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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주씨 Jan 06. 2021

불현듯 떠오른 음식은 먹어야 좋다

밤잠 설치게 한 그놈 같다

 




어느 날 갑자기 머릿속에 아이스크림 하나가 둥실둥실 떠다닌다. 그럴 땐 곧장 마트에 가서 사 오는 게 좋다. 어차피 먹고야 직성이 풀리는 성질이라면 퍼뜩 생각난 김에 에너지를 외출하는 일에 쏟아부어야 한다. 나중에 들리는 건 더 귀찮고 계속 아이스크림은 먹고 싶은 답답한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딱 그런 일이 있었다. 네모난 바닐라 향 아이스크림이 갑자기 떠올랐다. 모두가 알고 있는 그 ‘훌륭한’ 아이스크림 맞다. 이전에 들린 아이스크림 가게에서 아주 오랜만에 내 눈에 띄었다는 이유로, 불현듯 머릿속을 떠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그 아른거리는 형상에 참지 못하고 결국 사 오고 말았다. 장이 예민하여 설사가 잘 나는 체질이라 늘 조심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앉은 자리에서 그만 세 개나 먹어치웠다. 사르르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근사한 식감에 모든 걸 잊고 스트레스가 삭 하고 풀리는 기분이 들었다.  



    

 먹고 싶은 음식은 자고로 오밤중에 잘 떠오르는 법인데 야식으로 이어지기가 쉽다. 20대 초반만 해도 나는 ‘욕망 우선주의’를 외치며 새벽 1시에도 치킨을 뜯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30대가 되어 오밤중 불시에 치킨 욕구가 올라오더라도 반드시 다음 날 낮이나 초저녁에 먹는다. 예전만큼 소화도 안 되고 이제 건강을 생각해서 조절을 해야 할 것 같아서다.     




 어쨌든, 이렇게 시간대를 따질 것도 없이 몸이 강력하게 어떤 음식을 찾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짜게 먹은 저녁식사 후에는 자기 전까지 계속 물이 쓰이는 것처럼, 우리 몸은 균형을 찾기 위해 시시각각 신호를 보내는 것 같다. 탄수화물 중독이나 폭식증이 아닌 이상 먹고 싶은 게 있다는 건 매우 자연스러운 몸의 표현이지 않을까.     




  한때 나에겐 식욕이 참 불온하고 부자연스러운 것으로 느껴진 적도 있다. 다이어터로서 수시로 솟아오르는 식욕을 억제하는 일이 많다 보니, 어느새 식욕을 굉장히 부정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평소에는 전혀 모르고 있다가 친구와의 대화를 통해 알게 되었다. 친구에게 야식에 대한 욕망을 누르기 힘들다고 말했더니


“야, 그건 당연한 거 아니니?”


라는 대답이 돌아왔던 것이다. 그 순간, 식욕이란 생명체의 공통사이며 누구에게나 있다는 사실이 의식의 수면 위로 떠올랐다. 식욕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라서 인간의 기본 욕구에 포함된 것이구나 하면서 바보처럼 혼자 무릎을 탁 치고 말았다.     



      

 그러니 갑자기 특정 음식이 떠올라서 나를 괴롭힌다 할지라도 무작정 욕구를 억제하거나 미워하지 말아야겠다. 아이스크림이나 치킨이나 내 몸이 그것들을 필요하다고 부르는 것이기 때문이다. 매일 맛난 것만 먹고 살 순 없지만, 그날이든 다음 날이든 몸이 원하는 대로 들어주는 것도 때론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불현듯 떠오른 음식은 먹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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