈 화면에 카테고리화가 되어 있지 않아 매번 원하는 콘텐츠를 찾기 위해 메뉴에 들어가거나 검색을 해야 하는 것이 번거롭다는 의견도 있다. 옥수수는 분명 이 두 목소리를 예상했을 것이다. 다만, 전자와 같은 사용자가 더 많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구성이 기획되었다는 것을 유추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나는 보고 싶은 콘텐츠를 '검색'해서 보는 타입이기 때문에 홈 화면의 추천 콘텐츠는 있으나마나이다. 그러나 좀 더 적극적인 인터렉션을 유도하고, 효율적인 서비스(depth가 얕은)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사용자 스스로가 홈 화면에 노출되는 콘텐츠 구성을 조정할 수 있다거나(예를 들어 A 사용자는 영화를 자주 보기 때문에 '영화 카테고리'를 홈 화면 상단에 항상 노출하도록 배치)하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좀 개선된 상황이긴 하지만 몇 달 전만 해도 옥수수의 '가로 모드' 기능은 세상 불편한 서비스였다. 타블릿처럼 가로로 주로 영상을 시청하는 사람들을 위해, 또 실시간 TV 위주로 시청하는 사용자를 위해 만들어진 가로 모드는 기획자들이 바빠서 급하게 만든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을 사기도 했다. 이런 피드백을 반영해 최근 업데이트에선 일부 부분에서 수정이 이뤄졌지만 여전히 사용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홈 화면으로 돌아가기 ㅣ 환경설정에서 가로모드를 선택한 이후에는 앱 접속 시 위와 같이 검정 배경에 실시간 방송이 노출되는 DMB스러운 화면이 보인다. 업데이트 전에는 이 화면에서 옥수수의 홈 화면으로 돌아갈 수가 없어서 현재 재생되는 영상을 클릭 > 시놉 페이지로 랜딩 > 홈 화면으로 이동의 과정을 거쳐야 했다. 지금은 실시간 화면을 한 방향으로 드래그하면 홈 화면이 바로 보이게 바뀌었는데 이마저도 처음 해본 사람은 이것저것 건드려보고 나서야 알 수 있다.
back이 힘든 사용성 ㅣ 처음 앱을 실행하고 가로모드로 시청하다가 홈 화면으로 돌아가 보자. 그 이후 다시 가로모드 화면을 보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앱을 껐다가 켜야 한다. 물론 이러한 상황이 적다고 생각해서 굳이 back 하는 방법을 만들어놓지 않은 것일 수 있지만... 있다면 더 편한 기능이 아닐까. 또한, 가로모드에서의 화면을 드래그해서 홈 화면으로 갔을 때 PIP(팝업처럼 노출되는 작은 영상 화면)이 노출되는데 (PIP 자체도 렉이 걸린다던가 사이즈가 이상하다던가 문제가 여전히 있었다) 영상을 클릭하면 가로모드 화면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라 시놉 페이지로 이동한다.
'가로모드'를 사용하는 사용자들이 많을까 했지만 앞서 티빙의 구글 스토어 리뷰만 보더라도 큰 사이즈의 모바일이나 탭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고, 그들의 '가로모드'에 대한 니즈도 유효하게 존재했다. 이를 고려한다면 옥수수도 좀 더 편리한 '가로모드'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듯하다. 그리고... 원래는 옥수수 앱 내에서 이벤트 참여 등을 했을 때 외부 페이지로 랜딩 되는 것도 한 꼭지로 다루려고 했는데 일단은 이 정도로 줄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