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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주씨 Jan 27. 2021

18만 원의 신기루

공돈 벌기 쉽냐

 





 요즘 주식시장의 붐에 동참하여 매일 주식창만 들여다보는 생활을 하고 있다. 주가의 오르내림에 희비가 오가고 익절과 손절의 타이밍을 잡는 것이 세상 어렵다는 걸 실감한다. 주식으로 대박을 치겠다는 주린이의 마음만큼, 실제 주식은 뜻대로 되는 않는 게 현실이다. 가치 투자라고 말하면서도 내심 공돈을 바라며 판돈을 늘리고, 소위 말하는 망테크를 타기도 쉬운 마인드에 사로잡혀 있는 주린이가 바로 나다. 사실 주가가 오르는 건 그렇다 쳐도 ‘익절의 타이밍’을 잡는 게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이제부터 얼마 전에 있었던 사건을 얘기하려고 한다.          





 1월 초에 대한항공 주식을 30주 넘게 매수하였다. 별생각 없이 언젠가 비행기가 하늘을 날겠지 하는 기대감을 품고 넣은 것이다. 그런데 뜻밖에도 지난 금요일, 주가가 솟구치면서 15%의 기대 수익률을 넘어서는 상황이 벌어졌다. 보통 주식쟁이들이라면 당연히 매도해버리고 이익을 봤을 테지만 난 어떻게든 순수익이 20만 원이 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18만 원 수익에서 상한가를 찍는 걸 보면서도 매도 타이밍이라고 생각지 못한 채, 바보같이 ‘월요일의 20만 원’을 바란 것이었다. 그렇게 하루 장이 마감되었고, 멋모르는 주린이는 주말 내내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그러나, 월요일 아침 드디어 장이 열렸고 나는 보고 말았다. 주가는 내가 처음 매수한 가격과 별 차이가 없을 정도로 폭락해있었다. 수익이 2만 원이었다. 눈앞이 깜깜해졌다. 나는 2만 원을 더 벌려다가 18만 원을 잃은 것이었다. 마치 유투버 독거노총각 선생님이 ‘여자는 신기루’라고 한 것처럼 ‘18만 원은 신기루’가 된 것이다. 당연히 내 것이라고 생각한 공돈은 내 것이 아니고 허공에 뜬 신기루였던 것이다. 딱 하루, 지난 금요일만 유일한 기회가 있었을 뿐, 그 매도 타이밍을 놓친 나는 정말로 신기루를 본 느낌이 들었다. 살면서 이렇게 돈 때문에 공허한 적은 처음이다. 공돈을 놓쳤기 때문에 공허함이 오는 것인가. 사는 게 공허하게 느껴질 정도로 허탈감이 나를 지배했다. 공돈 버는 게 쉬운 줄 아나. 대체 18만 원이 뭐길래 ‘인생은 신기루다’는 말을 반복하게 하는가.     





 그렇다고 해서 2만 원에 매도할 생각은 없다. 나는 또 다른 꿈을 꾼다. 대한항공이 다시 훨훨 날아오를 것이라는 꿈이다. 코로나 종식에 대한 기대감은 언젠가 그것을 실현화하고 말 것이다. 나는 지금 미쳐있는지도 모른다. 허공으로, 신기루로 사라진 18만 원을 쥐려고 허우적대는 것 같다. 그 당시 매수한 누군가는 18만 원을 잃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으로 애써 마음을 달래본다. 분명 18만 원 이상으로 기대를 하늘 꼭대기까지 걸어놓은 누군가도 있을지라도 여전히 한숨은 새어 나온다. 남 일은 내 일이 아니고 내 일은 남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3일이 지난 지금도 그 여파는 남아 하루의 모든 순간을 신기루처럼 만든다. 쥐지 못한 18만 원이 나로 하여금 현실을 쥐지 못하게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낱 지나가는 공돈인 것을. 모든 게 욕심의 선을 넘어선 실수였던 것을. 오늘도 그저 텅 빈 눈으로 파란 주식창을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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