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대체품 찾기
오랜만에 지방집에 내려와 물건을 정리하고 있다. 기억도 못하는 물건이 많았는데 그중에 필요한 물건은 가방에 챙기고 불필요한 물건은 버리거나, 빠른 소진을 위해 애썼다.
이렇게 많은 물건에 둘러싸여 살았었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요즘 미니멀 살림에 빠져 있다. 물건을 사기 전엔 식품 외엔 신중하게 여러 번 생각하게 되었고, 사용빈도가 낮으면 되도록 용량이 작은 걸 사고 있다.
최근에 정리하며 느낀 점은 구색을 다 갖추기보다는 물건의 용도에 맞는 대체품을 집 안에서 찾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면 이천원 정도면 오븐장갑을 살 수 있지만 전자레인지에서 뜨거운 그릇을 꺼낼 땐 손수건 두 장을 양 옆으로 대고 든다.
또, 각종 양념통을 따로 구입하는 것보다 생활에서 다 쓰고 나오는 통을 알맞게 씻어 쓰고 있다. 초록색 쌈장통은 원당설탕을 담고, 배달 식혜가 담겼던 긴 투명물통엔 오트밀을 담았다. 잘 보이는 곳에 하얀 마스킹 테이프를 붙이고, 네임펜으로 이름과 추가 정보를 잘 적어두면 쓰임에는 문제가 없다.
오래된 렌즈세정제는 창틀 청소할 때 가는 물줄기로 주욱 뿌리고, 끝이 누운 핀셋으로 키친타월이나 휴지 등으로 닦아내면 손 더러워지지 않아 좋다. 오래된 샴푸나 바디워시는 욕실 청소나 세탁 세제 대신 써주는 것도 잘 알려진 좋은 대체품이다.
(세탁세제로는 피부가 민감한 경우 주의)
물건 구색을 하나하나 용도별로 다 갖추다 보면 물건 수는 계속 늘어나고 비용도 든다. 되도록 단순하고 가볍게 생활 살림을 꾸리는 것이 물건을 관리하는 정신적 에너지도 아낄 수 있으니 좋을 수밖에 없다. 물건을 아껴쓰는 과정은 내 마음도 아끼는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