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 인스별, 외국어 스터디, 피부과 시술
스마트폰 들여다보는 게 지겨워서 거의 매일 밖을 쏘다녔다. 너튜브 안의 세계에는 내가 원하는 게 없었기 때문이었다. 똑같은 노래, 똑같은 글, 똑같은 영상이 화면에서 반복적으로 보였고, 드디어 진절머리가 나기 시작했다.
찾아보던 일자리가 손에 안 잡히자 어느새 당장은 일하기도 싫어졌다. 무기력해져서 다른 거라도 해보기로 했다. 생활할 돈은 어느 정도 있으니 그동안 못해본 것 위주로 도전해 봤다.
1. 요리 인스별을 만들어서 게시물을 올렸다. 직접 만든 요리를 사진에 담고 약간의 SNS스러운 글과 함께 작성했다. 몇 개 올려봤지만 반응이 없어서 그냥 일주일에 2번 정도만 최소한의 시간만 들여 꾸준히 해보기로 했다.
2. 외국어 공부 모임에 참여해 여러 사람들과 함께 공부했다. 다들 직장인으로 보였지만 꿀릴 게 뭐 있나 싶어서 자신 있게 끼어봤다. 의외로 잡담도 적고 할 일 마치고 해산하니 마음이 편했다.
3. 기미와 잡티가 생긴 피부의 자신감을 되찾기 위해 피부과 시술을 처음으로 받아보았다. 한 번에 여러 가지를 받아서 비용이 10만원 이상이 들었고, 예뻐지는 건 아프고 시간도 오래 걸리는 일이란 걸 알았다.
하기 전에 모두 약간 긴장되는 일이었지만 한 걸음 내딛고 나니 ‘에이, 별 거 아니었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세상살이가 다 그런 건가 싶어 심드렁하고 가벼운 마음이 들었다. 그냥 계속 발을 내딛자. 그럼 살다가 의욕도 생기고 또 다른 즐거움도 보이겠지.
폰은 이제 되도록 멀리 하기로 했다. 그 시간에 공부, 취미나 청소를 하든지, 노트북을 켜고 일을 알아보든지, 바람 쐬고 운동하러 나가든지 하는 게 훨씬 낫다. 이렇게 나는 밖을 자주 나가기 시작했다. 뭐라도 하래서 뭐라도 했는데 뭐라도 하다 보면 뭐라도 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