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아드님 명언
"물어보고 사! 늙은 사람처럼 그러지 말고"
몇 주 전 갑자기 휴대폰 액정이 아래에서부터 검은 기운을 보이더니 위로 위로 먹물을 머금은 듯 올라오면서 지문을 몇십 번식 인식하기 시작했다. 해킹인 줄 알았지만 액정이 그 수명을 다한 것이었다. 나는 다음날 휴대폰을 새로 구입했다.
일시불로 제일 저렴한 것을 결재하고 집으로 왔다. 그러고 며칠 뒤 새로 산 휴대폰을 보고 가격을 물었다. 28만 원 일시불 주고 샀다고 하니 아들이 불같이 화를 냈다. 사양이 더 좋은 것도 30만 원 대면 사는데 직원이 권하는 대로 사서 왔다고 나에게 소리를 높였다.
사실 나는 좋은 휴대폰이 필요가 없다. 집과 회사를 오가고 주말에도 집순이로 집에서 모든 것을 다한다. 운전을 하지 않아서 내비게이션도 보지 않아 무한데이터도 필요 없다. 전화만 받고 메시지나 카톡정도만 주고받아도 충분하다. 화면 가득 먹물을 머금고 저세상으로 가버린 휴대폰도 2019년에 구입한 것이었다. 월 요금도 19,000원이 넘지 않았다.
아들의 눈에 나이 먹은 엄마라는 사람이 얼마나 한심해 보였을지 이해가 된다. 그렇게 보이게 해서 미안하기도 하고 늘 가던 곳이라 적당한 걸 골랐는데 지금 와서 생각하니 멍청한 짓을 하고 온 것 같다. 화를 내는 아들에게 다음에는 꼭 물어보고 할 테니 그만 화를 내라 말했다. 수능 때문에 학원이 늦어 늘 밤 12시가 넘어 들어오고 주말에는 늘 나보다 더 일찍 일어나 학원을 가니 불어볼 수가 없었다.
앞으로 5년은 쓸 것 같은데 아들은 볼 때마다 잔소리를 하겠지. 과거 내가 부모님께 했던 말을 돌려받는다.
'인과응보'
오늘도 이렇게 가르침을 받는다.