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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주씨 Jan 04. 2021

졸음의 타이밍

잠 깨잖아!

 


 졸음에는 타이밍이 있다. 상황상 절대로 졸지 않아야 할 때는 타의적으로 타이밍을 놓치게 되는데, 그 후로는 감각이 되살아나서 잠이 오지 않는다. 난 낮잠을 잘 자지 않는 편이지만 가끔은 굉장한 피로감에 떠밀려 눈을 붙일 때가 있다. 한 번 자면 밤잠이 얕아질 수 있어 최대한 피하기는 한다. 이런 생활 습관에 어머니는 내게 낮잠 없이 지내는 게 신기하다고 하셨다. 어머니의 경우는 낮잠을 자 둬야 체력 안배가 잘 된다는 것이다. 졸음의 타임이랄 것도 없이 누우면 바로 곤히 잠드시는 편이다. 이렇게 사람마다 조금씩 졸음에 대처하는 방식이 달라서 때론 신기하게 느껴진다.




 학생 시절, 졸음에 대한 기억을 하나 건져 올려보자면, 나보다는 동급생의 졸음이 먼저 떠오른다. 어느 아이가 선생님이 화를 내고 계실 때 졸고 있다가 그만 순간적인 정적 속에 콧소리를 낸 적이 있다. 누가 들어도 딱 졸음에서 나오는 콧소리였다. 드렁! 하는 소리에 선생님은 화가 더 끓어올랐고 그 친구는 상당히 크게 야단을 맞았던 것 같다. 졸음도 타이밍이 나쁘면 매를 번다. 다른 학생들은 킥킥거리며 웃음을 삼켰지만 졸음을 참지 못한 친구는 아픈 기억을 남기고 말았다. 어쩌면 다 잊어버리고 이젠 헤헤 웃으며 잘 살고 있겠지만.




 한편, 밤잠의 타이밍에 대해서도 얘기하자면 여기도 할 말이 많다. 밤잠은 낮잠보다는 타이밍이 오는 간격이 짧다. 지극히 당연하긴 하지만, 어린 시절에는 딱 처음 오는 하품 후에 눕지 않으면 눈이 말똥말똥할 때가 많았다. 그래서 취침 전 양치는 잠의 커다란 적이었다. 어린이였던 내게 아버지는 양치하고 자라고 깨우셨는데, 난 아주 당당하게 소리쳤다고 한다.



 "잠 깨잖아!"



 화한 치약 냄새에 잠이 깰 만도 했기에 아버지는 맞다면서 고개를 끄덕이셨더랬다. 지금도 자주 이야기하시며 웃음을 터트리신다. 미리 양치를 해놓고 9시 뉴스를 봤다면 좋았을 텐데. 어린이였던 나는 꽤나 게을렀던 모양이다. 이렇게 밤잠의 타이밍을 놓치지 않으려면 양치는 미리 해두길 바란다. 리빙포인트 같지만 역으로 활용하자면, 낮잠의 타이밍엔 양치로 시원하게 날릴 수 있다. 치카치카,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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