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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의손 Mar 14. 2024

다이어트 2년_나 뭐 돼?

운동해라 바뀐다.

 아침에 출근을 하는데 어찌나 하늘이 파랗고 맑던지 그냥 그대로 출근하지 않고 어디로든 떠나고 싶었다. 그러나 먹고사는 문제가 더 시급해 열심히 회사로 갔다. 사실 오늘은 2년 전 다이어트를 결심하고 운동을 시작한 날이다. 기념일 까지는 아니더라도 기억하고 싶은 중요한 날이다. 무엇보다 자신에게 칭찬해 주고 싶고 이렇게 까지 될 줄 몰랐다. 또 대견스럽게도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어서 나름 '유지어터'로 잘 적응해 하루하루 잘 살아내고 있어서 다행이다.

 직장인이면서 엄마로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모든 여자사람아줌마들은 알 것이다. 회사에서 퇴근 후가 진짜라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퇴근 후 시간을 내 운동을 한다는 것 자체가 힘들다. 이것저것 집안일을 하고 나면 파김치가 되어 눈꺼풀이 내려앉는다. 나도 마찬가지다. 퇴근해 고양이 밥은 주고 물은 갈아줘도 내가 먹을 밥은 차리기 힘들다. 매일 퇴근 후 운동을 했다. 아버지 장례식과 몸이 아파 힘들 때를 제외하곤 매일매일 숙제처럼 운동을 했다. 50살 먹은 늙은 몸이 부끄러워 요가복을 빼입고  아파트 헬스장도 가서 1시간을 뛰기도 하고 애정하는 빅씨스 운동도 했다. 지나고 보니 정말 독하다는 생각도 든다. 시작은 내가 했지만 촉매제는 남편이었다. 알량한 자존심이 죽어라 식단하고 운동하고 경멸스럽게 쳐다보는 남편의 시선도 참아냈다. 어쩌다 보니 체중이 조금씩 빠졌고 지금의 몸무게가 되었다. 나도 내가 이렇게 독하게 잘 해낼지 몰랐다. 이렇게 잘 빠지고 잘 유지할 것을 알았다면 좀 더 일찍 시작했을 텐데 아쉽다. 운동을 하면서 달력에 몸무게를 적었다. 빅씨스 운동을 할 때는 운동의 순서도 적었다. 지금은 못하겠지만 그때는 절박했다.







 회사에서 거의 같은 시기에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내가 오늘 출근해서 다이어트로 운동을 시작한 지 2년이 되는 날이라고 하니 박수를 쳐 주었다. 뭔가 모를 기쁨이 마음속에서 차 올라 나도 모르게 직원들에게 꾸벅 인사를 했다. 사실 고되다면 고된 일을 하는 곳이라 스트레스받고 지치면 탄수화물이 즉효약이다. 직원들 무리 속에서 내가 입에 간식을 넣지 않고 당근이나 구황작물을 먹을 때면 시기와 질투가 거의 1년은 나를 괴롭혔다. 어쩌면 지금 내가 이렇게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9할이 감자, 고구마 같은 구황작물과 당근, 양배추 같은 풀떼기의 역할이 크다. 현미와 병아리콩, 두부, 계란, 오트밀, 수제요구르트는 차라리 옵션이었다. 김밥에 미쳐 정말 김밥도 많이 먹었다. 그렇다고 먹고 싶은 것을 먹지 않은 것은 아니다. 나는 고기보다는 풀을 더 선호하는 탓에 어쩌면 자연주의적 다이어트가 제일 쉬웠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라면이나 국수, 짜장면 같은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면종류를 집에서는 거의 먹지 않은 것을 특히 칭찬해 주고 싶다. 나는 임신했을 때 국수만 삶아 헹궈 하루 세끼를 해결했었다. 아무런 양념도 없는 삶은 국수만 먹을 정도로 면에 대한 애정이 크다. 그런 내가 회사 구내식당에서 먹는 면 이외에는 거의 먹지 않았다. 회사에서 면종류를 먹을 때면 저녁은 건너뛰고 평소보다 운동을 조금 더 했었다. 회사에서까지 식단을 하고 싶지 않았다. 안 그래도 일에 치여 점심 먹을 시간도 없는데 식단을 하며 200명 직원들에게 눈총을 받고 싶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체중감량 후 달라진 건 옷이 날개가 되기 쉽다는 것이었다. 아무거나 입고 나가도 군살이 없으니 옷테가 났고 남들 보기에도 부끄럽지 않아 자신감이 1mm는 더 생긴 것 같다. 아이들도 뚱뚱하다는 말은 이제 하지 않는다. 남편도 '돼지'라는 말은 이제 절대 하지 못한다. 시댁에서도 자기 자식은 살이 빠지고 시집온 며느리는 살이 자꾸 찐다는 그런 말도 할 수가 없다. 예전보다는 붓기가 덜하다. 피곤해도 잘 붓는 체질은 아니지만 면역이 떨어지면 며칠을 물에 불은 사람처럼 달덩이가 되곤 했지만 요즘은 거의 그런 일이 없다. 그래도 옷을 고르는 것이 힘든 것은 여전하다. 44 사이즈 바지는 더 찾기 힘들다. 가끔 구입을 해도 터무니없이 허리가 커 반품을 하게 되고 사이즈 자체가 찾기 힘들다.  아동용 바지를 찾아보기도 하지만 나이 든 나에게는 애매하긴 마찬가지다. 이런 사소한 불편만 제외한다면 나는 너무나 만족해하며 내 삶을 살아내고 있다.

 





 가끔 운동을 하고 거울을 봐도 내 몸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가 있다. 운동으로 10kg 이상을 감량을 하고 만족한다고 생각하지만 거울 속 내가 뚱뚱하게 보일 때가 있다. 그럴 때면 운동을 조금 더 하거나 저녁을 건너뛴다. 뱃속에서 제발 무엇이라도 넣어달라고 신호를 보내지만 독하게 마음먹고 저녁을 굶는다. 다음날 아침이면 500g 정도가 빠져있다. 그렇다고 내 몸이 만족스러운 것도 아니다. 갈비뼈가 선명하게 보이고 식스팩은 아니더라도 실금 같은 11자 복근도 보이지만 전혀 예쁘지 않고 화가 나 거울에 비친 를 외면한다.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는 매일매일 눈바디를 하고 아침저녁으로 체중을 재고 기록을 했었다. 그때는 그런 행동들이 신났고 대견스럽고 자랑스러웠다. 2년이 된 지금은 체중만 재고 있다. 소식하고 가공된 음식들은 되도록 피한다. 먹을 수밖에 없다면 적게 먹는다. 올 초부터는 어플을 이용해 하루에 스쿼트 100개와 만보도 하고 있다. 마일리지로 모바일상품권으로 교환할 수도 있어서 사실 운동도 하고 모바일상품권도 받을 수 있어서 열심히 하고 있다.



운동을 시작하고 1년 전 오늘은 놀랐고 그리고 2년째인 오늘은 대견하다. 3년이 될 내년 오늘은 무슨 생각이 들까? 이렇게 유지어터로 잘 먹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글도 열심히 쓰는 부지런한 내가 되어 있기를 바란다. 과거의 살찐 나도 살 빠진 지금의 나도 똑같은 나라서 좋다. 다만 내 키가 한 뼘만 더 컸었어도 여기서 이렇게 있을 사람이 아닌데 50살 먹어서 더 클 키는 없을 테니 적당히 현실에 타협하고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려 한다. 2년 동안 운동하느라 애썼다. 앞으로도 너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길 바란다.


대견하다. 신의손! 너 진짜 뭐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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