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라는 허상에 나를 가둔 것은
산책길을 홀로 걷고 있었다. 하늘은 맑고 공기는 선선하고 파랗게 손바닥을 편 나뭇잎들 아래에서 머리를 비우는 일은 즐거웠다. 그러다 어느 순간, 어떤 감각이 깨어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나는 이미 이 세상의 일부였다.
이 세상에 태어나 단 한순간도 소외된 적이 없었고 예전에도, 지금도 세상과 연결되어 있었다는 것. 이런 생각이 든 건 처음이었고, 세상과 분리되지 않았다는 감각은 나를 포근하게 만들었다. 그 이후, 혼자 있는 시간에도 외롭거나 답답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고 오히려 평온하고 즐겁기까지 했다.
이 감각은 대체 무엇인가 하는 의문이 풀린 건 얼마 전 일이었다. 우연히 어느 영상을 보았다. 그 내용은 우리가 아는 사회의 실체는 없다는 것이었다. 주변 환경에 의해 들려온 말들이 내 안에서 고착화해 사고체계를 이룬 것, 그것이 곧 내가 만든 사회라는 인식이며 내부 감시자로서 나를 압박해 오는 것이란 뜻이었다.
그 말은 곧 내 안에서 믿고 있던 사회라는 허상을 뚫고 의식을 넓히면 나 자신, 개인으로서의 독립과 자유를 찾을 수 있다는 소리였다. 현재, 국가와 가족 말고는 소속이 없는 나는 이 사회에 속하지 않는다는 착각 속에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었다는 말로도 연결되는 게 아닌가.
그때 알았다. 이미 나는 이 세계에 연결되어 있는 존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사회라는 허상 속에서 그 개념으로 나를 소외시켜 온 건 바로 나였다는 사실을. 내가 어떤 틀에 맞추길 강요받은 게 아니라, 그냥 거기서 밀고 나가는 문도 있었네 하는 감각이 드디어 생겨난 것이다.
이제 난 자유로운 기분으로 살아간다. 그 어떠한 말들로 나를 규정하지 않아도 나는 세상의 일부고 구성원이다. 이미 연결되어 있었다. 세상과도, 나 자신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