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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의손 Mar 15. 2024

나도 밀키트를 만들어 보았다.

일단 냉장고 정리부터

바쁜 워킹맘은 퇴근해 집에 들어와도 바쁘다. 시래기를 삶고 집안일을 하는 주말을 보내며 시간이 남아 밀키트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전처리가 끝나고 밀키트 형태로 만들어 놓으면 퇴근 후 밥상을 차리는 시간이 줄어든다. 고민을 하다가 냉장고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뭐가 있는지 알아야 무언가를 만들어 낼 수가 있었다. 냉동실 정리용기를 구입하려 며칠 동안 웹서핑을 했지만 오래전 사놓았던 정리통을 사용하기로 했다. 시간이 없었다. 뚜껑이 알록달록하지만 용기 자체는 당시 인기 있었던 것으로 투명했고 냉장, 냉동실 겸용이었다. 국물 종류만 아니면 튼튼한 편으로 애용했었다.


정리가 되어간다. 그래도 엉망.

냉동실에서 잊고 있던 양념들이 계속 나왔다. 고춧가루와 깨는 당근이라도 해야 할 정도로 많았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양념을 모아 정리했다.


돈이 없진 않지만 라벨기는 없다


이런 모습 얼마만인지?




나는 라벨기가 없다. 우편물이 눈에 띄어 봉투에 식재료의 이름을 적고 작게 잘라 테이프로 붙였다. 저렇게만 해도 잘 찾을 수 있다. 물론 돈이 없지 물건이 없진 않지만 우선 급한 대로 정리를 했다. 몇 달 동안 냉장고를 파먹고 될 수 있으면 고기나 채소류 이외엔 지출을 줄였다. 그래서 냉동실에 자리가 생겼고 또 김치냉장고 두 칸을 냉동고로 돌리고 나니 밀키트를 할 마음의 여유도 생겼다.



아들이 잘 먹는 된장찌개 밀키트를 만들었다. 호박을 깔고 파, 무, 양파, 두부, 땡초를 얹고 고춧가루 조금, 된장도 넣고 육수대신 코인육수를 담았다. 시험 삼아 하나를 그대로 끓여봤는데 예상보다 맛있고 조리시간도 10분이 걸리지 않았다. 무를 얇게 썰어 주니 빨리 익었다. 코인육수 덕에 고깃집 된장찌개맛도 났다.


우리 집 파군은 사춘기_3일만에


파 한 단을 사서 밑동을 잘라 물에 담갔다. 파뿌리를 가위로 잘라주면 새 뿌리가 나면서 썩지 않는다. 처음엔 뿌리를 살려 헹구기만 해서 담그니 자꾸만 썩어서 뿌리를 손으로 뜯어 물에 담갔더니 의외로 새 뿌리가 나고 썩지 않았다. 역시 사람은 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 파군이 잘 자라 싱싱한 파를 무한으로 줬으면 좋겠다. 밀키트 몇 개를 만들고 나물도 몇 가지 만들어 한통에 조금씩 담아 냉동했다. 시간이 없을 때 무쇠팬에 밥을 깔고 나물을 얹어 계란프라이 하나만 올리고 고추장을 넣고 참기름을 치면 무쇠팬에서 따뜻한 비빔밥이 완성된다.






나 혼자가 아니라 내 자식도 내가 건사하려니 하루종일 회사일을 하고 집에 와서도 잠시 엉덩이 붙일 시간이 없다. 쟁이는 냉동실이 아닌 맛있게 먹고 순환이 되는 냉동실로 만들어야겠다. 냉동하는 걸 좋아하지 않았는데 시간에 치이다 보니 냉동이 최선인 것 같다.  


먹고살라니 참 힘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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