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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있어도 남의 속은 모른다

그래도 웃으며 사는 이유

by 유주씨

얼마 전, 친한 언니와 아주 오랜만에 보는 대학 동기와 만나 맥주 한 잔을 했다. 동기 친구는 다른 과였지만 같은 동아리여서 종종 연락이 닿았었는데 얼굴을 본 지는 오래되었다. 그래서 오래전 내가 밥을 얻어먹은 기억이 있어서 이자까야에서 한턱 내기로 했다.




직업상 퇴근이 늦는 친구는 밤 10시쯤에 도착했다. 그래도 마치 엊그제 본 것처럼 익숙하고 반가운 얼굴이었다. 친구와 언니와 함께 수다를 떨고 오랜만에 많이 웃었다. 그 친구는 내가 전에 건강이 좋지 않았던 걸 알고 있는 사람 중 하나였는데, 날 보더니 “ㅇㅇ아, 네가 여기서 젤 얼굴이 좋다야. 완전 건강해 보이는데.”라고 말했다. 난 고맙다며 깔깔 웃었는데 순간 뭔가가 머릿속을 싹 스치는 기분이 들었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약간의 취기와 함께 집으로 돌아오면서 생각에 잠겼다. ‘아, 나는 이제 겉보기에도 밝고 명랑해 보이는구나.’ 어둠이 지나가고 새벽이 된 것 같았다. 사실 남의 속은 모른다고 몇 달간 재취업 문제로 눈앞이 막막할 때가 많았다. 있는 돈을 서서히 까먹으면서 지내고 있던 중이어서 정 안 되면 알바라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낮에 길을 다니다 보면 옷차림이 직장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많은데 부러움의 감정이 앞서서인지 다들 행복해 보인 적이 많다. 하지만 나도 직장을 다녔었지만 회사를 다닌다고, 돈을 받는다고 매일이 감사하거나 기쁨으로 마음이 흘러넘치진 않았다. 막연히 남의 떡이 더 커 보이는 효과인지, 그 기억을 다 잊고 남의 속은 모른 채 단순히 행복하겠다고 단정 지었던 건 아닐까 했다.




사정을 알지 못하는 어느 누군가는 행인인 내가 떠들고 웃는 모습을 보고서 쟤는 행복하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상상해 보니 살짝 어이없는 웃음이 나왔다. 그래도 맘대로 안 된다고 세상 무너진 듯 울상 짓고 짜증스럽고 예민한 얼굴을 매일 하고 사는 것보다야 웃는 얼굴이 훨씬 낫다.




평소 인상 펴고 인사 잘하고 타인에게 친절히 대하면 어딜 가도 좋게 봐줄 가능성이 크고 운 좋으면 떡 한쪽이라도 얻어먹을 복을 부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일일이 기억은 못해도 식당이나 카페에서 먹다가 생각지도 못한 서비스를 받은 적도 종종 있으니 좋은 게 좋은 거다. 난 특이하게도 또래보단 어른들에게 인기가 있는 편인데 얼굴을 구기지 않아서 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건강하고 좋은 에너지를 가진 사람으로 가는 첫걸음은 웃는 얼굴일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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