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의 새벽이었다.
집안의 긴 복도에는 흐릿하고 흰 아침 빛이 새어들고 있었고, 액자들은 아직 뿌연 빛을 발하고 있었다.
부엌에서는 주전자가 끓고 있었다. 그 앞에 청년이 되어 부엌 바닥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서 있는 에드바르가 있었다. 그는 희미하게 그늘진 얼굴로 팔팔 끓고 있는 주전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빛이 점차 선명하게 집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소년은 자신의 붉은 침대에 걸터앉아 헝겊 인형을 손에 쥐고 있었다. 소년의 크고, 길고 창백한 손가락 안의 인형은 이제 아주 작아져 있었다.
에드바르는 방문을 닫고 들어와 따뜻한 찻잔을 그의 손에 건넸고, 소년은 그것을 침대 옆 탁자에 올려두었다. 그는 가지고 온 옷들을 소년의 침대 발치에 두었다. 그리고 그들은 침묵했다.
소년은 어느 눈보라 치는 밤 그랬던 것처럼 그가 가지고 온 옷들을 바닥에 던져 펼쳐 놓았다. 그것들은 벌써 여러 해 전, 소년이 처음 에드바르를 만났을 때 입었던 옷과 비슷했다. 소년은 구둣발로 조끼에 꽂힌 손수건을 짓이겼다. 소년의 구두는 깨끗하고 좋은 것이었기에 손수건에는 얼룩이 남지 않았다.
소년은 고개를 꺾듯이 숙이고 그 손수건이 구겨져 뒤틀리고 말려 들어갈 때까지 밟아대고 있었다. 그는 울고 있었다. 에드바르는 그것을 알고 있었고, 소년은 에드바르가 알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에드바르는 느리게 그에게 다가가 소년의 옷을 갈아입혔다. 그의 잠옷을 벗기고, 하얀 셔츠를 입히고, 조끼와 바지를 입히고, 검은 재킷까지 모두 입혔다. 에드바르는 소년에게서 한 발 뒤로 물러나 섰다. 에드바르는 탁자에 올려둔 찻잔을 소년에게 건넸다. 그 모든 것이 마지막이라는 것을 두 소년은 알고 있었다.
홍차와 찻잔이 산산조각 나 바닥에 뿌려지자 에드바르의 잠옷에도 벽돌 빛 얼룩이 남았다.
그리고 그들은 침묵했다.
소년은 그들이 처음 만난 날 같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제 너는 없니?⌟
그는 침묵했다.
⌜그 날 밤에 내가 했던 말 때문이야?⌟
에드바르는 가능한 정확하게 말하려는 것처럼 말했다. 언제까지나 너의 어머니가 될 수 없기 때문이야.
⌜한스, 너는 부모나……그 모든 것 이상으로 나를 생각하잖아. 이젠 너 혼자…… 스스로 옷을 갈아입고, 역할을 바꾸면서 살아야 해.⌟
에드바르와 소년은 마주 보며 서 있었다. 방은 조용했고, 그림자처럼 큰 키로 서 있는 소년은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우울한 책을 덮으며 너무 빠르지 않게 자리에서 일어나듯이, 에드바르는 입을 열었다. 상처받지 마. 난 널 배신하는 게 아니야. 그냥 새로운 이름을 가지는 거야. 남편이나, 아버지나……그런 이름들.
⌜그럼 나한테도 다른 옷을 줘.⌟
에드바르는 입을 다물었다.
소년은 네가 날 버리는 게 아니라면, 말하다가 그것이 그 다음 문장이라도 되는 것처럼 조끼에 꽂힌 손수건을 손안에서 구겼다.
에드바르는 이미 버림받은 그의 눈을 피했다.
소년은 재킷과 조끼를 벗었다. 그의 길고 예민한 손가락이 셔츠의 단추를 풀기 시작했다. 소년은 몇 해 전의 성급하게 우려낸 홍차를, 에드바르의 낯설고 아름답게 상기된 목소리가 자세히 묘사하던 연분홍색 드레스를, 그리고 문밖의 새로운 아침처럼 새하얀 드레스를 생각하고 있었다.
에드바르는 그를 보다가 방을 나갔다. 소년은 고꾸라질 듯 달려가 문손잡이를 쥐었다. 손가락 마디가 불거지고 허옇게 변하도록 그렇게 쥐고만 있었다.
아이는 고개를 들었다.
까마귀의 울음소리가 맴돌고 있었다. 아이는 날갯짓 소리에 뒤를 돌았다. 그곳에는 까마귀가 도사리고 앉은 또 하나의 돌이 있었다.
HANS CHRISTIAN ANDERSON
1805.4.2~1875.8.4
아이는 나란히 묻힌 두 소년 위에 앉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