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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덜어내기

선택지가 많으면 머리가 아프다

by 유주씨

주말 저녁이라고 밥만 먹긴 아쉬워서 생과일주스를 배달해 먹었다. 작은 사이즈지만 다 마셨더니 속이 시리고 두통이 찾아왔고, 급하게 물을 데워서 마시고 나니 점차 편안해졌다. 좀 더 즐거워지려고 했던 시도가 오히려 독이 되었던 거다.



집에 먹을 것이 많아도 사람은 끊임없이 자극적이고 새로운 것을 찾는다. 하지만 거의 다 아는 맛이며 때론 먹고 속이 쓰리고 아플 때가 있다. 상품의 과잉 속에서 선택지도 과잉이 되어 머리까지 아파진다.



풍요를 넘어 과잉의 세상에서 나는 좀 더 단순해지고 싶다. 매 끼니 맛있는 걸 찾거나 만들어 먹는 것이 과욕으로 느껴지면서 같은 메뉴를 여러 끼에 걸쳐먹거나 아주 단출한 식사를 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오늘 아침은 누룽지를 끓여 먹으면서 음식에 대한 내 안의 갈망과 욕심을 덜어내 보았다. 소박한 식사는 속이 편안하고 많은 선택지에서 우왕좌왕하는 스트레스도 줄여주는 것 같다. 그래서 차라리 가끔 속이 쓰리고 배탈이 날 때면 식사 메뉴를 선택하지 않아도 되어 마음이 편하더란 것이다.



세상에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정보와 상품들도 마찬가지로 선택지와 노출의 빈도를 줄이는 편이 좋다. 좋은 물건은 써도 써도 계속 더 좋다는 물건이 나온다. 더 좋은 거, 더 새로운 거 찾는 건 사람의 과욕과 연결되어 있고 과잉 속에서 갈팡질팡 시간과 돈을 낭비하기 쉽다.



그러므로 어느 정도는 나만의 고르는 기준과 가격 상한을 정해 놓고 흔들리지 않고 만족할 만한 것으로 유지해 보기로 한다. 불편함이 없는데도 신제품을 찾아보는 걸 반복한다면 내 마음부터 들여다보자. 더 좋은 게 있고 그걸 안 쓰면 손해라는 생각은 부추겨진 과욕일 것이다. 이상 배 아파서 누룽지를 끓여 먹으며 해본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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