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덤하게 마음의 짐 내려놓기

무리해서 삼켜 소화하지 않게

by 유주씨

무덤덤하게 살아가는 일이 힘든 일인 줄 알았다. 그런데 살다 보니 무덤덤해지는 순간들이 있어 그 기억이 여러 차례 새겨질 뿐, 모든 순간이 무덤덤할 수는 없었다. 뒤죽박죽 엉켜있던 마음, 소화되지 못한 감정들을 지나 이제 대체로 무덤덤한 상태를 얻었건만, 때론 여전히 뜨뜻미지근하게 고여 있는 것들을 발견할 때도 있다.




그런데 이제는 그것들을 꼭 짚고 해결하고 가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원망이나 미움, 서운함도 완전히 털어버리는 건 어려운 일이고 예전보다 덜 떠올라서 나를 덜 해치는 정도면 충분했다. 완전하게 없었던 일로 지우려고 건들면 그게 오히려 바닥에 쌓인 먼지를 쓸어보려다 공기로 흩어지듯, 긁어 부스럼이다.




그렇다고 그 감정들을 완전히 덮어서도 안 된다. 같이 살아간다고 여기고 한 번씩 살짝 들어다 보고 잠시 방법 같은 걸 떠올려 보다가 또 안 되면 다음 기회를 보는 것이다. 그러면 이 문제들을 아예 회피하는 것도 아니고 또 당장 해결하려 애쓰는 것도 아니지만, 살아가며 가져가도 될 정도로 수용할 정도는 된다. 그게 무덤덤하게 짐을 내려놓는 방법이기도 하다.




살아가며 느낀 모든 걸 삼킬 수는 없다. 그게 때론 목에 걸리기도 하니까. 이런 건 또 내시경 넣고 제거해 달랄 수도 없지. 그렇다고 퉤 하고 뱉어지는 것도 아니고 해보다 안 되면 그럴 땐 그냥 두는 거다.

침으로 분해가 되든 우연히 넘어가버리든 뭐든.

그 자체로 무덤덤하게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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