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글은 어떻게 쓰니
계절이 바뀌면서 몸이 늘어진다. 낮잠을 자지 않기 위해 카페로 피신해 아이스커피를 마시면서 글을 쓰고 있다. 하늘은 맑은데 컨디션은 비가 온다.
아침은 간단히 먹고 설거지 후, 계란 한 판을 사러 근처의 한 마트를 처음 찾아갔다. 물가가 올라서인지 계란도 예전만큼 저렴하지 않지만 30구를 7천원 정도에 살 수 있었다. 들고 걸어오는 길에 살짝 땀이 났다. 계란을 정리해 냉장고에 넣었다.
오늘따라 뭔가 아무것도 하기 싫은데 이웃집의 공사소리에 집에 있을 수가 없다. 거울을 보니 웃음기하나 없고 피곤해 보였다. 얼른 감자채 볶음을 만들어두고, 계란 후라이 올린 시금치무침비빔밥을 참기름 팍팍 쳐서 만들어먹었다. 밥맛은 좋네.
하지만 밥맛과는 별개로, 뭔가 모르게 무력감이 몰려오는 기분이 들었다. 어제 엄마한테 전화로 혼쭐이 나서 그런가. 다들 날 좀 내버려 두었으면 좋겠다. 아직 먹고 살 돈 있다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게 몇 달만인지. 누구든 작은 것에도 신경 거슬리고 피곤한 그런 날도 있지 않을까 스스로 다독인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엔 최소한의 반경에서 움직이며 조용히 절전모드로 들어간다. 이럴 땐 백수인 게 다행인 게 약간 아픈 듯한 무표정을 짓고 있어도 된다. 아이스커피를 다 마셔가지만 피곤은 가실 기미가 없다. 뭐 이런 날도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