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고 외로운 가짜 거북이
슬픕니다.
울어도 사라지지가 않습니다.
가슴이 찢어질듯합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숨이 안 쉬어질 정도로 울어도 또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납니다
며칠이 지났습니다.
여전히 슬픕니다.
그때 '펑'하고 총 맞은 가슴엔 큰 구멍이 남아있는 것 같습니다.
또 며칠이 지났습니다.
기억인지. 트라우마가 된 것인지
그때 힘들고 슬펐다는 기억만으로도
눈물이 나고 서럽습니다.
애처롭고,
이런 자신이 짠하게 느껴집니다.
슬픔은 그렇게 오래도록 가슴에 멍울이 되어 남아 있습니다.
슬픔을 겪지 않은 사람은 없고, 슬픔에 아프지 않은 사람도 없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도 세상에서 가장 슬픈 거북이가 나옵니다.
그 거북이가 가슴이 찢어질듯한 한숨 소리를 냅니다.
앨리스는 가여워하며 "왜 저렇게 슬퍼하는 거예요?"하고 물었습니다.
옆에 있던 그리핀은 딱 한마디로 거북이의 슬픔을 정의해줍니다.
저건 다 자기 상상일 뿐이야. 그러니까 슬픈 일 따위는 없어
누군가 자신의 슬픔에 대해 단 한마디. 그것도 상상이야. 가짜야 라고 정의해버린다면, 정말 기분이 나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좌절에. 실연에. 고통에 시달려서 계속 슬퍼하고 있노라면...
어쩌면 이 말
그 슬픔은 상상일 뿐이야.
라는 이 말이 슬픔을 깨고 나오는데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 울고 있던 거북의 이름은 가짜 거북이입니다.
가짜 거북이는 커다란 눈에 눈물을 글썽이기만 할 뿐 아무 말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흐르르르!'하는 탄성과 흐느끼는 울음소리 끝에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바다에 있는 학교에 다녔단다. 선생님은 늙은 거북이었는데, 우리는 그분을 땅거북 선생이라고 불렀어. 우리는 최고의 교육을 받았어. 그 교육은 비틀거리기와 몸부림치기였지. 그리고 자잘한 수학 과목이 있었는데, 야망, 산만, 추화, 조롱 같은 것들이었지"
"추화가 뭔가요?" 앨리스는 물었습니다.
"미화라는 말은 아니? 추화는 그 말의 반대말이란다"
다시 하루에 수업은 몇 시간씩 들었느냐는 앨리스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첫날에는 열 시간, 다음 날에는 아홉 시간, 그런 식이 었어" 가짜 거북이의 대답에 앨리스가 갸우뚱해합니다. 그러자 가짜 거북이는
"그래서 우리가 수업이라고 부르는 거야. 날마다 줄일 수 있기 때문이지"
이 말을 들은 앨리스는 "그럼, 열한 번째 날은 수업이 없었겠네요?"라고 되물었습니다.
가짜 거북이가 들은 수업.
눈치채셨나요?
수업이란 바로 라이프레슨(Life Lesson)을 의미합니다.
라이프레슨은 우리가 겪었던 과거 경험으로 부터 얻는 교훈인것입니다.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우리는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실패하거나 실연당했거나 좌절한 경험들도 소중히 생각합니다.
바로 살아있는 배움이고 이를 통해 얻은 깨달음은 자신에게 체득이 되기 때문이죠.
그러나 가짜 거북이의 교훈은 좀 다릅니다.
가짜 거북이가 들은 수업 과목들은 비틀거리기와 몸부름치기입니다. 이건 바다에서 하는 수영이 아닙니다. 우리가 삶을 버거워할 때 하는 몸짓들입니다. 쓰러질듯 비틀거리고, 살아남으려고 몸부름치기입니다. 거북이가 학교에서 배운 것은 바로 슬픔이었습니다. 그 슬픔의 상태는 자잘한 부가 과목으로 더해지는데 야망, 산만, 추화, 조롱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이 과목은 과거의 사건들을 왜곡하는 방법들입니다.
나는 많은 꿈이 있었는데 그 일로 그 꿈은 사라졌어 (야망)
아~ 탄식과 아~괴로움과 아무 일에도 집중할 수 없어. 내 슬픔이 나를 잡아먹을 거야 (산만)
비극이 시작되었어. 그렇게 나의 인생은 망가져버렸어 (추화)
난 이제 아무것도 할 수 없어. 계속 쓰러지고 말꺼야 (조롱)
원망으로부터 생각의 파편들이 떠올라 새로운 퍼즐이 맞춰지고 그리고 가장 슬픈 드라마 극본처럼 그때의 상황을 각색합니다. 가짜 거북이가 슬픔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슬픔을 해석하는 방법들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교훈이라는 것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지기 마련입니다. 가짜 거북이의 수업이 시간이 지나면 점차 줄어들어 더 이상 수업이 없어지는 것처럼, 생생하고 가슴 쓰렸던 그 기억도 점차 흐려지는 것입니다.
그래서 슬픔은 시간이 지나면 없어지는 것으로 이야기합니다.
사라져야 할 슬픔이 왜곡된 채로 되새김질되니 거북이는 슬픈 드라마의 주인공처럼 계속 목놓아 울고 탄식하며 살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겪는 슬픔 자체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슬퍼한 것도 솔직한 자신의 감정입니다.
그러나 슬픔은 가짜 거북이처럼 주의해야 하는 것들이 있습니다.
하나는, 슬픔 자체에 너무 빠져 있으면 과거의 경험과 자신의 인생 전체를 왜곡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보다 잔인해지는 것은 바로 이부분입니다.
그다음은, 교훈을 얻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흐릿해지니 너무 되새김질 할 필요는 없다는 것입니다.
슬프지 않은 사람이 없고, 그 슬픔에 아프지 않은 사람은 없겠죠.
그래도 슬픔에 너무 빠져서 가짜슬픔이 자신의 진짜 삶을 삼켜버릴 수 있으니 너무 슬픔에, 그리고 그 슬펐던 과거에 오래 매달려 있지는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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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한나라의 앨리스>가 책과 영화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는 우리의 일상과 시대상을 담고 있기 때문이에요. 앨리스를 통해 나.우리.세상으로 다가가는(reach) 이야기를 듣고싶다면 구독하기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