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에너지를 뺏기지 않게
이번 주엔 오빠집의 세대원으로 전입신고를 했다. 서울에 온 지 반년만이다. 나중에 필요한 일이 생길 수도 있어서 주소를 바꾸는 게 낫겠다 싶었다. 모바일로 신청하고 세대주가 승인하면 뚝딱 처리가 되는 세상이라 편했다.
십여 년 전 서울에서 인턴생활을 하다가 그만두고 내려온 후, 내가 다시 서울에서 지내게 될 줄은 사실 예상도 못했다. 인생은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 같다.
얹혀살면서 공과금을 내지 않고 지냈는데, 사실상 낮에 전기며 물 쓰는 건 나라서 이번 달부터 매달 절반씩 부담하겠다고 했다. 이 공동생활에 대해 나도 책임을 져야 한다고 느꼈고, 마음이 한결 편해졌다. 부모님 소유라 월세 안 내고 사는 게 어딘가 싶다.
쉬니까 속 편하게 사는 것 같았는지 주변의 시샘을 받았는데 지들이 어쩔 건가. 배 아프고 꼬우면 본인들 있는 돈으로 몇 달이라도 놀아보던가. 그럴 형편도 못 되고 한 달 벌어 한 달 다 쓰고 사니까 남 깎아내리기 바쁜 속내들을 보면 우습다. 너넨 돈 벌면 뭐하니? 다 쓰고 남는 게 없는데.
서로 다름을 수용할 수 없는 인간관계를 정리하고 나서는 잠이 잘 오고 너무나 홀가분해졌다. 나를 본인 잣대로 판단하고 가스라이팅하는 언니를 마지막으로, 사람을 신중히 두기로 했다. 남 눈치에 괜찮은 척하지 말고 공격성을 보여야 한다. 이제 타인이 내 선을 넘어오는 걸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다. 내 에너지는 무엇보다 소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