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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통은 비싸다

리필과 비움으로 마음까지 제로

by 유주씨

작년, 제로웨이스트샵의 리필스테이션에 들러 집에서 챙겨간 공병에 담아온 로션을 다 썼다. 플라스틱 로션통을 하나 덜 버렸다. 이렇게 플라스틱 통이 포함된 시중의 새 제품과 달리, 내용물만 사갈 수 있는 리필샵의 시스템은 통장에도, 환경에도 좋다.



일반적으로도 비닐에 든 리필제품보다 플라스틱 통에 든 본품의 가격이 더 비싸다. 또한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높지 않아 내가 버린 플라스틱이 일반쓰레기로 취급되어 소각되거나 매립되면서 생기는 환경 문제도 크다고 한다. 그런 두 가지 면에서도 리필 구매는 이득이라고 볼 수 있다.



이번엔 9개월 만에 다시 제로웨이스트샵에서 직접 챙겨간 용기에다 얼굴에 바를 크림을 내용물만 소분 구매했다. 또 플라스틱 크림 용기 하나를 덜 버린 셈이 되겠다. 큰 가게는 조금 먼 거리라서 필요한 친환경 용품(천연수세미 등)은 집에서 가장 가까운 작은 가게를 방문해서 구입해 온다.



나는 뷰티 제품을 좋아해서 이벤트 당첨으로 받아 쓰곤 했는데, 다 쓰지 못하고 기한이 지나 내용물과 용기까지 쓰레기로 만드는 일을 반복했다. 그래서 지나친 욕심을 내려놓고 더 이상 무료체험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심한 후, 내 화장품의 개수는 점점 줄어가고 있다. 덕분에 제품을 불필요하게 억지로 써서 없애야 한다는 부담도 사라졌다.



또한 스킨케어 제품도 줄여봤다. 로션이 떨어졌다고 즉시 구매할 게 아니라, 남아있는 토너, 에센스, 크림을 바르며 지낸다. 이 정도도 이미 충분하지 않은가 싶다. 왜냐하면 예전에 한겨울에 크림 하나만 바르고 지낸 적이 있는데 트러블 없이 깨끗한 피부가 유지됐었기 때문이다. 물론 미래의 안티에이징에 대한 걱정도 피할 순 없지만, 과도하게 바르지 않아도 기본은 유지가 된다는 걸 알았다.



이처럼 과도한 마케팅에 휘둘려서 반짝반짝 근사하지만 ‘재활용 어려움’이 적힌 플라스틱 통에 담긴 화장품들을 양껏 쓰다 보면 알게 모르게 득보다는 실이 클 수도 있다. 풍요를 넘어 과잉의 이 시대에서 가진 걸 조금씩 덜어내고 마음까지 가벼운 화장대를 만들어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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